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과학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어떤 비극적 결과를 낳는지, ‘유전자 편집 아기’ 사건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조금은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같은 과학이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 중 하나인 자이언트 판다의 보존을 위한 줄기세포 연구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잠깐 판다의 귀여운 순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Bei Bei”라는 이름의 판다 새끼가 엄마 곁에서 재채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에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아기 판다의 깜짝 재채기,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멸종 위기 동물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은 판다 줄기세포 연구가 어떻게 멸종 위기종 보존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인간의 질병 치료뿐 아니라 지구의 생명 다양성을 지키는 도구로 쓰이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판다 줄기세포,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2024년 9월, 중국 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산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자이언트 판다의 피부 섬유아세포(fibroblasts)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확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에도 2015년에 판다의 뺨 점막 세포에서 iPSCs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 얻어진 세포는 진정한 만능성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판다에 특화된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s)와 마이크로 RNA(microRNA) 클러스터를 조합하여, 초기 배아 발달을 규정하는 세포 층을 형성할 수 있는 진정한 iPSCs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성과는 단순히 세포 배양 기술의 발전을 넘어, 향후 판다의 정자와 난자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고, 멸종 위기에 놓인 개체군을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연구팀은 이미 세상을 떠난 판다 두 마리의 귀 피부 조직에서 세포를 얻었습니다. 살아 있는 개체를 희생시키지 않고, 남겨진 조직만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야마나카 팩터(Yamanaka Factors)’ — Oct4, Sox2, Klf4, c-Myc 같은 핵심 유전자들을 도입하여 성체 세포를 다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초기 상태, 즉 만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로 되돌렸습니다.
쉽게 말해, 피부 세포에 들어 있던 ‘세포 운명의 기억’을 지우고, 마치 판다의 발생 초기 단계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판다 iPSCs는 다시 뼈, 근육, 신경, 그리고 생식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판다 줄기세포 연구의 두 가지 핵심 응용 분야
그렇다면 판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판다 보존에 어떻게 기여할까요?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응용 분야는 두 가지입니다.
생식세포 보존 및 인공 번식: 멸종 위기 극복의 열쇠
판다는 번식력이 낮고, 임신 가능한 기간도 매우 짧아 자연 번식은 물론 인공 번식조차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동물원과 보존센터에서는 몇 년을 기다려도 새끼가 태어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때문에 판다 개체 수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과제였죠.
판다 iPSC에서 정자·난자를 거쳐 배아와 개체 보존으로 이어지는 과정
하지만 iPSC 기술은 판다 보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판다의 체세포에서 얻은 iPSCs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자연적으로 얻기 힘든 판다의 생식세포를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수정된 배아를 통해 건강한 새끼 판다를 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개체 수 증가뿐만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고 등의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멸종된 종의 복원: 세포 보존 은행의 역할
줄기세포는 단순히 판다 보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기술은 이미 멸종된 종을 복원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멸종된 동물의 DNA 샘플이나 보존된 조직이 있다면, 이를 통해 iPSCs를 만들고, 다시 생명체로 복원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집니다.
이는 멸종 위기 동물의 유전자 정보를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세포 보존 은행(Cell Biobank)'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미래에 더 발전된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 은행에 보관된 세포들이 멸종된 종을 다시 되살리는 '생명의 씨앗'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 기술이 지켜내는 생명의 다양성
앞서 허젠쿠이 사건을 통해, 과학이 윤리를 외면할 때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오늘 살펴본 판다 줄기세포 연구는 그와 다른 메시지를 전합니다. 과학이 책임감 있게 쓰일 때, 인류의 건강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의 생존까지 지켜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죠.
판다 iPSC 연구는 멸종 위기종의 번식 문제를 해결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동물을 직접 포획하거나 강제로 교배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줄기세포라는 도구를 통해 동물 복지와 보존의 윤리를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줄기세포 기술은 인간의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소중한 생명들을 지키는 데도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생명 다양성 보존에 기여할지, 저 역시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 결론 요약 줄기세포 기술은 인간의 질병 치료과 함께 지구상의 소중한 생명 보존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이 생명 다양성 보호에 어떤 방식으로 더 큰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