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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span 시대 (3): iPSC가 밝혀낸 것 - 노화 역전의 가능성과 한계
세포 시계를 되돌리는 기술
2012년 노벨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발견은 정말 혁명적이었어요.
피부세포 같은 평범한 체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OCT4, SOX2, KLF4, MYC)를 넣으면,
세포가 배아줄기세포처럼 "리셋"된다는 거였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말 그대로 "유도된 만능 세포"예요.

이 발견이 나왔을 때 연구계는 흥분했어요.
70세 노인의 피부세포를 iPSC로 만들면, 그 세포는 다시 젊어지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텔로미어가 길어지고, 노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사라지고, 활발하게 증식했어요.
마치 세포의 시계를 되돌린 것 같았죠.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생각했어요.
"이게 노화 치료의 열쇠가 아닐까?"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서 젊게 만든 다음,
다시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면 노화된 조직을 재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저도 그렇게 생가을 했었죠. 적어도 2024년 전까지는요.
2024년, 뜻밖의 발견
2024년 10월,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발표됐었는데요.
프랑스 연구팀이 젊은 공여자(20-30대)와 노인 공여자(60-70대)의 세포로 각각 iPSC를 만들어서 비교했어요.
결과는 예상 밖이었죠.
노인의 세포로 만든 iPSC는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며, 만능성 마커도 발현하고, 증식도 잘했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제가 있더라고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젊은 iPSC보다 현저히 떨어졌어요.
에너지(ATP) 생산이 낮고, 활성산소는 많이 만들고, 미토콘드리아 네트워크 형태도 불안정했죠.

그리고 2025년 5월, Nature Communications에서 더 결정적인 연구가 나왔어요.
같은 공여자의 세포로 두 가지 방법으로 신경세포를 만들었어요.
하나는 iPSC를 거쳐서, 다른 하나는 직접 전환(direct conversion)으로요.
놀랍게도 두 방법 모두 노화된 공여자에서 만든 신경세포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보였어요.
노인 공여자의 iPSC가 보인 미토콘드리아 문제
- 미토콘드리아 생체에너지 생산 감소
- 활성산소(ROS) 생성 증가
- 미토콘드리아 막전위(membrane potential) 저하
- NAD+/NADH 비율 감소
- 미토콘드리아 네트워크 단편화
- 미토콘드리아 전체 질량 감소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iPSC 리프로그래밍은 핵의 DNA는 리셋하지만, 미토콘드리아의 노화 흔적은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는 거예요.
지워지지 않는 기록
지난 글(Healthspan 시대 2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미토콘드리아는 건강수명의 핵심이에요.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는 특별한 면이 있죠.
핵 DNA와는 별개로 자기만의 DNA를 갖고 있다는 거죠.
야마나카 인자는 핵 안의 유전자들을 리프로그래밍해요.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지우고, 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리죠.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에는 직접 작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세포의 "나이"를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연구실에서 iPSC를 다루면서 늘 궁금했어요.
"왜 어떤 iPSC 라인은 분화가 잘 되고, 어떤 라인은 유독 까다로울까?"
공여자의 나이도 변수 중 하나라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영향이 세포의 어떤 층위에서 나타나는지는 한 번에 설명되기 어려웠어요.
최근 연구들을 보면, 원인이 하나로 수렴되기보다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상태가 반복해서 중요한 단서가 되었어요.
노화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덜 만들고, 활성산소를 더 많이 만들어, 그 결과 세포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죠.
iPSC로 리프로그래밍하고, 다시 신경세포나 심근세포로 분화시켜도,
미토콘드리아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어요. 마치 새 엔진에 오래된 배터리를 단 것처럼요.
우리가 기대해온 ‘완벽한 리셋’
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이는 iPSC를 이용한 재생의료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것이죠.
‘완벽한 rejuvenation’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문제였던 거죠.
우리는 세포를 종종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포 안에는 수백,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고, 각각이 고유한 DNA와 시간의 흔적을 가지고 있어요.
핵을 리셋하더라도, 모든 미토콘드리아의 기록도 같은 방식으로 초기화되지는 않는 것이죠.

8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건강수명 시장에서 iPSC는 여전히 핵심 기술이에요.
다만 이제는, iPSC만으로 모든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인식하게 되었죠.
미토콘드리아의 상태까지 함께 고려해야, 세포의 ‘젊음’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건 iPSC의 한계라기보다는, 노화라는 현상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층적이라는 증거예요.
핵도 중요하고, 미토콘드리아도 중요하고, 아마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른 요소들도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예요.
즉,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조금 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해졌다는 의미인 것이죠.
최근 주목받는 접근법 중 하나는
Partial reprogramming, 이른바 '부분 리프로그래밍'이에요.
야마나카 인자를 사용해서 완전한 iPSC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짧은 시간만 사용해서 세포를 "부분적으로" 젊게 만드는 거죠.
세포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노화 흔적만 일부 지우는 거예요.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무는 부분도 많지만,
세포를 다루는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와 함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타깃 하는 연구도 활발해요.
NAD+ 전구체 보충, 미토파지 촉진, 그리고 미토콘드리아 전달이나 이식과 같은 방법들로,
한국의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같은 회사들이 이미 임상 단계에 있죠.
건강수명을 늘리는 일은 어떤 하나의 ‘결정적 기술’로 단번에 해결될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생물학적 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요.
핵 리프로그래밍 + 미토콘드리아 건강 + 세포외기질 최적화...
각각의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 안에 놓여 있는 것이죠.
iPSC는 여전히 강력한 도구예요. 다만 이제 우리는 알아요.
‘완벽한 리셋’이라는 표현보다는
세포의 시간을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게 바로 다음 세대 건강수명 기술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해요.
참고문헌
1. Lejri, I., et al. (2024). "Human iPSCs from Aged Donors Retain Their Mitochondrial Aging Signature."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5(20), 11199. Published October 18, 2024. https://www.mdpi.com/1422-0067/25/20/11199
2. Sturm, G., et al. (2025). "Tracing mitochondrial marks of neuronal aging in iPSCs-derived neurons and directly converted neurons." Nature Communications. Published May 10, 2025.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5-08152-2
3. Peng, B., & Zhang, H. (2025). "Mitochondrial homeostasis in stem cell senescence." Oral Science and Homeostatic Medicine, 1(1), 9610006. https://www.sciopen.com/article/10.26599/OSHM.2025.9610006
4. Longevity.Technology (2025). "2024 Annual Longevity Investment Report." Total financing reached $8.49 billion. https://longevity.technology/investment/report/annual-longevity-investment-report-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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