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왜 iPSCs인가?

앞서 살펴본 CAR-T 치료제는 재발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별 환자의 T세포를 활용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상, 고비용, 복잡한 제조 공정, 치료 접근성의 제한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범용(off-the-shelf)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Cs)는 자가 복제 및 다분화능을 동시에 지닌 세포로, 안정적인 품질의 면역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잠재적인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iPSCs가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의 핵심 원료로 부상하게 된 배경과 함께, 이를 기반으로 한 세포 치료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그 기술적 원리와 연구 동향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만능세포, iPSCs의 특성과 가능성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는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처음 개발한 기술로, 이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은 줄기세포를 배아로부터 얻지 않고도, 체세포를 이용해 유사한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드는 길을 열어주며 줄기세포 연구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체 세포를 초기화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

iPSCs 기술의 핵심은 성체 세포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 능력에 있습니다. 이는 피부나 혈액 등 성체 조직에서 유래한 세포에 특정 유전자 인자(일명 '야마나카 4인자': Oct4, Sox2, Klf4, c-Myc)를 도입해, 이들을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입니다. 리프로그래밍을 통해 생성된 iPSCs는 이후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획득하게 됩니다1.

성체 세포를 초기화하는 '리프로그래밍' 기술

 

이 기술은 윤리적 논란이 있는 배아줄기세포(ESC)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았으며, 현재 재생의학, 약물 스크리닝, 유전자 치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한한 자기재생능력과 다분화능: 치료제 생산의 기반

iPSCs는 실험실 조건에서 장기간 배양이 가능하며, 안정적으로 자기재생(self-renewal)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외부 신호와 배양 조건에 따라 신경세포, 심근세포, 간세포, 면역세포 등 거의 모든 체세포로 분화(pluripotency)시킬 수 있어, 치료제 개발의 기반 물질로써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개별 환자의 세포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어, iPSCs를 이용해 고품질의 면역세포(NK세포, T세포 등)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CAR-T와 같은 환자 맞춤형 치료제가 가진 생산성, 비용, 접근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연구에서는 iPSC 유래 NK세포가 고형암과 혈액암에 대한 면역 효과를 보여주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iPSCs를 면역 세포로 전환하는 기술: 분화와 유전자 조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치료에 적합한 면역 세포로 안정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고도로 정제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을 ‘분화(differentiation)’라고 하며,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의 핵심 단계 중 하나입니다.

 NK세포와 T세포로 분화시키는 정교한 기술

과학자들은 iPSCs를 원하는 면역 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해 마치 요리사가 레시피를 따르듯 정교한 '분화 프로토콜'을 사용합니다. 이 프로토콜에는 특정 세포의 성장을 유도하는 다양한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이 순차적으로 투여됩니다. 예를 들어, iPSCs를 자연살해세포(NK세포) 분화시키기 위해서는 특정 환경에서 단계별로 NK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물질들을 넣어주어, 약 2-3주 안에 90% 이상의 순도를 가진 NK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2.

 

T세포의 경우, iPSCs에서 유도된 조혈모세포를 흉선 유사 미세환경(thymic epithelial cell coculture 또는 Notch signaling 기반 시스템)에서 배양함으로써 기능성 T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실제 환자 맞춤형 면역치료 또는 ‘범용(allogeneic)’ 치료 플랫폼 개발에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3.

 유전자 가위(CRISPR)를 활용한 면역 세포 기능 조절

iPSC 유래 면역 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CRISPR-Cas9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면역 세포에 다음과 같은 유전적 변형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 암세포 표적 능력 강화: 특정 종양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삽입하여 표적 정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Fate Therapeutics는 iPSC 유래 NK세포에 CAR 유전자를 도입한 FT596이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 면역 거부 반응 회피: 환자의 면역계가 공격할 수 있는 유전자(예: MHC Class I)를 제거하여, '동종(allogeneic)' 치료제로서의 안전성을 확보합니다4.
  • 세포 생존력과 지속성 강화: IL-15 과발현 등의 방법을 통해 체내 지속성과 항암 효능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일관성을 갖춘 ‘기성형(off-the-shelf)’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치료제의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는 기술

