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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 신경 재생 트렌드 (1) 

 


척수 손상, 이제 치료 가능할까? 회복을 막던 '브레이크'를 찾았다

2025년 9월, 국내 연구진이 3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신경재생의 수수께끼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연세대학교 의대 공동연구팀은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한 논문에서,

척수 손상 후 신경이 다시 자라지 못하는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인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신경 신호를 억제하는 역할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
손상된 척수에서도 ‘회복을 막는 브레이크’처럼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별아교세포(astrocyte) 속의 효소 MAOB(모노아민 산화효소 B)가 GABA를 과다하게 만들어
신경 재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죠. 

 

GABA identified as key blocker of neural repair in spinal cord injury

Spinal cord injuries caused by external trauma, such as traffic accidents or falls, often lead to the permanent loss of motor and sensory functions.

www.news-medical.net

 

연구팀은 MAOB(모노아민 산화효소 B)라는 효소를 억제하면 GABA 생성이 줄어들고,

손상된 척수의 신경이 다시 자라나며 운동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을

쥐, 원숭이, 그리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에서 확인했습니다.

척수 손상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죠.

 


1. 척수 손상, 왜 회복이 어려울까?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인한 척수 손상은 뇌와 몸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가 끊어지는 것인데요. 손상 부위 아래의 운동 기능과 감각이 영구적으로 상실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성인 포유류의 중추신경계는 한번 손상되면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정설이었습니다. 

신경 재생을 막는 장벽, 별아교세포가 만든 신경교세포 흉터(glial scar)

그 주된 이유는 신경교세포 흉터(glial scar) 때문으로, 척수가 손상되면 별아교세포(astrocyte)들이 빠르게 증식하며 손상 부위를 감싸며 흉터를 만듭니다. 이는 마치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딱지가 생기는 것과 비슷해요.

그러나 이 흉터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 급성기(손상 직후): 손상 부위를 격리시켜 염증이 퍼지는 것을 막고, 혈액-척수 장벽을 복구하는 보호 역할을 해요.
  • 만성기(시간 경과 후): 신경 축삭(axon,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는 긴 돌기)이 다시 자라는 것을 물리적·화학적으로 차단합니다.

"그럼 흉터를 제거하면 피부처럼 새살이 돋아나듯 신경도 재생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신경 재생은 피부 재생과는 다릅니다. 피부세포는 분열해서 늘어날 수 있지만, 성숙한 신경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아요. 또한 신경세포의 축삭이 다시 자라려면 정확한 경로를 찾아 목표 지점까지 수십 센티미터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는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라 할 수 있죠.

 

또한, 더 근본적인 의문이 될 수 있는데요,

 

"흉터가 물리적 장벽이 되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화학적으로 어떻게 신경 재생을 막는 걸까?

그 '브레이크'는 정확히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분자 수준의 명확한 답은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기존의 치료법들은 주로 다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 급성기 염증 억제
  • 재활 치료: 남아있는 기능 최대한 활용
  • 통증 관리: 신경병증성 통증 완화
  • 합병증 예방: 욕창, 요로감염 등 방지

이런한 치료법들은 분명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신경 재생을 직접 유도하지는 못했어요. 즉, 손상된 신경 회로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관리하고 2차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신경 재생을 가로막는 '화학적 브레이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2025년 한국 연구진의 발견이 이 오랜 수수께끼에 답을 제시한 것입니다.

 


2. MAOB-GABA 축: 신경재생 억제 메카니즘의 발견

연구팀은 척수손상 마우스 모델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MAOB-GABA 축의 작동 메커니즘

  • 1단계: 척수 손상 후 활성화된 별아교세포(astrocytes)에서 MAOB( Monoamine Oxidase B, 모노아민 산화효소 B) 효소의 발현의 급증 확인
  • 2단계: 증가된 MAOB는 GABA(Gamma-Aminobutyric Acid, 감마-아미노부티르산) 합성을 촉진하여, 손상 부위에서 GABA 농도가 정상 척수에 비해 현저히 증가함
  • 3단계: 과도하게 축적된 GABA는 신경 성장에 필수적인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와 그 수용체 TrkB의 발현을 억제
  • 4단계: BDNF-TrkB 신호 경로가 차단되면서 신경 축삭의 재성장에 필요한 성장 신호가 억제

MAOB-GABA 축: 별아교세포에서 시작되어 신경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분자적 브레이크 메카니즘

 GABA의 이중적 역할

GABA는 원래 뇌에서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으로, 적절한 양의 GABA는 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필수 물질로 작용해요.

 

하지만 척수 손상 부위에서는 다르게 작용하게 되는데요. 별아교세포가 MAOB를 통해 GABA를 과잉 생산하면, 이 GABA가 신경 성장 신호까지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연구팀에 따르면, 척수의 회복 시스템이 '분자적 브레이크(molecular brake)' 상태 있게 되는 것이죠.

 


3. 치료 후보 물질 KDS2010: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까지

 KDS2010의 작용기전과 약물 특성

KDS2010(Thisolazilline)MAOB(모노아민 산화효소 B) 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기존의 비가역적 억제제와 달리 가역적(reversible)으로 작용해 안전성을 높였어요.

