지난 글에서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재생의학과 신약 개발 등 민간 의료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가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의 활용이 민간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방기술 연구의 일환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최근 미국 육군 감염병 연구소(USAMRIID) 연구팀이 발표한 혈관 구조를 포함한 3D 바이오프린팅 간 조직 모델 개발 소식은, 바이오프린팅의 지평이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국가 안보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USAMRIID 연구소의 기사 원문(DVIDS)에 따르면, 이 기술은 "생물방어 및 생물의학 연구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줄기세포와 공학 기술의 융합이 과학의 영역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전략 기술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USAMRIID scientists develop novel 3D bioprinted tissue model
USAMRIID 연구팀은 혈관 네트워크를 포함한 3D 바이오프린팅 간 조직 모델을 성공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혈관을 포함한 3D 프린팅 간 조직 모델 구현 이 모델은 기존의 평면 2D 배양이나 혈관이 없는 3D 조직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적 특성을 가집니다. 실제 간처럼 혈관 네트워크가 포함되어 있어, 세포 간 상호작용과 물질 교환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빠른 조직 성숙으로 연구 속도 대폭 향상 해당 모델은 1주일 내 조직 성숙이 가능해, 동물 실험 대비 연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긴 연구 사이클을 줄여주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습니다.
프린팅 공정의 정교함: 장비와 디자인의 조율 연구팀은 Cellink Bio X6™ 바이오프린터를 활용해 하이드로겔 기반 바이오 잉크와 세포를 층층이 쌓아 정밀한 구조를 구현했습니다. 단순히 프린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외선(UV) 조사와 세심한 배양 과정을 거쳐 구조와 생존율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이는 프린팅 기술과 후처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정임을 보여줍니다.
개발 과정의 노력과 진정성 여기까지 이르기까지 연구진은 모델의 구조적 견고함을 확보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세포 배열, 감염 테스트 적합성, 조직 안정성 등을 정밀하게 조율해야 했습니다. “조직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는 내구성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는 팀원의 말에서 그 고충과 기술 완성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종간 차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있는 동물 실험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바이오프린팅의 의미 확장: 공중보건과 국방의 접점
USAMRIID의 연구는 바이오프린팅이 단순히 의료 혁신의 도구에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USAMRIID에서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팅 간 조직 모델의 연구 개념을 시각화한 이미지
감염병·백신 개발 분야
이번에 개발된 혈관 구조를 갖춘 간 조직 모델은 고위험 병원체 연구용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실제 간세포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침투하고 증식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실험들이, 이제는 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빠르고 정밀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치명적인 감염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동물실험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병원체 반응도 더 안전하게 규명할 수 있습니다.
생물방어(biodefense)적 활용
이 기술은 미군이 탄저균, 페스트 등 고위험 병원체 공격에 대비하는 생물방어 연구에서 동물 실험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을 통해 독성 물질이나 병원체의 영향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해독제 및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국가의 비상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의 지평 확장: 기존 시리즈와의 연결점
앞선 글에서는 바이오프린팅이 신약 개발, 재생의학, 이식용 장기 제작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USAMRIID의 사례는 그 가능성이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국가 안보 분야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러한 연구들이 국가 전략과 맞물릴 때 그 잠재력이 얼마나 크게 증폭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실 안에서 출발한 기술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척되지 않은 국방 연구와 보건 안보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흐름은,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 연구가 우리의 상상을 넘어 훨씬 더 넓은 지평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기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의료와 국방을 넘어, 환경 보건 같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갈지도 모릅니다. 답은 아직 열려 있지만,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다양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및 시사점
연구 현장에서 경험을 돌아보면,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구와 규제 절차가 얼마나 복잡해지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모델은 동물실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예측력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설계–검증–임상 전환의 사이클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감염병 대응과 같이 시간이 곧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속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이미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감염병 대응 모델과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를 국가 전략과 연계하여, 바이오프린팅을 보건 안보 기술로 발전시키고 산업적 기반을 함께 키우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글로벌 경쟁력과 국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USAMRIID의 성과는 바이오프린팅이 단순한 의료 기술을 넘어, 의료·제약·국방·보건을 아우르는 전략 기술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의 융합은 앞으로 인류가 직면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기반이자, 미래 보건 안보의 중요한 축이 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A. M. Lee, et al. (2018).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of Vascularization for 3D Bioprinting." Tissue Engineering Part B: Reviews, 24(1), 1-15. (3D 바이오프린팅에서 혈관 구축의 중요성과 기술적 과제에 대한 내용)
2 U.S. Army Medical Research Institute of Infectious Diseases. (2024). *Official Press Release*. (USAMRIID의 3D 바이오프린팅 간 조직 모델 개발 관련 보도 자료)
3 The Engineer. (2024). "3D-bioprinted liver models developed for biodefence." *News Article*. (3D 바이오프린팅 간 모델의 생물방어 연구 활용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