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네 가지 유전자는 마치 세포 속에 숨어 있는 스위치를 하나하나 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피부세포로서만 살아가던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이, 이 인자들의 작용으로 완전히 재편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1단계에서는 세포 내부에서 유전자 발현 패턴의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피부세포의 고유 기능을 지탱하던 유전자들은 점차 꺼지고, 대신 줄기세포 특유의 유전자 네트워크가 서서히 활성화됩니다.
2단계에서는 세포가 점차 ‘본래의 직업’을 잃어갑니다.
피부세포가 가진 구조적 특징이나 기능적 특성이 희미해지고, 대신 분화 가능성을 넓게 열어둔,
보다 유연한 상태로 변해 가는 것이죠.
실제로는 세포의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재조정되고, 후성유전학적(에피제네틱) 장벽이 하나씩 허물어지면서 가능해집니다. 즉, 리프로그래밍을 '유전자의 오케스트라'에 비유를 하자면, 이들은 새로운 지휘 아래 완전히 다른 곡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의 무한한 응용 분야
그렇다면,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를 굳이 다시 아기 세포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듯이,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오늘날 의학과 생명과학의 다음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됩니다.
재생의학: 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iPSCs를 통해 심장세포, 신경세포 등을 만들어 이식하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치료가 가능합니다.
신약 개발: 실제 환자 유래 세포로 약물을 시험해,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병 연구: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환자의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 질병 모델을 만들어 연구할 수 있습니다.
노화 연구: 세포의 나이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노화의 비밀을 풀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
물론 세포 리프로그래밍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안전성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일부 유전자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방법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세포가 원하는 형태로 안정적으로 분화하도록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분명히 인류의 의학과 생명과학에 혁신을 불러올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