 

연구팀은 MAOB – GABA – BDNF/TrkB 경로를 억제하여 신경 재생을 저해하는 ‘분자적 브레이크’를 해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는데요. 이는, MAOB 억제로 GABA 과잉 생성을 줄이고 → BDNF/TrkB 신호를 복원해 → 신경 성장과 기능 회복을 촉진함을 확인 한 것입니다. 

척수신경 다시 자랄 수 있을까? 2025년 한국 연구진이 찾은 답
KDS2010의 단계적 개발 과정: 분자 메커니즘 규명 → 동물 모델 검증 → 사람 안전성 확인

 전임상 및 임상 1상 성과

전임상 연구에서는 KDS2010은 마우스·원숭이 모델 모두에서 안정성과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척수 신경 손상 후 운동 기능 개선, 축삭 재성장, 미엘린 재생, 손상 부위 공동 감소 등의 회복 정도가 개선됨을 확인하였는데요.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유전자 변형 생쥐를 상용해  메커니즘을 검증했어요.

  • MAOB가 없는 생쥐: 척수 손상 후에도 회복됨
  • 별아교세포만 MAOB가 없는 쥐: MAOB가 없는 생쥐의 77% 수준 회복
  • 별아교세포 MAOB가 과도한 생쥐: 거의 회복 안 됨

따라서, 별아교세포의 MAOB-GABA 경로가 척수 재생 실패의 주요 요인임을 입증했습니다.

 

이들 그룹은 또한  임상 1상(2022–2024)에서는 건강한 성인 88명(20~70대, 평균 30 세, 고령자 8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였는데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 심각한 부작용 없음 
  • 경미한 부작용만 발생 (졸음, 눈 건조, 코막힘 등)
  • 모두 자연스럽게 회복됨
  • 120 mg 용량이 동물실험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으로 확인
  •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
  • 한국인과 서양인 차이 없음 

이번 임상 1상 결과는 KDS2010이 건강한 성인에게서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이제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치료 방향의 변화

기존 치료 새로운 접근
염증 억제 재생 신호 활성화
증상 관리 근본 원인 해결
악화 방지 회복 촉진


연구팀은 또한 이어질 임상 시험을 통해
기존 치료가 손상 악화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신경이 스스로 다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가 갖는 의미와 향후 과제

이번 발견은 척수 손상 치료에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명확한 분자 표적을 제시 

수십 년간 신경교세포 흉터가 재생을 막는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자가 관여하는지는 불분명했어요.

이번 연구로 MAOB-GABA-BDNF/TrkB 경로라는 명확한 분자 표적이 확인된 것이죠.

 

둘째, 기존 치료와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기존 치료는 주로 염증 억제나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MAOB 억제는 신경 재생을 직접 촉진한다는 것이죠.

이는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신경세포가 다시 자라나고, 신경을 감싸는 미엘린이 재생되며,

손상 부위를 가로지르는 축삭이 관찰하였습니다.

 

셋째, 다양한 회복 단계에서 효과

연구팀은 손상 후 여러 시점(1일, 2주, 6주)에서 치료를 시작했을 때 모두 회복 효과를 확인했어요.

손상 2주 후에 시작한 치료가 가장 일관된 결과를 보였지만, 6주가 지난 만성기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는 오래된 손상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넷째, 여러 종에서 일관된 결과 (종간 일관성)

쥐, 원숭이, 그리고 건강한 사람에서 단계적으로 검증되었는데요. 

여러 종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남은 과제와 향후 방향

물론 해결해야 할 질문들이 남아 있는데요.

급성기 치료에서 일부 동물만 회복된 것은, DAO(diamine oxidase)라는 대체 효소 경로가 활성화되어

GABA가 계속 생성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DAO 억제제와의 병용 치료가 향후 보완 전략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험실에서 관찰된 신경 재생과 기능 회복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광유전학(optogenetics)이나 화학유전학(chemogenetics) 등 정밀한 도구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필요로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KDS2010은 이미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백질 뇌졸중 모델에서도 효과를 보여,
이 경로가 여러 중추신경계 질환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범신경 재생 메커니즘일 가능성을 시사해요.
따라서 KDS2010은 척수 손상뿐 아니라 신경퇴행성 질환 전반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치료제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임상 2상 시험에서는 손상 정도(ASIA 척도), 시기(급성·아급성·만성),
재활치료 병용 효과 등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수십 년 만에 등장하는 첫 신경 재생 치료제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마무리

척수 손상은 환자 개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건이며, 가족과 사회에도 큰 부담을 남깁니다.
오랫동안 의학계는 “성인의 중추신경계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정설을 받아들여 왔는데요.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 재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강력한 억제 메커니즘이 작동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평소 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GABA가 척수 손상 부위에서는

오히려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
그리고 MAOB 억제제를 통해 이 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실험적 근거

척수 손상 치료 접근법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KDS2010이 동물 실험과 임상 1상을 마치고 이제 환자 대상 임상 2상으로 진입한 만큼,
향후 임상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다면,

이는 수십 년 만에 척수손상 환자들에게 신경 재생을 목표로 한 첫 치료 옵션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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