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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 (3)



자연 전달의 한계

지난 글에서 세포들이 TNT라는 터널을 만들어 미토콘드리아를 나누어 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분명한 한계 또한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TNT를 형성하는 세포는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손상이 심각하면 이웃 세포조차 도울 여력이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자연적인 전달만을 기다리지 말고,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넣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수혈처럼요. 이러한 연구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동물 실험이 진행 중이었으며,

손상된 심장 조직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했더니 기능이 회복되는 걸까지도 확인했죠.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첫째, 외부에서 온 미토콘드리아를 세포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둘째, 받아들인다면 그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을 할까?


외부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세포 안으로 들어갈까

 세포막을 통과하는 방법

의아했던 점은, 미토콘드리아는 지름이 0.5-1μm 정도 되는 꽤 큰 구조물인데, 어떻게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였어요. 세포막은 기본적으로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는 장벽이니까요.

🔍 크기 비교: 미토콘드리아는 얼마나 클까?

세포가 평소 흡수하는 것들:

- 포도당 분자: 1nm
- 단백질: 🔵🔵🔵🔵🔵 5-50nm (5-50배)
- 바이러스: 🔴🔴🔴🔴🔴🔴🔴🔴🔴🔴 20-300nm (20-300배)

미토콘드리아:

🟠🟠🟠🟠🟠🟠🟠🟠🟠🟠🟠🟠🟠🟠🟠🟠🟠🟠🟠🟠
500-1,000nm (500-1,000배!)

💡 이게 얼마나 큰 걸까요?
세포막 두께(7-10nm)의 50-100배입니다. 비유하자면, 입 크기가 2cm인 사람이 지름 1m짜리 수박을 통째로 삼키려는 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특수한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답은 엔도사이토시스(endocytosis)라는 과정으로 세포가 외부 물질을 "삼키는" 방식이에요. 세포막이 미토콘드리아를 감싸면서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고, 결국 세포 안으로 완전히 끌어당기는 거죠. 마치 아메바가 먹이를 잡아먹는 것처럼요.

 

특히 흥미로운 건 이 과정이 액틴(actin)이라는 단백질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액틴은 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물질인데, 미토콘드리아를 잡아당기는 데도 쓰이더군요. 연구팀이 액틴의 작동을 막았더니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어요.

 손상된 세포가 더 잘 받아들인다

더 흥미 있는 사실은 건강한 세포보다 손상된 세포가 외부 미토콘드리아를 훨씬 더 잘 받아들여요. 왜 그럴까요?

세포는 엔도사이토시스로 외부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감싸 베시클로 만들고 안으로 끌어들어요.

 

손상된 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이죠. ATP가 떨어지면 세포는 "배고픈" 상태가 되고, 이때 세포막의 투과성이 변해요. 외부 물질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일종의 생존 메커니즘인 셈입니다. 실제로 허혈 손상 모델에서 손상된 심근세포들이 미토콘드리아를 더 활발하게 흡수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더 빨리 많이 마시는 것처럼요.


새로 들어온 미토콘드리아가 만드는 변화

미토콘드리아 이식 - 세포가 외부 미토콘드리아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변화
새로 들어온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청소를 시작하고, 염증을 낮추며, ATP 생산을 회복시켜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청소 시작

2024년 Nature에 중요한 발견이 발표되었어요. 연구팀은 외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서 단순히 에너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놀랍게도 외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오토파지(autophagy)를 작동시킨다는 것이에요.

오토파지는 "자가 청소" 시스템으로 세포가 손상되거나 쓸모없어진 부품들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과정이죠.

 

외부에서 들어온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신호를 보내면, 세포는 기존에 있던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들을 골라내서 제거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세포 안에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들만 남게 되어, 전체 미토콘드리아 풀(pool)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죠.

 염증 반응 억제

또 다른 중요한 효과는 염증 감소예요.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세포 안에서 염증 신호가 만들어지는데, 특히 NF-κB라는 경로가 활성화돼요. 이 경로가 과도하게 작동하면 주변 조직까지 손상시킬 수 있어요.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오면 이 염증 경로가 억제됩니다. 자가면역질환인 근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 이식 후 혈액 속 염증 지표들이 감소하는 게 확인됐어요.

