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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span 시대 (6): 노화를 치료한다는 말은, 결국 노쇠를 줄인다는 뜻일까


지난 다섯 편에서 healthspan 시장이 어떻게 커지고 있는지,

미토콘드리아와 에피제네틱 시계가 노화 생물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야기했어요.

연구실 안에서 세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가 많았죠.

 

이번 글은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해요.

그 모든 세포 수준의 개입이, 실제 환자의 몸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에요.

 

2026년 2월, Cell Stem Cell에 흥미로운 임상 결과가 실렸는데요.

줄기세포 치료가 노쇠(frailty) 환자에서 신체 기능 개선 가능성을 보여준 무작위 배정 2b상 시험이에요.

오늘은 이 연구를 중심으로, 노쇠라는 개념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 볼까 해요.


노쇠란 무엇인가 — 노화와 어떻게 다른가

"노쇠하다"는 표현,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일까요?

아마 허약 혹은 허약노인 등의 표현들이 더 친숙하지 않을까 해요.

 

그런데 임상에서 노쇠(frailty)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의미로 쓰여요.

단순히 '많이 늙었다'는 뜻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임상적 증후군이에요.

 

쉽게 말하면, 같은 80세라도 어떤 분은 혼자 장을 보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별 어려움이 없고,

어떤 분은 평지를 걷는 것도 버거워하며 작은 감염 하나에도 입원으로 이어져요.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노쇠예요. 나이보다는 신체 기능의 취약성 수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 노쇠(frailty)를 판단하는 기준 — 이번 연구에서 쓴 임상 척도

이번 연구는 CFS(Clinical Frailty Scale)라는 척도를 사용했어요.

1점(매우 건강)부터 9점(말기)까지로 나뉘는데, 연구 참여자는 5점(경증 노쇠) 또는 6점(중등도 노쇠)군이었어요.

5점 정도면 “느리긴 하지만 혼자 걷고 일상생활을 하는 수준”,

6점은 “계단이나 야외 보행에 도움이 필요한 수준” 정도로 이해할 수 있어요.

 

또 하나의 조건이 있었는데, 혈중 TNF-α가 2.5 pg/mL 이상인 분들을 모집했어요.

TNF-α는 대표적인 염증 사이토카인이에요.

즉, 이 연구는 저등급 만성 염증이 동반된 노쇠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에요.

노쇠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 때문인데요.

노쇠 상태에 있는 노인은 낙상, 골절, 장기 입원, 수술 후 합병증, 인지 저하, 그리고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현저히 높아요.

 

문제는 지금까지 노쇠 자체를 직접 겨냥하는 의학적 치료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죠.


지금까지 노쇠에 효과적인 치료가 없었던 이유

운동 처방이나 영양 개입이 노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꽤 있어요.

하지만 이미 노쇠 상태에 들어선 환자에게 운동을 시키는 건 쉽지 않고, 운동만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요.

 

생물학적으로 보면 노쇠의 밑바닥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변화가 있어요.

저등급 만성 염증 (연구자들이 inflammaging(염증+노화)이라고 부르는 상태)이 지속되고,

혈관 내피 기능이 떨어지고, 근육 줄기세포를 포함한 내인성 줄기세포의 수와 기능이 감소해요.

노쇠(허약)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얽힌 변화의 결과예요.

 

문제는 이 변화들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하나의 약으로는 전체 흐름을 끊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라로메스트로셀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번 연구는 라로메스트로셀(laromestrocel), 또는 Lomecel-B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포 치료제예요.

젊고 건강한 성인 기증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동종 중간엽줄기세포(allogeneic MSC)예요.

내 세포가 아니라 공여자의 세포를 쓴다는 점에서 '동종(allogeneic)'이라고 불려요.

 

이 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논문은 몇 가지 경로를 제시하는데요.

핵심은 혈관 보호와 항염증이에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점이 있어요.
이 치료가 손상된 조직을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거예요.

중간엽줄기세포(MSC)는 실제로 조직에 자리 잡아 직접 분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성장인자와 사이토카인을 분비해서 주변 환경을 바꾸는 방식으로 작용해요.
이를 paracrine effect라고 불러요. 즉,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다시 만들어주는 것이죠.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혈관 내피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TIE2라는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해요.

노쇠 상태에서는 MMP14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TIE2를 자꾸 잘라내 버려서 혈관 기능이 떨어져요.

그런데 라로메스트로셀이 분비하는 TIMP2라는 인자가 MMP14를 억제해서 TIE2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어요.

동시에 VEGF 같은 혈관 재생 인자도 분비해서 혈관 기능을 복구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거예요.

줄기세포는 노쇠를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을까
세포 치료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신호를 막고, 회복을 도왔어요.

