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Healthspan 시대 (1):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질문

생명공학의 발전은 많은 질병을 극복하게 했고, 우리는 어느새 100세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들어섰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장수’ 그 자체보다 건강한 장수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World Health Organization(WHO)는 2021년부터 향후 10년을

‘건강한 노화의 10년(Decade of Healthy Ageing)’으로 선언했는데요,

이는 전 세계 보건 정책의 중심이 수명(lifespan)에서 건강수명(healthspan)으로 이동함을 말해주고 있어요.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 2030년 8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Healthspan 시장
우리는 이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까 하는데요,

정책의 방향이 바뀌면, 자본도 그 흐름을 따르니까요. 

2024년 한 해 동안 건강수명과 관련된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84억 9천만 달러(약 12조 원)
전년 대비 220% 증가했어요.

이는 생명공학에도 새로운 방향과 트렌드를 불러오고 있어요.

 

최근의 바이오테크는 ‘노화를 극복' 기술뿐만 아니라,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기능 저하를 미루며, 질병 이전의 상태를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기술로의 관심도 늘고 있어요. 

줄기세포, 세포 대사,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직 재생 등의 연구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향하고 있는 것이죠. 


9년의 격차가 말해주는 것

2020년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평균 수명은 약 73세로 꾸준히 늘고 있어요,

하지만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즉 건강수명은 대략 64세 정도라고 해요.

9년의 차이죠.

 

어쩌면 이 9년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아프지 않고 스스로 일상을 꾸릴 수 있는 시간과,
의료와 돌봄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시간이
어디에서 갈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간격이 아니까 합니다.

 

건강수명 격차의 경제적 비용

  • 만성질환으로 인한 지난 20년간 글로벌 경제 손실: 47조 달러 (주요 국가들의 연간 GDP를 모두 합친 것에 가까운 규모)
  • 전체 기대수명을 1년만 늘려도 경제적 가치: 38조 달러
  • 전 세계 연간 사망의 71%가 만성질환으로 발생 (심혈관질환, 당뇨,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만성질환 부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

컬럼비아 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최근 보고서에서는 전체 기대수명을 1년 연장하는 것의 가치는 38조 달러,

10년 연장은 367조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어요.

그래서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건 ‘더 오래 사는 기술’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치료"에 쏟아붓는 돈보다 "예방"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죠.

 


폭발하는 시장, 변화하는 패러다임

Longevity Technology의 2024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놀라운 변화가 보이는 데요.

건강수명(Healthspan) 시장 전체 규모는
2023년 약 5조 3천억 달러(약 7,155조 원)에서
2030년에는 8조 달러(약 1경 8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요.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커지고 있느냐죠.

건강수명 시장은 이제 하나의 치료제가 아니라, 노화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분야는
의외로 완성된 치료제가 아니라, 디스커버리 플랫폼(discovery platforms)이었어요.
이 영역에만 26억 5천만 달러(약 3조 5,800억 원)가 몰렸습니다.

이 흐름이 의미하는 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제 ‘하나의 질병을 고치는 약’에서
노화라는 과정을 이해하고, 측정하고, 예측하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죠.
자동차 고장을 하나씩 고치는 것보다,
정비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2024년 건강수명 시장 4대 영역

  • 소비자 진단 & 케어 ($35억): 개인이 자신의 노화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도구들. 가장 빠른 성장세
  • 디스커버리 플랫폼 ($26.5억): 바이오마커 발견, 치료제 스크리닝 등 연구 기반 기술
  • 치료제 개발: 노화 관련 질환을 타겟하는 신약 개발
  • 세포 리주버네이션: 세포 수준의 젊음 회복 기술 (야마나카 인자, 세놀리틱스 등)

특히 눈에 띄는 건 투자 단계의 변화예요.

2024년 전체 투자의 31%가 후기 단계 벤처캐피털이었어요.

이는 초기 단계 투자가 주를 이뤘던 2021년과는 다른 모습이죠.

이건 이 분야가 "실험실 아이디어"에서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지리적으로 보면, 미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긴 해요. 

전 세계 건강수명 기업의 57%가 미국에 있고, 전체 투자액의 84%가 미국으로 흘러갔거든요.

하지만 재미있는 건, 엘리 릴리(Eli Lilly), 노바티스(Novartis)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에요. BioAge Labs와 엘리 릴리의 협력처럼, Big Pharma는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기회

건강수명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노화를 바라보는 언어가 정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줄기세포는 재생 가능성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와 염증의 조절 축을,

노화 바이오마커는 그 변화를 검증하는 기준을 보여주면서,

이 세 요소는 노화를 측정하고 개입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요소들이 함께하기 좋은 조건을 이미 갖춘 나라가 한국이라 할 수 있는데요.

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기준 기대 건강수명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할 것으로 예측돼요.
이는 단순한 기대치라기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생명과학 인프라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줄기세포 배양과 분화 기술, 재생의료 임상 경험, 그리고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 구조까지.

한국은 건강수명을 미래의 산업으로 미루기보다 현재형 문제로 먼저 마주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건강수명이 개념이나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기술과 서비스로 검증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죠.

어찌 보면 이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시장이 가장 먼저 형성되고, 수요가 가장 절실한 곳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건강수명이라는 질문의 시작

지난 100년간 우리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라는 질문에 꽤 성공적으로 답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30년 늘었으니까요.

 

이제 남은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
그리고 이 질문은 훨씬 복잡하고, 더 근본적인 질문에 이기도 하죠.

 

2030년 8조 달러 시장이라는 숫자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제가 더 주목하는 건 이 분야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에요.

이는 "질병이 생기면 치료한다"는 대응의 의학에서, 

"질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학의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을 세포 수준에서 다시 들여다보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살펴보려고 해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터,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갱신하는 메커니즘까지.
건강수명이 결국 어디에서 결정되는지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생각이에요.

건강하게 늙는다는 건, 결국 세포가 건강하게 늙는다는 의미니까요.

참고문헌

1. Longevity.Technology. (2025). "2024 Annual Longevity Investment Report." Total financing reached $8.49 billion across 331 deals. https://longevity.technology/investment/report/annual-longevity-investment-report-2024/

2. 7wire Ventures. (2025). "Turning Lifespan into Healthspan: The Future of Longevity." Market projected to grow from $5.3T (2023) to $8T by 2030. https://www.7wireventures.com/perspectives/turning-lifespan-into-healthspan-the-future-of-longevity/

3. Olshansky, S.J., et al. (2021). "Longevity leap: mind the healthspan gap." npj Regenerative Medicine, 6, 57. Global healthspan-lifespan gap: 9 year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36-021-00169-5

4.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1). "UN Decade of Healthy Ageing 2021-2030." Paradigm shift from lifespan to healthspan. https://www.who.int/initiatives/decade-of-healthy-ageing

5. Scientific American. (2025). "The Healthspan Economy." Slowing aging by 1 year yields $37 trillion in welfare gains.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custom-media/google-cloud/the-healthspan-economy/

6. Entrepreneur. (2025). "This Trillion-Dollar Industry Is Where You Need to Look For Your Next Investment." Longevity economy projected to reach $27T by 2030. https://www.entrepreneur.com/leadership/this-trillion-dollar-industry-is-where-you-need-to-look-for/494495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