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들을 통해 우리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어떻게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어내고, 인공 장기 모델을 통해 신약 개발을 혁신하며, 재생 의학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성과는 이제 연구실의 영역에 새로운 산업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바이오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의료·제약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을 실제 환자 치료와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오프린팅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상업화라는 최종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또 어떤 도전에 직면해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기업별 강점과 차별화 전략에 주목하여, 바이오프린팅 시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로벌 바이오프린팅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업들
바이오프린팅 분야는 독자적인 기술 플랫폼과 응용 분야를 앞세운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의 강점을 활용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오가노보(Organovo): 바이오프린팅의 선구자
오가노보(Organovo)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초기 개척자 중 한 곳입니다. 이들은 독자적인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인공 간 조직 모델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제약사들에게 약물 독성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바이오프린팅의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오가노보는 주로 약물 스크리닝 및 질병 모델링을 위한 기능성 조직 제작에 집중하며,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B2B(Business-to-Business) 모델로 활용하는 선례를 만들었습니다1.
약물 독성 평가용 인공 장기 모델을 개발한 오가노보(Organovo)
제가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오가노보가 B2B(Business-to-Business) 모델을 일찍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연구실에서 소규모로 사용하는 기술이 아닌, 제약사와 협력해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를 만든 것이죠. 이는 바이오프린팅이 연구자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산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셀링크(CELLINK): '바이오프린팅 솔루션'의 대중화
셀링크는 현재 BICO 그룹의 핵심 자회사로, 제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인상 깊게 지켜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접근은 ‘기술의 대중화’입니다. 단순히 고가의 특수 장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린터, 바이오 잉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합한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연구 현장에서 가장 큰 허들은 기술 자체보다도 접근성입니다. 셀링크는 그 허들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연구자가 바이오프린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인공 간 모델을 제약사와 연결하여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실질적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됩니다2. 이는 ‘기술 대중화’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레드와이어(Redwire): 우주에서 미래를 프린팅 하다
레드와이어(Redwire)는 우주 산업과 바이오프린팅을 결합한 독특한 기업입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바이오팹(BioFabrication Facility, BFF)'이라는 우주 바이오프린터를 설치하여 미세 중력 환경에서 생체 조직을 프린팅 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접근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지구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를 우주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환경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미세 중력은 지구 중력의 방해 없이 조직을 3차원적으로 쌓아 올리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시도는 단순히 ‘우주 실험’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주를 고부가가치 생체 조직의 제조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3.
바이오프린팅 산업
세 기업의 차별화 전략 비교
세 기업은 모두 바이오프린팅을 개척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차별화는 다릅니다.
오가노보(Organovo)는 초기부터 B2B 모델을 채택해 제약사와 직접 협력하며 상업적 실효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반면 셀링크(CELLINK)는 솔루션 패키지화를 통해 기술 접근성을 넓혀 연구 생태계를 확대하고, 바이오프린팅을 “특수 기술”에서 “보편적 연구 도구”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레드와이어(Redwire)는 지구를 넘어 우주라는 특수 환경을 활용해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탐색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결국, 오가노보는 실용적 상용화, 셀링크는 기술 대중화, 레드와이어는 혁신적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현주소와 경쟁력
우리나라도 바이오프린팅 기술 개발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연구 지원과 대학·연구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국내 바이오프린팅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학계의 연구 성과가 산업계와 긴밀히 연결되면서, 기술이 실제 임상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 및 연구 기관의 바이오프린팅 기술 개발 동향
국내에서는 포스텍, KAIST, 서울대 등 유수의 대학과 주요 병원이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인공 장기 제작: 환자의 세포를 활용해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한 인공 조직 제작 연구.
새로운 바이오 잉크 소재 개발: 세포 생존율과 분화 유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생체재료 탐구.
프린팅 정밀도 향상: 미세혈관 같은 복잡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한 고해상도 프린팅 기술 개선.
