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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재생 시스템, 성체 줄기세포 (1)
우리 몸은 이미 ‘자가 수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은 마치 잘 설계된 건물처럼 스스로를 고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새살이 돋아나고, 운동 후 근육이 다시 단단해지는 것도
모두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s) 덕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줄기세포를 들으면 대개 “배아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 몸속에서도 평생 작동하는 줄기세포 네트워크가 존재하는데요,
이것은 바로, 손상된 조직을 감지하고 필요한 세포로 분화해 복구를 돕는 성체 줄기세포입니다.
목차
1. 성체 줄기세포란 무엇인가?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s)는 말 그대로 ‘이미 완성된 신체 속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뜻하며,
여기서 ‘성체(adult)’라는 표현은 ‘성인의 나이’를 의미하기보다는,
태아기나 배아 단계가 끝난 이후, 출생 후에도 우리 몸속에 남아 있는 줄기세포를 말합니다.
즉, 유아나 청소년의 몸에도 성체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이는 생애 전반에 걸쳐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자가 재생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세포들은 마치 몸속에 내장된 미니 수리 장치처럼 작동하며,
상처가 나면 새살이 돋고, 피가 다시 만들어지고, 운동 후 근육이 회복되는 등,
이 모든 과정에 성체 줄기세포가 있으며,
우리 몸은 외부 도움 없이도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복구의 엔진이 바로 이 세포들인 셈이죠.
이 세포들 또한 두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첫째, 자기 복제(self-renewal) — 자신과 동일한 세포를 계속 만들어 개체 수를 유지하는 능력.
둘째, 분화능(differentiation) — 특정 조건이나 신호(호르몬, 손상 자극 등)를 받으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새로운 세포로 자라나는(분화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조혈 줄기세포는 다양한 혈액세포(적혈구, 백혈구 등)로는 분화할 수 있지만,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근육 속 위성세포(satellite cells)가 피부세포로, 혹은 지방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죠.
이러한 성체 줄기세포의 특성을 다분화능(multipotent), 혹은 단분화능(unipotent)이라고 부르며,
이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바뀔 수는 있지만 그 범위는 같은 조직 계통(germ layer) 안에서 제한됩니다.
이처럼 성체 줄기세포는 전신 어디에나 분포하며,
각 조직의 특성을 지키면서 재생을 담당하는 ‘지역 전문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이 제한 덕분에 오히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치료 응용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2. 어디에 있을까? - 골수에서 지방, 근육, 치아까지
성체 줄기세포는 우리 몸 곳곳에 분포해 있는데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치 도시 곳곳에 위치한 ‘재생 스테이션(local depot)’처럼,
필요할 때마다 활성화되어 손상된 조직을 복구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다섯 가지 줄기세포의 거처를 살펴보면;
① 골수 (Bone Marrow)
가장 오래전부터 연구된, 줄기세포의 저장소로,
골수 속에는 조혈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s, HSCs)와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 MSCs)가 공존하며,
전자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내고, 후자는 뼈·연골·지방세포로 분화해요.
이들은 손상된 조직으로 이동해 염증을 완화하고, 면역조절과 재생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② 지방 조직 (Adipose Tissue)
지방 속에는 지방유래 줄기세포(ADSCs, Adipose-Derived Stem Cells)가 존재합니다.
채취가 간단하고, 세포 수가 풍부하며, 증식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최근 재생의학·피부치료·면역조절 연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응용되는 성체 줄기세포입니다.
③ 근육 (Skeletal Muscle)
근육에는 위성세포(satellite cells)라는 근육 고유의 줄기세포가 숨어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평소에는 조용히 ‘휴면 상태(quiescent)’로 존재하지만,
운동, 손상, 혹은 스트레스 자극을 받으면 빠르게 활성화되어 새로운 근섬유를 만듭니다.
이 덕분에 우리 몸은 반복적인 운동과 손상을 겪어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죠.
④ 치아 (Dental Pulp)
놀랍게도 치아 속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합니다.
치수유래 줄기세포(Dental Pulp Stem Cells, DPSCs)는 신경과 혈관이 밀집된 치수(pulp) 내부에 자리하며,
손상된 신경조직이나 혈관을 복구하고, 뼈나 연골 조직으로의 분화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아 뽑은 후 보관된 치수세포를 이용한 재생 치료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⑤ 탯줄 (Wharton’s Jelly / Umbilical Cord)
출산 후 버려지던 탯줄 속 젤리 조직(Wharton’s Jelly)에는 풍부한 중간엽줄기세포(MSCs)가 존재합니다.
윤리적 논란이 거의 없고, 면역 거부 반응이 낮으며, 대량 배양이 가능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동종(allogeneic) 줄기세포 자원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몸은 각 조직별로 자신만의 줄기세포 거점을 보유한 ‘자급자족형 생체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손상되면 피부 줄기세포가, 근육이 다치면 위성세포가, 혈액이 부족하면 골수 줄기세포가 작동하는 식이죠.
즉, 성체 줄기세포는 필요할 때마다 각자의 영역에서 출동하는 조직 맞춤형 재생 팀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3. 상처가 나면 깨어나는 세포들: 성체 줄기세포의 작동 방식
성체 줄기세포는 평소에는 조용히 휴면 상태(quiescence) 있다가,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화학 신호(사이토카인, 성장인자 등)를 감지하고 깨어납니다.
손상된 조직에서는 사이토카인(cytokines), 성장인자(growth factors),
그리고 케모카인(chemokines) 같은 분자 신호가 분비하며,
이 신호들은 “지금 이 부위가 손상됐다”는 SOS 신호처럼 작용해,
근처의 줄기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손상 부위로 유도(homing)합니다.
