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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 (2)
목차
세포들의 비밀스러운 협력 시스템
지난 글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지면 노화부터 심부전, 당뇨병까지 다양한 질병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런 얘기를 했었죠. "세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요.
무슨 뜻이었냐면요, 건강한 세포가 힘든 세포에게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나눠줄 수 있다는 겁니다.
마치 이웃집에 전기가 나갔을 때 발전기를 빌려주는 것처럼요.
실제로 우리 몸에서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독립된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미토콘드리아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1. 터널링 나노튜브: 세포 사이의 비밀 통로
2004년, 세포들 사이의 다리를 발견하다
2004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팀이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일부 세포들 사이에 아주 가느다란 관 같은 구조가 있는 것이었죠. 신경세포들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처음엔 현미경 오류인 줄 알았대요. 하지만 계속 관찰해보니 이게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물이었고, 놀랍게도 이 통로를 통해 세포 안의 물질들이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를 터널링 나노튜브(Tunneling Nanotubes, TNT)라고 이름 붙였어요. '터널링'이라는 이름이 딱 맞는 게, 정말 두 세포를 연결하는 터널처럼 생겼거든요.

세포들의 긴급 구조 작전
위기에 처한 세포가 있으면 이웃 세포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놀랍게도 건강한 세포가 직접 '손'을 뻗어 연결 통로를 만들어요.
TNT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찰한 영상을 보면, 한 세포가 마치 손을 뻗듯이 가느다란 돌기를 내밀고, 다른 세포도 돌기를 내밀어 서로 만나면 연결되는 겁니다. 이 통로의 지름은 머리카락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50-900nm 사이이며, 길이는 세포 지름의 수십 배까지 뻗어나가요. 멀리 떨어진 세포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 터널은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마치 재난 현장에 임시로 놓는 구조용 다리처럼, 필요할 때만 빠르게 만들어졌다가 임무가 끝나면 사라지죠.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이 통로를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요. 세포들의 긴급 구조 시스템인 셈입니다.
2. 누가, 누구를, 언제 돕는가

줄기세포: 가장 적극적인 도우미
미토콘드리아 전달에서 가장 활발한 역할을 하는 건 역시 줄기세포예요. 특히 중간엽 줄기세포(MSC)는 손상된 조직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TNT를 형성하고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보내줍니다.
- 심장 재생: 심근경색으로 손상된 심장세포에게 줄기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하면 세포 사멸이 감소하고 기능이 회복돼요.
- 폐 손상 회복: 급성 폐 손상 모델에서 골수 줄기세포가 폐 상피세포에게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해 회복을 돕는 게 관찰됐어요.
- 신경 보호: 뇌졸중 후 줄기세포가 손상된 뉴런에게 미토콘드리아를 공급하면 신경세포 생존율이 높아져요.
뇌에서의 에너지 공급망
뇌에서는 특이한 패턴이 있는데요요. 성상교세포(astrocytes)라는 뇌의 지지세포가 뉴런에게 미토콘드리아를 공급하는 겁니다. 뉴런은 에너지 소비가 엄청난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손상되면 성상교세포가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나눠줘서 도와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서 이 메커니즘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성상교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전달 능력을 높일 수 있다면,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에요.
근육세포들 간의 협력
운동 후 근육 회복 과정에서도 미토콘드리아 전달이 일어나요. 손상이 덜한 근육세포가 더 많이 손상된 세포에게 미토콘드리아를 보내서 회복을 돕는 것이죠. 이게 운동 후 회복 과정의 한 부분이라니, 우리 몸이 정말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3. 어떻게 '선택적으로' 배달할까
미토콘드리아 긴급 배달 시스템
세포 안에는 수백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는데, 어떻게 특정 미토콘드리아만 터널을 통해 이동할까요?
모든 미토콘드리아가 무작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정교한 호출과 운반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먼저 긴급 신호가 필요해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칼슘 농도가 변하는데, 이게 일종의 SOS 신호예요. 미토콘드리아 표면에는 이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칼슘 농도 변화를 포착하면 "출동 준비" 상태가 됩니다. 마치 119 신고가 들어오면 구급차가 대기하는 것과 비슷하죠. 즉, 손상된 세포의 "도와줘!"라는 화학 신호를 받으면, 미토콘드리아 표면의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출동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다음은 운반 과정인데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의 레일(세포골격)을 따라 이동하는데, 여기에 모터 단백질이라는 작은 운반책들이 필요해요. 이 운반책들은 미토콘드리아를 붙잡고 레일 위를 걸어가면서 터널 입구까지 데려다줍니다. 어떤 운반책은 세포 중심에서 바깥으로, 어떤 것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미토콘드리아를 정확한 위치로 이동시키는 거예요.
