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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연구실에서 식탁으로, 대량 생산의 도전

지난 글에서는 배양육이 무엇이며, 왜 이 기술이 환경, 윤리, 식량 안보 등 인류의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받는지 그 개념과 필요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배양육이 도축 없이 동물의 세포만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방식이라는 점도 함께 이해했죠. 이제 이 흥미로운 기술이 연구실의 실험에서,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관문인, '대규모 생산의 최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배양육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대량으로 안정적인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바로 줄기세포 배양 기술의 최적화에 있습니다. 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지'를 어떻게 할지, 수십억 개의 세포를 효율적으로 키워낼 '바이오리액터'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고기 특유의 '질감'을 만들어낼 '스캐폴드'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과학적, 공학적 난제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배양육을 연구실에서 식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이러한 핵심 기술들의 발전과 최적화 노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배양육의 '맛'과 '경제성'을 결정하는 영양분: 배지(Culture Media) 혁신

배양육 생산에서 세포 배지는 세포의 생존, 증식, 분화를 위한 필수적인 '영양분'입니다. 동시에 전체 생산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배지 기술의 혁신은 배양육의 상업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  혈청 없는 배지(Serum-free media): 윤리적, 경제적, 규제적 돌파구

초기 세포 배양에는 소 태아 혈청(Fetal Bovine Serum, FBS)과 같은 동물 유래 혈청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FBS는 다양한 성장인자와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어 세포 성장에 효과적이지만,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 윤리적 문제: 동물의 혈액에서 추출되므로 배양육의 핵심 가치인 '동물 복지'와 상충됩니다.
  • 경제적 문제: FBS는 매우 고가이며, 가격 변동성이 커서 대규모 생산에 큰 부담이 됩니다.
  • 규제적 문제: 최종 식품에 동물 유래 성분이 포함될 경우 규제 승인 절차가 복잡해지며, 알레르기 반응이나 병원체 오염의 잠재적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혈청 배지(Serum-free media) 개발이 배양육 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무혈청 배지는 혈청을 완전히 배제하고 세포 성장에 필요한 모든 성분(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성장인자 등)을 정제된 형태로 포함합니다. 이는 배양육의 윤리적 가치를 높이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며, 최종 제품의 안전성과 규제 승인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1.

▶ 화학적으로 정의된 배지(Chemically defined media): 일관성과 안전성 확보

무혈청 배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화학적으로 정의된 배지(Chemically defined media)는 모든 구성 성분의 화학적 구조와 농도를 정확히 알고 있는 합성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배지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제공합니다:

  • 재현성 및 일관성: 성분 조성이 명확하므로 배양 과정의 재현성과 최종 제품의 품질 일관성을 보장합니다.
  • 안전성: 불순물이나 잠재적인 오염원으로부터 자유로워 제품의 안전성을 높입니다.
  • 최적화 용이성: 특정 성분의 농도 조절을 통해 세포 성장 및 분화 효율을 정밀하게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으로 정의된 배지 개발은 배양육의 상업화와 대중화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 혁신입니다.

▶ 성장인자(Growth Factors) 및 영양소 최적화: 비용 절감의 핵심

배지 내 성장인자(Growth Factors)는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유도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하지만 성장인자는 생산 비용이 매우 높아 배양육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성장인자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비용 효율적인 대체 성장인자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에서 추출한 성장인자나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한 성장인자, 혹은 성장인자 없이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s) 개발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5. 또한, 세포가 효율적으로 영양소를 흡수하고 대사 할 수 있도록 배지 내 아미노산, 비타민, 지방산 등의 영양소 구성을 최적화하는 연구도 지속적인 비용 절감에 기여합니다.