활성화된 줄기세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복구에 참여합니다.
첫째, 직접 복구: 직접 손상 부위로 이동해 새로운 세포로 분화(differentiation) 하여
결손 부위를 메우거나 손상된 조직을 대체합니다.
둘째, 간접 복구: 성장인자와 엑소좀(Exosomes)을 분비하여 주변 세포의 재생을 돕고,
면역세포의 과잉 반응을 억제해 염증을 조절합니다.
이 덕분에 손상 부위는 세포 단위의 균형을 되찾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운동 후 근육에 미세 손상이 생기면
근육 속 위성세포(satellite cells)가 활성화되어 분열하고, 새로운 근섬유를 형성해 손상 부위를 메웁니다.
지방조직의 ADSCs(지방유래 줄기세포) 역시 상처 치유 과정에서 혈관세포(endothelial cells)나 피부세포(keratinocytes)로 분화하며, 동시에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예: IL-10)을 분비해 염증 반응을 가라앉힙니다.
이처럼 성체 줄기세포는 필요할 때만 깨어나 작동하는 “자가 수리팀(self-repair tea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팀의 반응 속도는 느려지고, 줄기세포의 수와 활성이 감소하면서 복구 효율도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노화(aging)를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여기기보다는,
우리 몸속 줄기세포 네트워크의 반응성이 서서히 약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평상시: 휴면 상태 (Quiescent state)
- 손상 시: 사이토카인·성장인자 신호 → 활성화
- 복구 단계: 직접 분화 + 간접적 성장 신호 분비
- 노화: 줄기세포 수·반응성 감소 → 재생 속도 저하
4. 배아줄기세포와의 차이: 윤리, 잠재력, 그리고 임상 접근성
줄기세포 연구에서 자주 비교되는 개념이 배아줄기세포(ESC)입니다. 둘 다 ‘재생의 씨앗’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출발점과 잠재력, 그리고 임상 적용성에서 차이를 나타냅니다.
- 출발점, 어디에서 오는가: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배아, blastocyst)에서 추출되며, 이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에 생명 윤리 측면에서 오랜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반면, 성체 줄기세포는, 예를 들어 골수, 지방, 근육, 치아 등에서 채취할 수 있어, 윤리적 부담이 훨씬 적고, 실제 임상 연구에서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 분화 잠재력, 얼마나 다양한 세포로 변할 수 있을까: 배아줄기세포는 ‘만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 로,
이론적으로는 신경세포, 심근세포, 췌장세포 등 거의 모든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성체 줄기세포는 ‘다능(multipotent)’ 혹은 ‘제한적 다능(restricted multipotency)’ 을 지니며,
자신이 속한 조직 계열 안의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합니다. 즉, 성체 줄기세포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문 분야에 집중된 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임상 접근성, 실제 치료에 얼마나 쓰일 수 있나: 배아줄기세포는 잠재력이 크지만, 면역 거부 반응이나 종양(테라토마) 형성 위험이 있어 임상 적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반대로, 성체 줄기세포는 자가 세포(auto-transplantation)로 활용할 수 있어 면역학적 부작용이 거의 없고, 안전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세포치료제는 성체 줄기세포 기반입니다.
(예: 골수 유래 세포치료제, 지방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등)
구분 | 배아줄기세포 (ESC) | 성체 줄기세포 (Adult Stem Cell) |
기원 | 수정란(배아) | 태어난 사람의 조직 (골수, 지방 등) |
윤리적 이슈 | 존재함 (배아 파괴 문제) | 거의 없음 |
분화 능력 |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 (Pluripotent) | 특정 조직 계열 내 다능 (Multipotent) |
임상 활용성 | 면역 거부·종양 위험 존재 | 자가 세포 활용, 안전성 높음 |
대표 응용 | 기초 연구, iPSC 개발 기반 | 실제 치료제 및 재생의학 적용 |
💡 쉽게 정리해 보면
배아줄기세포가 “모든 직종으로 전직 가능한 신입사원”이라면, 성체 줄기세포는 이미 자기 분야에서 숙련된 전문 기술자입니다.
신입사원은 가능성이 무궁하지만 실전에 투입하기 어렵고, 기술자는 이미 검증된 안전성과 실용성을 지녔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속의 치유 엔진을 깨우는 과학
성체 줄기세포는 우리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게 돕는 내장형 재생 시스템입니다.
상처가 나면 스스로 복구하고, 손상된 조직을 다시 세우는 이 세포들은 “몸속의 치유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이 능력을 실험실 밖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하거나, 손상 부위에 직접 주입하여
재생을 촉진하는 세포치료제(cell therapy)로 발전시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내부 줄기세포를 깨우는 약물·신호 조절 연구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특정 신호경로(Wnt, Notch, PI3K-AKT 등)를 조절하거나,
줄기세포의 휴면 상태를 해제하는 약물을 이용해 자가 재생 능력을 강화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즉, 재생의학은 세포 이식 중심에서 내재 줄기세포 활성화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성체 줄기세포는 이미 내장된 '자연 수리 공장'과 같습니다.
이제 과학의 과제는 이 내부의 공장의 스위치를 이해하고,
더 정밀하게 켜는 기술을 개발하여, 필요할 때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 Brunet, A., Goodell, M.A. & Rando, T.A. (2023). Ageing and rejuvenation of tissue stem cells and their niches.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 Uccelli, A. et al. (2008). Mesenchymal stem cells in health and disease. Nature Reviews Immunology.
- Cable, J. et al. (2020). Adult stem cells and regenerative medicine—a symposium report.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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