이 기전 이야기가 왜 중요하냐면,

이번 연구에서 치료 효과가 클수록 혈중 soluble TIE2(분해된 TIE2)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거든요.

아직 가설 수준이지만, 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점이죠.


임상 결과: 숫자로 본 변화

연구는 70~85세, 경증~중등도 노쇠, 혈중 TNF-α ≥ 2.5 pg/mL 조건을 충족하는 성인 148명을 대상으로 했어요.

무작위 배정 후 각기 다른 용량(25M, 50M, 100M, 200M 세포 - 투여된 세포들의 수)을 받는 네 그룹과 위약군으로 나뉘었어요.

치료는 단 1회 정맥 주입이었어요.

 

1차 평가 지표는 6분 보행 거리(6MWT)였어요.

말 그대로 6분 동안 얼마나 먼 거리를 걸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건데,

노인 기능 평가에서 폭넓게 쓰이는 검증된 지표예요.

📊 주요 결과 수치 (Cell Stem Cell, 2026, DOI: 10.1016/j.stem.2026.01.017)
  • 200M 세포 용량군, 9개월 시점: 위약군 대비 6MWT +63.4m (95% CI: 17.1–109.6m, p=0.0077)
  • 6개월 시점: +41.3m (95% CI: -2.4–84.9m, p=0.0635) — 통계적 유의성에는 미달
  • 9개월 기준, 치료군의 약 30.8%가 비노쇠(non-frail) 기준으로 이동
  • 용량이 높을수록 개선 폭이 컸으며(dose-dependent), 환자 자기보고 신체 기능 점수(PROMIS Physical Function)와도 상관 관계

+63.4m라는 수치가 체감이 잘 안 될 수 있는데,

참고로 노인 임상 연구에서 6MWT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최소 변화(MCID)는 보통 30~50m 수준으로 보거든요.

그 기준을 웃도는 결과라는 점에서 연구팀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평가했어요.

 

또 단 1회 주입으로 9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됐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매일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한 번의 정맥 투여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임상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치료 패러다임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드는 결과거든요.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연구는 단 1회 투여, 148명 규모의 2b상 시험이에요.
노화 전체를 뒤집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조건의 노쇠 환자에서 신체 기능 일부가 개선됐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결과는 “노화를 치료했다”기보다,
“노쇠의 일부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이 보였다”는 읽는 게 맞아요.

3상으로 가기 전 단계이고, 어떤 환자군에서 효과가 나타나는지,
안전성의 장기 프로파일이 어떤지는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거든요.

기사 제목은 "reversing aging"처럼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논문에서는 "may help reverse aspects of frailty"라는 표현을 써요.
노쇠의 일부 측면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인데, 이 차이는 꽤 중요해요.

데이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6개월 시점에서는 (+41.3m, p=0.0635)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고,
9개월 시점에서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어요.

이건 치료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한 추가 해석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또 연구가 2017~2020년에 진행됐고, 코로나로 인한 탈락이 있었다는 점도
데이터를 해석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가 아직 노쇠를 공식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peer-review를 거친 2b상 결과가 나왔다는 점 자체는 의미가 있거든요.


이전 시리즈와 연결되는 지점

이번 결과가 저에게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다뤄온 이야기들과 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5편에서 다룬 에피제네틱 시계가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도구라면,

이번 6MWT는 그 나이를 몸 밖에서 기능으로 확인하는 지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포가 젊어졌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물음에, 걷는 거리로 답하는 시도인 셈이죠.

 

4편에서 이야기한 partial reprogramming이나 3편의 iPSC 리셋이 모두 '세포를 어떻게 젊게 되돌리느냐'는 질문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좀 다른 방향이에요. 세포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건강한 세포를 주입해서 노쇠의 악순환 — 염증, 혈관 기능 저하, 내인성 줄기세포 감소 — 을 완화해 보는 것이죠.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하는 것 같기도 해요.

노화 개입이 실제 사람의 기능에 측정 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죠.

 

이번 결과는 그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걸 2b상 수준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예요.

아직 3상이 남아 있고, 어떤 환자에게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나타나는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그 물음이 실험실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저는 꽤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참고문헌 및 출처
  1. Ruiz JG, et al. (2026). Randomized phase 2b dose-escalation trial of stem cell therapy with laromestrocel for aging frailty. Cell Stem Cell. doi:10.1016/j.stem.2026.01.017
  2. Longeveron Inc. (2026, February 25). Phase 2b Clinical Trial Results Published in Cell Stem Cell. GlobeNewswire. longeveron.com
  3. Medical Xpress (2026, March 16). Stem cell therapy shows promise for reversing aging-related frailty in new clinical trial. medicalxpress.com
  4. Franceschi C & Campisi J. (2014). Chronic inflammation (inflammaging) and its potential contribution to age-associated diseases. J Gerontol A Biol Sci Med Sci. 69:S4–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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