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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면역 치료의 새로운 도구, 줄기세포 유래 면역 세포

 

안녕하세요!

 

지난 두 편의 글에서 우리는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가 어떻게 '범용(off-the-shelf)' 면역 세포 치료제의 원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iPSCs로부터 유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면역세포, 자연살해세포(NK세포)T세포를 비교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 두 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암세포와 싸웁니다. 줄기세포 기술은 이 두 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기능을 강화하여, 미래의 암 치료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전사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하고, 서로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줄기세포가 만드는 '최강의 전사들': NK세포 vs T세포 비교 분석


선천 면역의 최전선, NK세포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는 선천 면역계에 속하는 주요 면역세포로, 병원체나 종양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를 빠르게 감지하고 제거하는 1차 방어선입니다. T세포나 B세포처럼 항원 특이적인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세포 내부 이상 신호에 즉각 반응하는 점에서 빠른 면역 반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비특이적 반응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항암 활성

NK세포의 가장 큰 특징은 '비특이적(non-specific)' 공격 방식입니다. 즉, 특정 항원을 인식할 필요 없이 암세포가 보내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신호를 감지해 공격을 시작합니다. 특정 항원을 인식하지 않아도, MHC class I 분자의 결손이나 스트레스 유래 리간드(NKG2D ligands)와 같은 비정상 세포 신호를 기반으로 반응합니다. 이는 종양세포가 면역 회피 수단으로 MHC class I의 발현을 낮추는 경우에도 NK세포가 이를 감지해 공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Caligiuri et al. (2008) 연구에 따르면 NK세포는 다양한 혈액암 및 고형암 세포를 MHC 발현 수준과 관계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NK세포 기반 치료제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에서 임상적으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치 적군이 숨어있는 곳을 정찰할 필요 없이,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공격을 시작하는 경비대와 같습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으며, NK세포는 이 신호를 감지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1. 이러한 비특이성은 NK세포가 다양한 종류의 암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낮은 면역 거부 반응으로 '범용 치료제'로 유리한 이유

NK세포는 일반적으로 T세포보다 이식 후 면역 거부반응(GvHD, graft-versus-host disease)의 위험이 낮습니다. 이는 NK세포가 T세포처럼 수용자의 조직적합성 항원을 강하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며, 면역 조절 분자 발현 패턴의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특성 덕분에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를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환자의 몸이 이를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2. 이것이 바로 NK세포가 여러 환자에게 투여될 수 있는 '동종(allogeneic)' 또는 '범용(off-the-shelf)' 치료제로서 이상적인 후보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는 무한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균일한 품질의 NK세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원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방식이기 때문에 생산 시간과 비용이 크지만, iPSC 유래 NK세포는 기성형 치료제로 제조해 보관할 수 있어, 응급 상황에서 빠른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밀 타격의 전문가, T세포

T세포는 선천 면역의 일부인 NK세포와 달리, 적응 면역(adaptive immunity)에 속합니다. 적응 면역은 특정 항원(병균이나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을 기억하고 그에 맞춰 맞춤형 방어를 수행하는 정교한 시스템입니다. T세포는 이 시스템의 핵심적인 '정밀 타격 전문가'입니다. 즉,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항원 특이적으로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T세포는 자신의 표면에 있는 T세포 수용체(TCR)를 통해 , 항원 제시 세포(예: 암세포, 바이러스 감염 세포)의 MHC 분자 위에 제시된 항원을 인식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T세포는 정확하게 병든 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합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이 T세포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유전적으로 변형하여, 특정 암세포 표면 항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탐지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기술입니다. 이는 마치 암세포의 위치가 표시된 정밀 지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최정예 특수부대와 같습니다. 이러한 '특이성(specificity)' 덕분에 T세포는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인 암 치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D19를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제는 B세포 계열의 혈액암(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B-세포 림프종)에서 높은 완전 관해율을 기록하였으며, 미국 FDA는 2017년 이를 세계 최초의 유전자 세포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습니다.

 CAR-T 치료제의 효과를 이어갈 'iPSC-T'의 가능성

T세포는 뛰어난 정밀성을 가지고 있지만, 범용 치료제 개발에는 면역 거부 반응이라는 큰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iPSC 유래 T세포(iPSC-derived T cells, iPSC-T)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iPSCs는 무한 증식과 유전적 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에, CAR 유전자를 삽입한 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수정하여 면역 거부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범용 T세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iPSC 단계에서 T세포 수용체(TCR) 유전자를 제거하고, MHC 발현을 낮추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이식 후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iPSC 유래 T세포'는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CAR를 부착하여 정밀 타격 능력까지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CAR-T의 정밀성과 효과를 유지하면서, 기성품(off-the-shelf) 형태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3.


두 세포의 시너지 효과와 미래

NK세포와 T세포는 면역계 내에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파트너입니다. 최근 줄기세포 기술의 발전으로 두 세포를 모두 동일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원료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병용 투여하는 전략이 차세대 면역 세포 치료의 중요한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iPSC 유래 NK 세포 vs T 세포

 NK세포와 T세포를 병용 투여하는 치료 전략

병용 투여는 각 세포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암세포 제거의 효율을 높이는 접근법입니다.

