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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 기술 심화 (2)


 

유전자를 고칠 것인가, 세포 자체를 바꿀 것인가

지난 글에서는 헌팅턴병 사례를 통해 유전자 치료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 기술은 “세포 내부의 고장 난 설계도”를 직접 수정해, 

단백질 생성을 막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었죠.

 

이번 글에서는 세포 자체의 운명을 바꾸는 방식,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을 다루려 합니다.  
        리프로그래밍은 iPSCs 같은 줄기세포 상태를 거칠 수도 있고,

어느 한 세포가 곧바로 다른 세포로 전환되기도 하는데요.

세포 리프로그래밍: 시험관(in vivo)에서 인체(in vivo)로
in vitro에서 in vivo로, 확장되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의 가능성

 

 하나는 시험관 속(in vitro), 즉 실험실에서 환자 맞춤형 세포를 준비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의 몸속(in vivo)에서 직접 세포 운명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그럼 이 두 접근법의 차이와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in vitro: 시험관 속 리프로그래밍

앞선 「세포 리프로그래밍, 시간을 되돌리게 한 생명과학의 마법」 글에서, 환자의 피부세포나 혈액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특정 유전자나 화학물질을 처리해 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iPSC,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후 이 iPSCs는 환자 맞춤형 세포 치료 혹은 특정 약물 개발을 위해, 신경세포, 심장근육세포, 간세포 등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켜 치료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in vitro 리프로그래밍: 환자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거쳐 치료용 세포로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환자에게 이식하기 전에 세포를 선별하고 검사할 수 있어 암세포로 변할 위험이나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는 세포를 대량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채취로도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준비하는 데 큰 이점이 됩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합니다. 시험관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던 세포가 실제 환자 몸속에서는 잘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면역 거부 반응, 이식 세포의 생착 실패,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in vitro 리프로그래밍은 “안전성과 대량생산의 장점”을 지니지만, 임상 현장에서 “이식 이후의 장벽”이라는 큰 허들을 안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2. in vivo: 몸속에서 직접 세포 바꾸기

 세포의 운명을 몸속에서 바꾸다

in vivo 리프로그래밍은 환자의 몸속에서 세포의 정체성을 직접 바꾸는 접근법입니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준비하는 in vitro 방식보다 훨씬 더 도전적이지만, 동시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손상된 심장에서 섬유아세포를 심장근육세포로 바꾸려는 연구가 있습니다. 심근경색 이후 죽은 심장세포 자리를 대신한 흉터 조직을 다시 기능적인 근육세포로 바꾸어 심장의 재생을 돕는 방식입니다. 뇌에서는 교세포를 직접 신경세포로 전환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외부에서 세포를 이식하지 않고, 환자 자신의 세포를 재활용해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자는 발상입니다.

몸속 세포를 바로 바꿔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는 in vivo 리프로그래밍

 원리와 방법

이러한 전환은 특정 유전자의 조합, 즉 세포 운명을 결정짓는 전사인자를 직접 주입하거나, RNA·바이러스 벡터·소분자 화합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이루어집니다. 이미 자리 잡은 세포의 ‘정체성 코드’를 다시 작성해, 전혀 다른 세포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핵심 원리입니다.

 

이 접근의 가장 큰 매력은 별도의 세포 배양이나 이식 과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죠. 환자 자신의 세포가 그대로 활용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 위험이 줄어듭니다. 이론적으로는 주사 한 번, 혹은 시술만으로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재생하는 길을 열 수 있는 것입니다.

 넘어야 할 위험과 한계

하지만 체내 환경은 실험실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원하는 세포로만 정확히 전환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전환된 세포가 예측과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세포 증식 조절이 실패하면 종양 형성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는 주로 동물 모델에서 가능성을 입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인간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와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in vivo 리프로그래밍은 몸속에서 세포의 운명을 다시 쓰는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과학자들은 마치 새로운 길의 문 앞에 서 있는 듯한 신중한 자세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길이 열리게 된다면 재생의학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두 접근법 비교 – 장단점과 연구 현황

in vitro와 in vivo 리프로그래밍은 마치 두 개의 평행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in vitro는 안정성과 통제력을, in vivo는 즉각성과 실용성을 대표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두 방식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분 in vitro 리프로그래밍 in vivo 리프로그래밍
환경 실험실/시험관 내, 통제 용이 환자 체내, 복잡한 환경
원리 환자의 피부세포·혈액세포를 채취 후,
실험실에서 유전자/화합물 처리 → iPSC 유도 →
필요한 세포로 분화
환자 몸속에 직접 전사인자, RNA, 벡터 등을 주입 →
기존 세포의 정체성을 직접 전환
안정성 높음 – 검사 후 이식 가능 낮음 – 예측 어려움
장점 - 세포를 선별·검사 후 이식 가능
- 대량 배양이 가능하여 안정적인 세포 공급
- 안전성과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높음
- 별도의 세포 이식 불필요
- 환자 자신의 세포 활용 → 면역 거부 위험 감소
-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재생 효과 가능
임상 적용 세포 치료제, 오가노이드 연구 신경 재생, 심장·간 손상 회복
주요 과제 - 이식 후 생착 실패 가능
- 면역 거부 반응 발생 위험
- 체내 장기적 안전성 문제
- 체내 환경이 복잡해 통제 어려움
- 원하지 않는 세포로 전환될 가능성
- 종양 발생 위험
- 현재는 동물실험 단계, 임상 적용 미흡

최근에는 부분 리프로그래밍(partial reprogramming)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는데요. 이는 세포를 완전히 줄기세포로 되돌리지 않고, 노화된 세포에 젊음을 되찾아주는 식으로 활용됩니다. 이 역시 in vitro와 in vivo 모두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화 연구와 재생의학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 전망과 윤리적 쟁점

앞으로 줄기세포 연구에서 in vitro와 in vivo 리프로그래밍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 서로를 이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in vitro에서 안전성을 확보한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면서도, 손상된 조직에는 in vivo 방식으로 직접 변환을 유도해 치료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발전이 임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아요. 특히 in vivo 리프로그래밍은 체내 환경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성, 장기적인 추적 관찰의 필요성, 그리고 안전성 확보라는 높은 장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체내에서 직접 세포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인간 신체에 대한 근본적 개입”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가 보여주는 잠재력은 큽니다.  세포를 외부에서 공급하는 in vitro 방식과, 몸속에서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in vivo 방식이 만나면,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질환 - 암, 신경퇴행성 질환, 노화 관련 질환 등 -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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