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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는 바이오프린팅이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과제들 미세혈관 구축, 오가노이드와의 융합, 그리고 바이오 잉크의 진화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들은 바이오프린팅의 가능성을 '개념'에서 '현실'로 바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바이오프린팅이 실제로 어떤 의료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례들이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 장기 모델부터, 손상된 뼈와 피부를 재건하는 재생 의학, 그리고 장기 이식의 새로운 가능성까지, 바이오프린팅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에의 응용: 인공 장기로 독성을 예측하다

신약 개발은 평균적으로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 실험은 오랫동안 필수적인 단계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물 모델은 인간과의 생리적 차이 때문에 항상 정확하지 않으며, 윤리적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 장기 모델입니다.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장기 칩(Organ-on-a-Chip)'과 바이오프린팅

‘장기 칩(Organ-on-a-Chip)’은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을 활용해 인체 장기의 미세 환경을 작은 칩 위에 재현한 소형 칩입니다. 이 칩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하여 3차원적인 세포 구조와 미세 환경을 구현하면, 살아있는 인체 장기와 유사한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프린팅으로 간세포를 칩 위에 배치하여 ' 간 칩(liver-on-a-chip)'을 만들, 약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대사 되고, 독성을 일으키는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는 동물 실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인간에게 더 정확한 예측을 제공할 수 있어 윤리적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합니다1.

 

  • 실제 사례: 미국의 Emulate사는 다양한 장기 칩 플랫폼(간, 폐, 장 등)을 개발하여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제약사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의 간 독성을 조기 평가하고 있습니다.
  • 또한 Harvard Wyss Institute 연구팀은 혈관 구조를 포함한 폐 칩(lung-on-a-chip)을 개발해, 흡입 독성이나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도 활용한 바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효능 및 독성 평가 효율성 향상

바이오프린팅 기반 장기 칩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수천 개의 후보 물질을 짧은 시간 안에 시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기존에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리던 동물 실험을 단 며칠 만에 칩 위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 실제 사례: 스웨덴의 Cellink(현재 BICO 그룹)은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인공 간 조직 모델을 개발해, 제약사들이 약물 독성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보다 최대 80% 이상 빠른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 향상은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시험의 성공률을 높여 궁극적으로 더 빠르고 안전하게 새로운 치료제를 시장에 내놓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규제 기관의 관점: 장기 칩 데이터의 수용

많이들 알고 계신 것처럼,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기술이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타당성의 검증을 통해,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장기 칩과 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 장기 모델을 동물을 대체한 하나의 전임상 시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을 중심으로 제약 업계는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FDA

  • FDA는 장기 칩 기술을 “동물실험 대체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습니다.
  • 2017년부터 여러 제약사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간 칩(liver-on-a-chip), 폐 칩(lung-on-a-chip), 신장 칩(kidney-on-a-chip) 등을 실제 약물 평가 과정에 적용해 왔습니다.
  • 2022년에는 ‘FDA Modernization Act 2.0’이 통과되면서, 신약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동물 실험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하였습니다. 이는 장기 칩이나 세포 기반 모델에서 얻은 전임상 데이터로 임상시험을 위한 진입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럽 EMA

  • EMA 역시 장기 칩 기술을 전임상 단계에서 “신약 안전성 평가의 보완적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 아직은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추가 데이터기존 시험의 신뢰성 보강 역할을 중심으로 활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특히 EMA는 독성 평가와 희귀질환 모델링 분야에서 장기 칩 데이터를 포함한 in vitro 기반 접근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공식적인 인정 범위를 넓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의미와 향후 전망

현재 규제 기관은 장기 칩 데이터를 “보조적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로 인정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독 인정되지는 않지만, 일부 신약 후보 물질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장기 칩 기술의 표준화와 대규모 검증 연구가 축적되면, 규제 기관이 이를 신약 개발의 필수적인 데이터 소스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제약 산업 전반에 있어 개발 비용 절감, 윤리적 개선, 임상 성공률 향상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것입니다.  


재생 의학의 희망: 연골, 뼈, 피부 재건

바이오프린팅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거나 대체하는 등 재생 의학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뼈, 연골, 피부와 같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조직들은 임상 적용을 목표로 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피부, 뼈, 심장까지: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바꿀 미래 의료의 풍경

 줄기세포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연골, 뼈 이식재 개발

관절염으로 손상된 연골이나 골절된 뼈는 자연적으로 재생되기 어렵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금속 임플란트나 합성 이식재가 사용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염증 반응이나 적합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이오프린팅은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부위에 꼭 맞는 맞춤형 연골 및 뼈 이식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세한 다공성 구조를 가진 인공 뼈 scaffold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실제 뼈와 유사한 강도와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2.

