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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신경 재생 트렌드 (2) 


 


게이오 대학의 iPSC 척수 손상 치료: 세포로 신경을 다시 잇다

최근 척수 손상 재생 연구에서 흥미로운 진전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네요.

지난 글에서 소개한 한국 IBS/연세대 연구팀의 MAOB 억제제가 신경 재생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접근이었다면,

이번에는 일본 게이오(Keio) 대학 연구팀이 손상된 신경을 직접 대하는 세포 치료의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Japanese scientists use stem cell treatment to restore movement in spinal injury patients

A stem cell treatment helped improve the motor function of two out of four patients with a spinal cord injury in the first clinical study of its kind, Japanese scientists said.

medicalxpress.com

2025년 3월, 히데유키 오카노(Hideyuki Okano) 교수와 마사야 나카무라(Masaya Nakamura) 교수가 이끄는

게이오 대학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신경세포를 척수 손상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4명의 완전 마비 환자 중 2명에서 운동 기능의 개선이 확인되었고,

그중 한 명은 독립적으로 서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1. 이식된 iPSC-유래 신경세포는 무엇을 하는가

게이오 연구팀은 교토대학 CiRA(Center for iPS Cell Research and Application)에서 제공받은 임상 등급 iPSC를 이용해 신경줄기세포/전구세포(neural stem/progenitor cells, NS/PCs)로 분화시켰어요. 모든 치료제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의 확보인데요. iPSC의 경우 가장 큰 우려사항은 이식 후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종양을 형성할 가능성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이 없는(integration-free) iPSC를 사용했고, 염색체 분석과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엄격한 품질 관리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분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능성 표지자인 OCT4가 더 이상 발현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세포의 90% 이상이 SOX1과 Nestin과 같은 신경줄기세포 표지자를 발현하고 있음을 검증했습니다.

즉, 미분화 세포의 잔존을 최소화하고, 순도 높은 신경줄기세포 집단만을 확보했다 것을 의미해요.

척수 손상 환자가 다시 걷다: 일본 iPS 세포 치료의 임상 도전과 성과
척수 손상 치료의 과정: 이식된 줄기세포가 끊어진 신경을 다시 잇다

 이식 세포가 만드는 새로운 신경 연결망 

게이오 연구팀은 20년에 걸친 동물 실험을 통해 iPSC 유래 신경세포가 척수 손상 부위에서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상세히 밝혀는데요. 오카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식된 신경줄기세포는 뉴런(neurones), 성상교세포(astrocytes), 희소돌기교세포(oligodenrocytes) 등으로 분화하기에 "발달 과정이 다시 일어난다"라고 했습니다. 그중 희소돌기교세포는 손상으로 벗겨진 수초(myelin)를 다시 복구해 신경 신호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또한 놀란운 점은 이 이식된 세포들은 척수의 손상된 부위를 단지 채우는 것이 아닌, 실제로 손상 부의의 상하에 위치에 있던 기존의 신경세포들과 신경 네트워크를 재구축하였다는 것인데요. 이는 이 뉴런들이 위쪽 척수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 아래쪽으로 전달하며, 마치 끊어진 다리의 중간 부위처럼 신호 전달의 릴레이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영양, 지지, 연결: 회복을 위한 미세환경 재구축 

이식된 세포는 직접적인 회로 재건 외에도 간접적으로 재생 환경을 개선했는데요. 이 신경전구세포들은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 GDNF(교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 등 다양한 신경영양인자를 분비해 손상된 신경 세포의 생존을 도우며 새로운 연결 형성을 촉진합니다. 또한 성상교세포로 분화된 세포들은 주변 축삭이 자랄 수 있는 지지 발판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이식된 세포는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촉진하여 손상 부위의 혈액 공급을 개선하였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충분한 혈액 공급은 조직 회복에 필수적이며, 이식된 세포 자체의 생존에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복합적 작용 덕분에, 동물 모델에서는 체중을 지탱하며 걷는 수준까지 운동 기능이 회복됨이 관찰되었습니다. 

 


2. 아급성기, 회복의 황금 시간을 잡아라

게이오대 연구팀은 손상 후 2~4주(14~28일) , 즉 아급성기(subacute phase)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요. 

이 시기가 왜 중요할까요?

척수는 손상되면 처음에는 극심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요. 이를 급성기라고 하는데, 이때는 심한 염증반응으로 마치 전쟁터처럼 환경이 너무 혼란스러워 이식된 세포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시간이 너무 지나면 손상 부위에 단단한 흉터 조직(glial scar)이 형성되어, 신경 재생을 방해하는 물질들이 가득 차게 됩니다. 이를 만성기라고 하죠. 