💡 용어 정리
터널링 나노튜브(TNT) 구조
- F-actin: 터널의 골격을 이루는 단백질 (철근 역할)
- 튜불린(Tubulin): 추가 지지 구조 (일부 TNT에만 존재)
- 크기: 지름 50-900nm, 길이는 세포 지름의 수십 배
미토콘드리아 운반 시스템
- Miro1: 긴급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 (칼슘 농도 감지)
- TRAK1/2: 센서와 운반책을 연결하는 어댑터
- Kinesin: 세포 중심 → 바깥쪽 방향 운반
- Dynein: 바깥쪽 → 세포 중심 방향 운반
- 미세소관(Microtubules): 미토콘드리아가 이동하는 레일
이 전체 과정은 자동으로 일어나지만, 무작위가 아닙니다. 긴급 신호가 있을 때만, 필요한 미토콘드리아만, 정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체계적인 시스템이죠. 이런 선택적 이동 덕분에 에너지가 낭비되지 않고, 정말 필요한 곳에만 미토콘드리아가 전달되는 것이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만 보낸다
더 놀라운 건 품질 관리 시스템이 있다는 점입니다. 세포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보내지 않아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만 선택해서 전달하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는 막전위가 낮고, 이런 미토콘드리아는 mitophagy라는 과정을 통해 제거됩니다. 전달되는 건 오직 막전위가 정상이고 기능이 좋은 미토콘드리아뿐이에요. 불량품을 보내지 않는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인 셈이죠.
4. 또 다른 배달 경로: 엑소좀
TNT가 유일한 배달 방법은 아니에요. 최근 연구에서 엑소좀(exosome)을 통해서도 미토콘드리아나 미토콘드리아 DNA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게 밝혀졌어요.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소포체로, 크기가 30-150 나노미터 정도로 아주 작고, 세포막과 비슷한 구조로 둘러싸여 있어요.
세포들은 엑소좀 안에 단백질, RNA, 때로는 미토콘드리아 조각을 담아서 다른 세포에게 보낼 수 있어요.
엑소좀 방식의 장점은 TNT처럼 직접 접촉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혈류를 타고 멀리 떨어진 조직까지 전달될 수 있죠. 단점은 온전한 미토콘드리아 전체를 보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미토콘드리아 DNA나 일부 구성요소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치료 응용 가능성은 높습니다. 줄기세포에서 나온 엑소좀만으로도 손상된 조직에 일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자연은 답을 알지만, 효율이 문제다
이렇게 정교한 시스템이 있는데도, 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질병으로 이어질까요? 문제는 효율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미토콘드리아 전달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요.
연구에 따르면 전체 세포 중 1-5% 정도만 TNT를 형성하고, 그나마도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됩니다.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개수도 한 번에 몇 개 수준이에요.
게다가 TNT 형성 조건이 까다로워요:
- 거리 제약: 세포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연결 불가
- 시간 제약: 통로가 오래 유지되지 않음
- 환경 조건: 염증이나 흉터 조직이 있으면 형성이 어려움
그래서 심각한 질병 상태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회복 메커니즘만으로는 부족해요.
손상된 세포가 너무 많거나, 환경이 너무 나쁘면 자연적인 미토콘드리아 전달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거죠.
바로 여기서 의학적 개입의 필요성이 생겨요.
과학자들은 이 자연스러운 과정을 어떻게 증폭시킬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는데요.
나노꽃처럼 미토콘드리아 생성 자체를 늘리는 방법, 직접 미토콘드리아를 이식하는 방법, 약물로 전달 효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험실에서 임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치료 기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나노물질부터 직접 이식까지, 현재 어떤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참고자료
- Science: Tunneling nanotubes: A new route for the exchange of components between cells (2004)
- Nature: Intercellular mitochondrial transfer: bioenergetic crosstalk between cells
- Cell Metabolism: Mitochondrial Transfer Between Cells Can Rescue Aerobic Respiration
- PNAS: Mesenchymal stem cells rescue mitochondrial fun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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