 에너지 생산 재개

당연하게도,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ATP 생산이죠. 손상된 심장 조직에 미토콘드리아를 주입한 실험에서, 조직의 ATP 농도가 주입 후 4시간 만에 정상 수준의 80-90%까지 회복됐습니다. 주입 전에는 40-5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죠.


왜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있을까

처음 연구자들이 의아해했던 부분은요, 심장세포 하나에는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는데, 외부에서 주입하는 양은 그에 비하면 극히 적거든요.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전체 미토콘드리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요.

 

그런데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거든요. 심장수술 중 미토콘드리아를 주입받은 소아 환자들의 경우, 생명유지장치에서 벗어나는 비율이 기존 40%에서 80%로 올라갔습니다. 단 1%의 미토콘드리아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작은 불씨로 큰 불을 살린다

답은 앞서 설명한 오토파지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외부 미토콘드리아는 직접 모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세포의 자가복구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는 거예요.

 

즉, 외부 미토콘드리아는:

  •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라는 신호를 전달
  • 염증 경로 차단
  • 세포의 품질관리 시스템 재가동
  • 남아있는 미토콘드리아의 효율 개선

결과적으로 세포 전체의 에너지 생산 능력이 회복되는 겁니다.

 자가 미토콘드리아를 쓰는 이유

현재 임상에서 시도되는 대부분의 미토콘드리아 이식은 환자 자신의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합니다. 심장수술 중에 환자의 가슴 근육이나 복부 근육에서 소량의 조직을 떼어내고, 여기서 미토콘드리아를 분리해서 손상된 심장에 주입하는 방식이에요.

 

왜 자기 것을 쓸까요? 면역 거부반응 때문입니다. 미토콘드리아도 자체 DNA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것을 쓰면 면역계가 공격할 수 있거든요. 자가 미토콘드리아를 쓰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탯줄 유래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동종(다른 사람)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면역원성이 낮아서 거부반응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 전문 용어 정리

엔도사이토시스 세포막이 외부 물질을 감싸서 안으로 끌어당기는 과정
액틴 세포 골격 단백질, 미토콘드리아 흡수에 필수
오토파지 세포의 자가 청소 시스템, 손상된 구조물 제거
NF-κB 경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신호 전달 경로
자가 미토콘드리아 환자 자신의 조직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
동종 미토콘드리아 다른 사람(주로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

세포의 자가복구 능력을 깨우다

미토콘드리아 이식 치료의 핵심은 "교체"가 아니라 "촉발"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소량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품질관리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고, 세포 스스로 회복할 수 있게 돕는 거죠.

 

이 과정을 정리하면:

  1. 손상된 세포가 외부 미토콘드리아를 액틴 기반 엔도사이토시스로 흡수
  2. 들어온 미토콘드리아가 오토파지를 촉발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제거
  3. 염증 경로(NF-κB) 억제
  4. 전체 미토콘드리아 풀의 질 개선
  5. ATP 생산과 세포 기능 회복

 

현재 심장 허혈 손상, 자가면역성 근염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뇌졸중, 신장 손상, 심지어 암 치료에까지 연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을 복구한다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다양한 질병의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발전하고 있는 거죠.

 

다음 글에서는 이런 연구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관들과 바이오텍 기업들, 그리고 이 분야의 시장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1. Melero-Martin et al. (2024). "Mitochondrial transfer triggers selective autophagy to improve recipient cell fitness." Nature.

2. McCully et al. (2016). "Mitochondrial transplantation for therapeutic use." 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

3. Emani et al. (2018). "Mitochondrial transplantation: applications for pediatric patients with congenital heart disease." Translational Pediatrics.

4. Cowan et al. (2016). "Intracoronary Delivery of Mitochondria to the Ischemic Heart for Cardioprotection." PLOS ONE.

5.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2025). "PN-101 임상 2상 연구."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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