 

아급성기는 바로 이 두 극단 사이의 '골디락스 존'으로 급성기의 심한 염증은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아직 만성적인 흉터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이죠. 연구팀은 앞선 동물 실험을 통해 이 시기에 세포를 이식했을 때 생존율도 높고 치료 효과도 가장 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마치 씨앗을 심을 때 토양의 상태가 중요한 것과 같아요. 너무 척박하거나 너무 굳어버린 땅보다는, 적당히 준비된 땅이 가장 좋은 것처럼 말이죠.

척수 손상 후 2-4주, 세포치료의 골든타임: 염증은 가라앉고 흉터는 아직 굳지 않은 최적의 순간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4명의 환자는 모두 완전 마비(AIS-A 등급)였고, 손상 위치는 목뼈에서 등뼈까지 다양했습니다. 각 환자의 척수 손상 부위에는 약 200만 개의 iPSC 유래 신경전구세포가 이식되었습니다.

 1년 후, 확인된 희망과 한계 

2025년 4월, 게이오 대학이 발표한 1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보여주었어요. 

가장 중요했던 안전성 측면에서, 1년 동안 종양 형성이나 심각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iPSC 치료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종양 위험이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효과 측면에서는 4명 중 2명에서 의미 있는 기능 회복이 확인되었어요. 

한 노년 남성 환자는 독립적으로 서는 것이 가능해졌고, 보행 연습까지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 마비 환자가 스스로 일어서는 것,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환자는 상지 기능이 회복되어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되찾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 연구는 iPSC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요.

2006년 야마나카 교수의 iPSC 발견 이후 약 20년 만에, 이 기술이 척수 손상이라는 난치성 질환 치료에 실제로 적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2명의 환자에서는 최소한의 개선만 관찰되었는데요.

이는 척수 손상 치료가 여전히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손상의 정확한 위치, 손상 정도, 환자의 나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 수많은 변수들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는 만능 치료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부 환자에게서 명확한 개선이 확인되었다는 것, 그리고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분명 중요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3. 두 가지 접근법: 브레이크 풀기 vs 새 부품 공급하기

척수 손상 치료를 자동차 수리에 비유해 볼게요. 

지난 글에서 소개한 MAOB 억제제는 엔진이 멈춰있는 이유를 찾아 브레이크를 푸는 것으로, GABA라는 억제 물질을 제거하여 몸의 내재적 재생 능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었죠.

 

반면 게이오 대학의 iPSC 치료는 손상된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외부에서 건강한 신경세포를 공급하여 끊어진 회로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두 접근법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함께 사용했을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MAOB 억제로 억제성 GABA 환경을 제거하고 성장 촉진 물질인 BDNF가 풍부한 환경을 만든 다음, 거기에 iPSC 세포를 이식한다면 어떨까요? 이식된 세포는 훨씬 더 우호적인 환경에서 자리를 잡고, 더 활발하게 신경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치료법은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MAOB 억제제는 환자 자신의 신경조직이 가진 재생 능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은 지만, 이미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반대로 iPSC 이식은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수의 새로운 신경세포를 공급할 수 있지만, 이식된 세포가 몸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 주변 조직과 잘 통합되도록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결국 최선의 치료법은 환자의 상태, 손상의 정도와 위치, 그리고 손상 후 경과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어쩌면 미래의 척수 손상 치료는 이 두 가지 전략을 환자 맞춤형으로 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지도 모릅니다.

 


4. 다음 단계로: 더 많은 환자를 위한 여정

오카노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임상시험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더 많은 환자를 포함하고 대조군을 설정하여 치료 효과를 더욱 명확히 검증할 예정인데요.

특히 연구팀이 주목하는 것은 만성기 척수 손상 환자들입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손상 후 2-4주 사이의 아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실제로 척수 손상 환자의 대부분은 이미 만성기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만성기에는 단단한 흉터 조직과 재생을 억제하는 환경이 더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아급성기와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다시 만약 MAOB 억제제 같은 환경 조절 약물로 만성기의 억제적인 환경을 먼저 완화시킨 다음,

그 상태에서 iPSC 세포를 이식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복합 치료 전략이 만성기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척수 손상 재생 연구는 이제 여러 방법으로 진전되고 있어요.

약물로 재생의 브레이크를 푸는 접근, 세포로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드는 접근,

그리고 머지않아 이 둘을 결합한 맞춤형 복합 치료까지 현실이 될 것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척수 손상 치료가,

이제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가능성의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게이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그 여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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