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류가 오랜 기간 극복을 시도해 온 난치성 질환인 암에 대해 면역 체계를 활용하는 면역세포 치료제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치료제입니다. CAR-T 치료는 환자 자신의 T세포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도입해, 변형된 T세포가 암세포를 정밀하게 인식하고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마치 환자의 몸속에 '암세포 저격수'를 만들어 넣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백혈병과 림프종 등 일부 혈액암 환자에서 두드러진 치료 효과를 보이며, 기존 치료 옵션이 한정적이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AR-T 치료제의 빛과 그림자: 놀라운 효과와 냉혹한 현실
CAR-T 치료제가 보여준 임상적 성공은 여러 연구와 실제 환자 사례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첨단 치료 기술과 마찬가지로, CAR-T 역시 기술적·임상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줄기세포 기반의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 필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치료의 혁신을 가져온 CAR-T
CAR-T 치료제는 환자 개개인의 T세포를 이용하는 자가(Autologous) 세포 치료제입니다. 치료 과정은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발현시키고, 이를 다시 환자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 덕분에 면역 거부 반응 위험이 낮고,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노바티스(Novartis)의 CAR-T 치료제 킴리아(Kymriah, tisagenlecleucel)는 기존 항암 화학요법에 반응하지 않던 재발성·불응성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 소아·청소년 환자 임상시험에서 약 83%의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를 달성했습니다1.
또 다른 예로,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의 예스카타(Yescarta, axicabtagene ciloleucel)는 재발성·불응성 대세포형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 전체 반응률(ORR) 83%, 완전 관해율(CR)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58%라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2.
이러한 성과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학적 의미가 큽니다.
고비용, 복잡성, 그리고 접근성의 장벽
CAR-T 치료제는 획기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 고비용 문제: CAR-T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T세포를 이용하는 맞춤형 자가(Autologous) 치료제이므로 대량 생산이 어렵습니다. 한 명의 환자 치료에 필요한 비용은 치료제 가격만 수십만 달러, 우리 돈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3. 여기에 입원·부작용 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총 치료비는 훨씬 높아집니다. 이러한 비용 구조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 복잡하고 긴 제조 과정: CAR-T 제조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하고, 바이러스 벡터 등을 이용해 유전자 조작한 뒤, 세포를 증식·배양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전 과정은 평균 2~4주가 소요되며, 일부 경우에는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진행된 한 임상에서는 제조 지연으로 인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투여가 불가능했던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4. 이 과정은 숙련된 전문 인력과 고가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시설을 필요로 하며, 제조 실패율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 환자별 T세포의 품질 차이: 모든 환자가 CAR-T 제작에 적합한 수준의 건강한 T세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 환자나 여러 차례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T세포 수와 기능이 크게 저하되어 있어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까지 승인된 CAR-T 치료제는 주로 혈액암에 효과적이며, 고형암에 대해서는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성, T세포 침투 제한, 항원 이질성 등의 이유로 제한적인 성과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5.
줄기세포, 새로운 대안으로
CAR-T 치료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새로운 접근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면역세포 치료제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확보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대량의 면역세포를 생산하고, 이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off-the-shelf) 치료제로 개발하는 전략입니다.
줄기세포,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는 무한한 자기 복제 능력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균일한 품질의 면역세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복잡하고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제조 비용 절감뿐 아니라 생산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일본 교토대학과 다카라바이오(Takara Bio)는 iPSC를 이용해 범용 CAR-T 세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세포들은 미리 제조·보관해 필요시 바로 투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페이트 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 역시 iPSC 유래 NK세포 및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여, 고형암과 혈액암 임상시험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환자가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세포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하며, 현재의 CAR-T가 직면한 공급·비용·접근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CAR-T를 넘어, 범용 치료제로
CAR-T 치료제는 암 치료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의학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조 비용, 복잡한 생산 과정, 환자 개별 세포 품질 차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범용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은, 미리 대량 생산·보관한 세포를 필요시 즉시 투여할 수 있어, 치료 대기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접근성을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습니다. 특히 iPSC 기반 기술은 균일한 품질의 면역세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며, 궁극적으로는 치료 비용 절감과 글로벌 의료 형평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더 많은 환자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 Maude SL, et al. (2018) "Tisagenlecleucel in Children and Young Adults with B-Cell Lymphoblastic Leukemia." N Engl J Meds, 1378, 439–448.
- ZNeelapu SS, et al. (2017). "Axicabtagene Ciloleucel CAR T-Cell Therapy in Refractory Large B-Cell Lymphoma." N Engl J Med, 377, 2531–2544.
- Whittington, M.D. et al. (2019). "Economic Evaluation of 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Therapy for B-Cell Lymphomas" JAMA Netw Open, 2(9), e1912472.
- Turtle CJ, et al. (2016). "CD19 CAR–T cells of defined CD4+:CD8+ composition in adult B cell ALL patients." J Clin Invest, 126(6), 2123–2138.
- Hou B, Tang Y, Li W, Zeng Q, Chang D. (2020). "Efficiency of CAR-T therapy for treatment of solid tumors." J Hematol Oncol, 13(1), 129.
- Whittington, M.D. et al. (2020). "Generation of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Derived Natural Killer Cells Using a Small-Molecule-Based Differentiation System." Stem Cell Reports, 15(1), 164-177.
관련 글
줄기세포란? 만능 세포의 정의와 종류
15년 차 줄기세포 연구 박사가 알려주는 줄기세포의 이해줄기세포, 21세기 생명 과학의 이해안녕하세요! 15년간 줄기세포 연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라는 단어, 뉴스나 건강 프로그
elitemara.com
줄기세포 분화 유도: 원하는 세포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스위치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목차 (Contents)줄기세포의 '변신' 능력, 어떻게 제어할까?줄기세포 분화 유도의 핵심 원리와 전략1. 세포 분화, 왜 일어나고 어떻게 조절될까?
elitemara.com
유전자 가위(CRISPR)와 줄기세포의 만남: 질병의 원인을 고치다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목차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 운명적인 만남유전자 가위(CRISPR-Cas9)란 무엇인가?줄기세포 유전자 편집의 핵심: 왜 줄기세포인가?유전자 가
elitemara.com
'생명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기세포 AI 융합 연구: 윤리적 고려와 미래 전망 (16) | 2025.08.04 |
---|---|
줄기세포 AI 융합 시대의 개척자들: 혁신을 이끄는 국내외 기업들 (13) | 2025.08.03 |
AI 기반 줄기세포 치료의 개인화: 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 (10) | 2025.08.02 |
AI와 함께 가속화되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신약 후보 발굴부터 최적화까지 (24) | 2025.08.01 |
인공지능,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눈이 되다: 방대한 데이터의 재해석 (25) | 202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