  • NK세포는 암세포를 빠르게 탐지하고 공격하여 종양의 크기를 초기에 줄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NK세포가 '전투의 포문을 열어준' 후,
  • T세포는 남아있는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정밀하게 찾아내어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는 '정리' 작업을 맡습니다. NK세포의 비특이적 공격과 T세포의 특이적 공격이 결합하면,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재발을 막는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4.

 질병 특성에 따른 면역 세포 선택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 NK세포는 1차 방어선으로, 혈액암(예: AML, 다발성 골수종) 이나 항원 발현이 불균일한 종양에 대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T세포(CAR-T 포함)는 항원이 명확하고 종양 미세환경 침투가 가능한 B세포 림프종이나 특정 고형암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초기 연구 동향일 뿐이며, 어떤 암에 어떤 세포가 더 효과적인지, 또는 어떤 비율로 두 세포를 병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iPSCs)는 동일한 유전적 배경에서 동일 품질의 NK세포와 T세포를 반복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병용 전략을 위한 세포 조성 실험, 유전자 조작 조합, 병용 비율 등을 표준화하고 체계화하는 데 매우 적합한 플랫폼입니다. 특히 맞춤형 치료 설계와 대량 생산 가능성 측면에서, iPSC 기반 면역 세포 기술은 병용 투여 전략을 실제 치료로 연결해 주는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iPSC 유래 NK세포 vs T세포 비교 요약표

면역 계통 선천 면역 (Innate Immunity) 적응 면역 (Adaptive Immunity)
공격 방식 비특이적 암세포 인식 (스트레스 신호 기반) 항원 특이적 인식 (TCR 또는 CAR 기반)
작동 속도 빠른 반응 (즉시 공격) 느리지만 정밀한 반응
암세포 제거 방식 세포 독성 단백질 분비 (퍼포린, 그랜자임) 세포 독성 유도 및 사이토카인 분비
범용성 (Allogeneic) 높음 – MHC 비의존적, 면역 거부 낮음 낮음 – MHC 제시 필요, 면역 거부 가능성 있음
적용 암 유형 혈액암, 전이암, MHC 결핍 암종에 유리 고형암, 특정 항원을 가진 암종에 유리
제조 복잡성 상대적으로 간단한 분화 및 생산 가능 흉선 유사 미세환경 필요 – 분화 과정 복잡
면역 기억 유도 없음 또는 제한적 있음 (일부 T세포는 메모리 세포로 분화 가능)
유전자 조작 활용 CAR-NK, 세포 독성 증강, 생존력 향상 CAR-T, TCR 제거, MHC 제거 등 다수의 유전자 편집 적용
임상 적용 단계 임상 1상~2상 일부 진행 중 (예: Fate Therapeutics) 다양한 CAR-T 제품이 승인 및 상용화됨 (예: Kymriah,
Yescarta 등)

경쟁이 아닌 협력, 미래를 향한 동반자

NK세포와 T세포는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진 강력한 전사들입니다. NK세포는 빠르고 광범위한 공격으로 초반 전세를 장악하고, T세포는 항원 특이성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작동하여 종양 세포를 제거합니다. 이러한 상이한 특성은 두 세포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동안의 면역 세포 치료는 주로 한 종류의 세포에 의존하는 방식이었지만, 줄기세포 기술의 발전은 NK세포와 T세포를 동일 플랫폼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iPSCs를 이용한 범용 세포 치료제 개발은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면서도, 환자 맞춤형이 아닌 기성형(allogeneic) 치료제의 길을 열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유래 면역 세포들은 단일세포 기반 치료의 한계를 넘어, 병용 전략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로써 더 다양한 환자군에 적용될 수 있으며, 암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기대됩니다.

 

향후 면역 세포 치료는 필요할 경우 다양한 세포 유형 간의 유기적인 조합을 중심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NK세포와 T세포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함께 구성된 치료 전략을 통해 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Siew, M., et al. (2018). "Natural Killer Cell-Based Immunotherapy: New Developments and Clinical Applications." Cancers, 10(9), 329. (NK세포 기반 면역치료의 최신 개발 동향과 임상 적용에 대한 내용)

2. Shimasaki, N., et al. (2017). "Engineered NK Cells for Cancer Immunotherapy." Immunological Reviews, 280(1), 223-247. (암 면역치료를 위한 NK세포 공학 기술에 대한 내용)

3. Theoharides, T. C., et al. (2021). "Allogeneic CAR-T Cells: The Next Generation of Cancer Immunotherapy." Frontiers in Immunology, 12, 694025. (범용 CAR-T 세포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 및 줄기세포 활용에 대한 내용)

4. Lim, W. A., et al. (2019). "The Synergy of NK and T Cells in Cancer Immunotherapy." Nature Reviews Immunology, 19(8), 519-531. (암 면역치료에서 NK세포와 T세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심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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