연구실 수준에서 소량의 세포를 생산하는 것과, 수많은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치료제를 대규모로 제조하는 것은 다른 과제입니다. iPSC 기반 면역세포 치료제가 임상적·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과 품질의 일관성, 그리고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iPSCs, 차세대 면역 세포 치료제의 원료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와 자동화

iPSCs에서 유래한 면역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이오리액터는 세포 배양 환경(온도, pH, 산소 농도, 전단 응력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세포의 증식 및 분화를 일정한 품질로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Fate Therapeutics는 iPSC 유래 NK세포 치료제를 GMP 수준의 폐쇄형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에서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백 명의 환자에게 일관된 품질의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양액(미디어)의 성분 최적화, 배지 교체 주기 조절, 자동화 플랫폼을 이용한 스케일업(scale-up) 기술이 병행되어, 제조 비용 절감생산 시간 단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에 동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균일한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품질 관리

iPSC 기반 치료제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안전성과 품질의 일관성 확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iPSCs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미분화 세포가 치료제에 남아 있을 경우 종양(테라토마)을 형성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최종 제품에는 미분화 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었음을 입증하는 잔존 검사(Residual Cell Testing)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유전자 편집이 포함된 경우, 비의도성 오프타깃 편집이나 삽입/결실 변이(indels)가 치료제의 안전성과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의 정밀 분석을 통해 이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GMP 기준의 품질 관리(Quality Control, QC) 체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생물학적 활성 시험, 세포 표현형 분석, 세포 독성 평가 등의 항목이 통합적으로 관리됩니다.


iPSC 기반 범용 CAR-T 개발의 임상 단계와 주요 과제

이론적 가능성과 실험실에서의 유효을 넘어, iPSC 기반 범용 CAR-T 치료제는 임상 시험을 통해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범용(off-the-shelf) 면역 세포 치료제는 자가세포 기반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개발하는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활발하게 임상 시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te Therapeutics는 iPSC 유래 NK세포(CB-010 등)와 T세포(CB-011) 기반 면역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현재 일부 후보물질은 임상 1상 단계에서 혈액암 및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초기 효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요 기술적 과제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임상 및 상업화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 안전성 및 독성 관리: 투여된 iPSC 유래 면역 세포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신경학적 독성 등과 같은 면역 관련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유전자 편집에 따른 비의도적 효과(off-target effects)도 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 세포 생착 및 지속성 확보: 자가 CAR-T와 달리, 동종(allogeneic) 세포는 수용자의 면역계에 의해 제거될 수 있어, 체내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하며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평가 지표입니다. 이를 위해 면역 거부 반응 회피를 위한 유전자 조작(MHC 제거 등) 기술이 함께 활용되고 있습니다.
  • 대량 생산 및 일관성: iPSC 기반 치료제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GMP 수준의 대규모 생산 공정품질 일관성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동일한 iPSC 마스터 셀 뱅크에서 생산된 치료제가 다수의 환자에게 투여되기 때문에, 생산 배치 간의 세포 기능과 안전성의 변동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처럼 iPSC 기반 CAR-T 및 NK세포 치료제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상용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신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임상 2상 이상의 결과가 축적됨에 따라, 이 기술이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혁신을 넘어, 치료의 현실로

CAR-T 치료제가 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는 그 가능성을 보다 넓은 환자군에게 확장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성체 세포를 되돌려 확보한 iPSCs는 균일한 품질의 면역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치료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물론, 임상적 안전성과 장기적인 효과 검증, 대규모 생산 체계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진전과 초기 임상 결과들을 통해, iPSC 기반 면역 세포 치료제는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Takahashi, K., & Yamanaka, S. (2006). "Induction of pluripotent stem cells from mouse embryonic and adult fibroblast cultures by defined factors." Cell, 126(4), 663-676.
  2. Nishimura, T., et al. (2020). "Generation of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Derived Natural Killer Cells Using a Small-Molecule-Based Differentiation System." Stem Cell Reports, 15(1), 164-177.
  3. Theoharides, T. C., et al. (2021). "Allogeneic CAR-T Cells: The Next Generation of Cancer Immunotherapy." Frontiers in Immunology, 12, 694025.
  4. Xie, W., et al. (2023). "CRISPR-Edited Allogeneic CAR-T Cells: The Present and the Future." Cancers, 15(1), 227.

 

관련 글 

 

유전자 가위(CRISPR)와 줄기세포의 만남: 질병의 원인을 고치다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목차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 운명적인 만남유전자 가위(CRISPR-Cas9)란 무엇인가?줄기세포 유전자 편집의 핵심: 왜 줄기세포인가?유전자 가

elitemara.com

 

 

줄기세포로 만드는 배양육 생산의 핵심: 대량 생산 기술의 최적화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목차연구실에서 식탁으로, 대량 생산의 도전배양육의 '맛'과 '경제성'을 결정하는 영양분: 배지(Culture Media) 혁신혈청 없는 배지(Serum-free med

elitemara.com

 

 

줄기세포 품질 관리: 안전하고 정확한 연구를 위한 필수 조건 (오염, 변이 검증)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목차줄기세포 연구의 보이지 않는 영웅, 품질 관리줄기세포 배양의 최대 적: 미생물 오염세균 및 곰팡이 오염: 눈에 보이는 위협마이코플

elitemara.com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