  • 실제 사례: 미국 Wake Forest Institute for Regenerative Medicine 연구팀은 토끼 모델에서 맞춤형 바이오프린팅 연골을 성공적으로 이식하여, 관절 손상 부위의 회복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 일부 연구 그룹은 환자의 CT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뼈 이식재를 제작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기존의 보형물이나 이식재에 비해 기능 회복률과 환자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화상 환자를 위한 인공 피부 제작 

광범위한 화상이나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피부 손상은 전통적으로 공여자 피부나 환자 본인의 피부 일부를 이식하는 방식으로 치료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채취 가능한 면적이 제한적이고, 감염이나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이 있습니다.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하면 환자의 건강한 피부 세포를 소량만 채취해, 넓은 범위의 맞춤형 인공 피부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피와 진피를 층별로 재현할 수 있어, 단순히 외형 회복뿐 아니라 피부 본연의 기능까지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 동물 모델에서 성공적으로 인공 피부 이식을 완료하여,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3.

  • 실제 사례: 프랑스의 Poietis와 미국의 Organovo는 인공 피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화상 환자 치료와 화장품 안전성 평가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동물 모델에서 인공 피부 이식 후 성공적으로 생착되어,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화상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감염 위험을 줄이며, 장기적으로는 맞춤형 피부 이식이라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장기 이식의 미래: 이식 가능한 인공 장기 개발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식 가능한 완전한 기능의 장기를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장기 이식 대기자 부족을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여전히 가장 큰 도전 과제이지만, 지난 수년간 꾸준한 연구 진전이 이어지면서 점차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인공 장기 개발의 최종 목표

바이오프린팅은 환자 자신의 세포,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세포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제작하면 면역학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현재 이식 환자들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장, 심장, 간과 같이 복잡한 장기 전체를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환자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만 아니라, 장기 기증과 관련된 윤리적·사회적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 실제 사례: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iPSC에서 유래한 세포로 미니 간(“liver bud”)을 제작해 동물 모델에서 기능을 확인한 바 있으며, 미국의 United Therapeutics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폐 조직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장기 이식 대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식용 장기 개발의 기술적 난관과 극복 방안

물론, 완전한 기능의 장기 제작은 아직 여전히 먼 목표입니다.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장기 내 모든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복잡한 미세혈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혈관망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으면, 장기 내부 세포가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이식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장기의 복잡한 생체 신호(전기적·화학적 자극)를 재현하고, 프린팅 된 장기가 체내 환경에 적응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오가노이드 기술과의 결합: 오가노이드가 스스로 형성하는 미세 구조와 기능을 바이오프린팅과 결합해 장기 전체로 확장하려는 시도.
  • 소재 혁신: 세포외기질(ECM)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바이오 잉크 및 스마트 하이드로젤 개발.
  • 4D 바이오프린팅: 시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소재를 활용해, 체내 적합성과 장기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접근.

이처럼 완전한 인공 장기 이식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꾸준한 기술 혁신과 임상적 검증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바이오프린팅이 그려갈 인류의 미래

바이오프린팅은 인류의 건강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 장기 모델을 활용한 신약 개발 효율성 향상, 맞춤형 이식재를 통한 재생 의학의 진전, 그리고 장기 이식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 완전한 인공 장기 제작까지, 이 기술은 미래 의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그 가능성과 기대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그 놀라운 가능성만큼이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시장 동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첫 번째 기능성 인공 장기 이식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S. V. Murphy, et al. (2014). "Organ printing: a new paradigm for drug discovery and personalized medicine." Biofabrication, 6(1), 011001. (신약 개발 및 맞춤형 의학에서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역할에 대한 내용)

2 M. A. Usman, et al. (2020). "Bioprinting for cartilage and bone tissue engineering." Trends in Biotechnology, 38(11), 1251-1262. (연골 및 뼈조직 공학 분야에서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응용을 다룬 논문)

3 A. W. C. Lee, et al. (2019). "3D bioprinting of skin: Current status and future perspectives." Materials Today Bio, 4, 100030.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피부 제작 기술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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