▶ 식품 등급(Food-grade) 배지: 식용 안전성을 위한 필수 조건

최종적으로 사람이 섭취할 배양육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지 성분 자체도 식품 등급(Food-grade)으로 인증받은 것이어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연구용 배지와는 다른 기준을 요구하며, 모든 구성 성분이 인체에 무해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배지 성분 재활용 기술(media recycling) 또한 배지 비용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규모 생산의 심장: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기술의 진화

수십억 개의 세포를 효율적이고 위생적으로 대량 증식하고 조직화하는 것은 배양육 상업화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입니다. 바이오리액터는 마치 대규모 양조장처럼 세포 배양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 다양한 바이오리액터 시스템: 부유형과 부착형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바이오리액터는 주로 세포의 성장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부유형 바이오리액터 (Suspension Bioreactors): 세포가 배지 내에서 부유하며 성장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세포의 대량 증식 단계에 사용되며, 기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널리 사용되던 대규모 발효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스케일업에 유리합니다. 교반(stirring)이나 공기 주입(airlift)을 통해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고르게 공급합니다.
  • 부착형 바이오리액터 (Adherent Bioreactors): 세포가 표면에 부착하여 성장하는 방식입니다. 근육 줄기세포와 같이 부착성이 강한 세포나, 3차원 조직을 형성해야 하는 분화 단계에 주로 사용됩니다. 마이크로캐리어(microcarrier)를 활용하여 부착 면적을 넓히거나, 멤브레인(membrane) 기반 시스템을 통해 세포를 지지합니다6.

두 방식 모두 세포에 적절한 산소, 영양분, pH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스케일업(Scale-up) 전략: 효율적인 대규모 배양

연구실의 작은 플라스크에서 생산된 배양육을 상업적으로 유통 가능한 수준으로 늘리는 스케일업(Scale-up)은 배양육 산업의 가장 큰 기술적 도전 과제입니다. 수십만 리터 규모의 대형 바이오리액터에서 수십억 개의 세포를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복잡한 공학적 설계와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세포 밀도, 산소 전달 효율, 교반으로 인한 세포 손상, 배지 교환 방식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최적의 스케일업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인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합니다.

▶ 자동화 및 공정 제어: 품질과 생산성의 일관성

대규모 배양육 생산에는 자동화(Automation)와 정교한 공정 제어(Process Control)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센서를 통해 배양액의 pH, 온도, 산소 농도, 영양분 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하여 세포가 최적의 조건에서 성장하도록 합니다.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된 배지 교환, 세포 계대배양, 샘플링 등은 인적 오류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최종 제품의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은 방대한 배양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산 공정을 더욱 최적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기의 질감을 만드는 뼈대: 스캐폴드(Scaffold) 기술의 발전

배양육이 실제 고기처럼 느껴지기 위해서는, 근육 섬유의 방향성과 지방의 분포가 어우러진 3차원적인 질감(texture)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스캐폴드(Scaffold) 기술입니다. 스캐폴드는 세포가 부착하고 성장하며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 물리적인 뼈대이자 미세 환경을 제공합니다.

▶ 스캐폴드의 역할: 3D 구조 형성 및 질감 구현

스캐폴드는 배양육 생산에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 세포 부착 및 증식 지원: 세포가 표면에 안정적으로 부착하여 효율적으로 증식하도록 돕습니다.
  • 3D 조직 형성 유도: 세포들이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하도록 유도하여 실제 근육 조직과 유사한 형태를 만듭니다.
  • 영양분 및 산소 전달: 스캐폴드의 다공성 구조를 통해 배지 내 영양분과 산소가 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합니다.
  • 질감 및 식감 구현: 스캐폴드의 물리적 특성(경도, 탄성)과 세포 배열이 최종 배양육 제품의 질감과 식감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 생체 적합성 및 식용 가능한 재료 탐색

배양육에 사용되는 스캐폴드는 세포 성장을 지원하는 생체 적합성(biocompatible)을 가져야 하며, 최종적으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식용 가능(edible)한 재료여야 합니다. 현재 다양한 재료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 천연 고분자: 콜라겐, 젤라틴, 셀룰로스, 키토산, 알지네이트 등은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고 생분해성이 좋으며, 일부는 이미 식품으로도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 식물성 재료: 콩 단백질, 밀 글루텐, 해조류 유래 다당류 등은 식물성 대체육의 질감을 구현하는 데도 활용되며, 배양육 스캐폴드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7. 이는 최종 제품의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더욱 강화합니다.
  • 합성 고분자: PLA, PGA 등 생분해성 합성 고분자도 연구되지만, 식용 가능성 및 규제 승인 측면에서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 3D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과의 융합: 맞춤형 고기 형태 구현