특히 국내 의료진과 연구진이 긴밀히 협력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힙니다. 해외에서는 학계와 의료계, 산업계가 각기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국내 바이오프린팅 스타트업 소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T&R바이오팹: 인체 조직과 인공 장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바이오 잉크 및 생체 재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한 인공 뼈 이식재 임상 연구를 통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로킷헬스케어: 피부 재생 분야에 특화된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하여, 화상 환자 맞춤형 치료에 적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정 의료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바이오프린팅 스타트업의 강점을 ‘집중과 특화 전략’이라고 봅니다. 대규모 글로벌 기업이 전 분야를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특정 응용 분야(피부, 뼈, 연골 등)에 초점을 맞춰 실질적인 임상 적용 사례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 진입 장벽을 효과적으로 넘는 동시에, 국내 의료 현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바이오프린팅의 강점과 앞으로의 기회
강점
학계·의료계·산업계 간 긴밀한 협력 → 임상 적용 가능성 높음
특정 분야(피부, 뼈, 연골 등)에 특화된 스타트업 전략
정부 및 공공 연구 지원을 통한 빠른 기술 성장
앞으로의 기회
환자 맞춤형 의료 솔루션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
아시아 의료 시장(재생의학·맞춤형 치료) 진출 가능성 확대
국제 규제 변화(FDA·EMA의 동물실험 대체 연구 인정) 속에서 새로운 표준 제시 가능
바이오프린팅 산업의 상업화와 극복해야 할 과제
바이오프린팅의 미래는 분명히 밝지만,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기술적 가능성과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더라도, 상업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규제·비용·생산성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제품'에 대한 규제 승인 절차의 복잡성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된 인공 장기와 조직은 기존의 의료 기기나 의약품 범주로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약물과 의료 기기의 중간쯤에 있는 '살아있는 제품(Living Product)'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규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의약품은 화학적 조성물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고, 의료 기기는 물리적 성능을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그러나 바이오프린팅 장기는 세포 생존율, 장기적 기능 유지, 이식 후 면역 반응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평가 체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FDA나 EMA 등 주요 규제 기관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으나, 상용화를 위한 공식 기준이 부재한 상황은 기업들에게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합니다4.
제조 비용, 생산 규모 확장 등 상업화를 위한 현실적인 문제
또한,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제조 비용: 바이오 잉크 원료가 되는 줄기세포의 배양 비용과 고가의 프린팅 장비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이는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합니다.
생산 규모 확장: 연구실 수준에서 소량의 조직을 제작하는 것과, 수많은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 조직을 균일한 품질로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GMP(우수제조관리기준) 기반의 생산 공정 표준화가 필수적입니다.
물류 및 유통: 바이오프린팅 제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포함하고 있어 장기간 보관이나 운송이 까다롭습니다. 냉동 보관, 생존율 유지 기술, 환자 맞춤형 즉시 제작 시스템 등 새로운 유통 전략이 필요합니다.
바이오프린팅 상업화의 핵심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이라고 봅니다. 규제 기관, 제조 인프라, 물류 시스템이 함께 맞물려야만 비로소 상업화가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프린터와 소재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규제 대응 전략과 생산·유통 파이프라인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을 취해야 합니다.
거대한 도전을 현실로 만드는 개척자들
바이오프린팅 산업의 개척자들은 기술·규제·상업적 난관을 하나씩 넘어가며, 인류 의료의 미래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오가노보와 셀링크는 기술 응용과 대중화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레드와이어는 우주라는 새로운 무대를 활용해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T&R바이오팹, 로켓헬스케어와 같은 국내 기업들도 각자의 특화 전략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이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이 결실을 맺는다면, 머지않아 환자 맞춤형 인공 장기가 보편화되는 새로운 의료 시대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본 글은 바이오프린팅 관련 산업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언급된 특정 기업의 사례는 기술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특정 제품 및 서비스의 효능 보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시장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수반됩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Murphy, S. V., & Atala, A. (2014). "3D bioprinting of tissues and organs." Nature Biotechnology, 32(8), 773-785. (3D 바이오프린팅의 원리 및 응용 분야를 제시한 선구적인 논문)
2 T. C. O'Connell et al. (2020). "Bioprinting solutions for drug discovery and personalized medicine." 3D Printing in Medicine, 6(1), 1-10. (바이오프린팅이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 사례에 대한 내용)
3 Redwire. (2023). *Official Website & Press Releases*. (레드와이어의 우주 바이오프린팅 기술 및 우주정거장 활용 사례 관련 자료)
4 M. A. Usman, et al. (2021). "The regulatory landscape for bioprinted tissues and organs."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5(11), 1121-1123. (바이오프린팅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에 대한 과제와 동향을 다룬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