미래에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배양육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스캐폴드 재료를 '바이오잉크'처럼 사용하여 원하는 모양과 질감의 3차원 구조물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실제 고기처럼 근육과 지방의 배열을 정교하게 제어하여 스테이크와 같은 통육(whole-cut meat) 형태의 배양육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진짜 고기'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기술이 될 것입니다8.

 


배양육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중화되기 어렵습니다. 현재 배양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생산 비용입니다. 따라서 비용 절감은 배양육 산업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한 다각적인 연구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 주요 비용 동인 분석: 배지, 에너지, 설비

배양육 생산 비용의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서 발생합니다:

  • 배지 비용: 특히 고가의 성장인자와 영양소 성분이 전체 생산 비용의 50~80%를 차지합니다.
  • 바이오리액터 및 설비 비용: 대규모 무균 배양 설비 구축 및 유지보수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 에너지 비용: 배양기의 온도, pH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 인건비: 초기에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 비용 절감 전략

이러한 비용 동인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 배지 최적화 및 재활용: 앞서 언급했듯이 저렴한 식품 등급 배지 개발, 성장인자 사용량 최소화, 그리고 사용한 배지를 정제하여 재활용하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 세포 증식 속도 및 효율 향상: 더 빠르게 증식하고, 더 효율적으로 고기 조직을 형성하는 세포주 개발은 단위 생산량당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 공정 자동화 및 스케일업: 대규모 자동화된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 폐기물 최소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친환경 공정 개발도 장기적인 비용 절감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배양육 생산 비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전통 육류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9.

 


기술 혁신이 이끄는 배양육의 상업화 시대

배양육은 '실험실 고기'라는 호기심에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강력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는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품질의 대체육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있습니다. 혈청 없는 화학적으로 정의된 배지 개발, 대규모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의 진화, 그리고 고기의 질감을 구현하는 스캐폴드 기술의 발전은 배양육의 상업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높은 생산 비용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있지만, 이 분야의 과학자들과 기업들은 배지 최적화, 스케일업, 공정 자동화 등을 통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들이 하나씩 해결될수록 배양육은 더욱 저렴하고, 안전하며, 대중적인 식품이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식탁의 풍경을 바꾸며, 지구 환경 보호, 동물 복지 향상, 그리고 미래 식량 안보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Post, M. J. (2014). Cultured meat in-vitro meat production. *Meat Science*, 98(3), 398-401.

2. Specht, L. (2020). *An Introduction to Cultivated Meat*. The Good Food Institute.

3. GFI (Good Food Institute). (2024). *Cultivated Meat: A Primer*. (최신 정보는 GFI 웹사이트에서 확인 가능).

4. Guest, J., et al. (2025). The potential environmental impacts of cultivated meat and cultured milk. *Future Foods*, 1, 100003. (향후 연구 트렌드 예측)

5. Hwang, Y., et al. (2021). Current challenges and future perspectives of scaffolds in cultured meat production. *Trends in Biotechnology*, 39(12), 1269-1282.

6. Smetana, S., et al. (2021). Bioreactors for large-scale production of cultured meat. *Current Opinion in Food Science*, 42, 1-7.

7. Hanga, M. P., et al. (2020). Scaffolds for cellular agriculture. *Journal of the American Oil Chemists' Society*, 97(11), 1229-1240.

8. Ong, C. S., et al. (2022). 3D bioprinting for cultured meat: Current status and future trends. *Biomaterials*, 280, 121287.

9. Swartz, E. S., & Levenberg, S. (2022). Economic and technical challenges for cell-based meat production. *Trends in Biotechnology*, 40(6), 660-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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