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유전자 치료 기술 심화 (1)


 

헌팅턴병 치료 성공이 던진 질문

지난 글에서 세계 최초로 헌팅턴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유전자 치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단 한 번의 수술로 뇌 속 뉴런에 새로운 유전자를 심고,

유독한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3년간 병의 진행을 75% 늦춘 성과였죠.

 

이번글에서는, “도대체 유전자 치료란 무엇이며,

어떤 기술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가능하게 했을까?”에 대해서,

유전자 치료 기술의 기본 원리와 발전 과정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1. 유전자 치료의 기본 원리

유전자 치료는 한마디로 말해 ‘세포 안의 설계도에 직접 개입해 병의 원인을 해결하는 기술’, 즉, 잘못된 유전자를 고치거나 새로운 유전자를 세포에 넣어 병을 치료하는 기술입니다.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 기술, 헌팅턴병에서 줄기세포까지
유전자 치료의 세 가지 전략: 억제, 보충, 교정
  • 결함 유전자 억제(Gene Silencing): 잘못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활성을 줄이거나 꺼버립니다. 마치 불량품을 양산하는 공장의 기계를 멈추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 헌팅턴병의 경우, CAG 반복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헌팅틴 단백질의 생성, 이번 치료제 AMT-130은 바로 이 단백질 생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정상 유전자 보충(Gene Addition): 결핍된 유전자를 넣어 정상 단백질을 만들게 합니다. 즉, 특정 단백질이 아예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새로운 ‘정상 유전자’를 세포에 넣어 기능을 되찾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혈우병 치료에서는 부족한 혈액 응고 인자를 만들어내도록 유전자를 전달해, 환자의 혈액이 정상적으로 응고되게 돕습니다.
  •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아예 DNA 염기서열 자체를 고치는 기술입니다. CRISPR 같은 ‘분자 가위’가 대표적인 도구인데, 잘못된 철자를 찾아내 바꾸거나 삭제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교정하는 원리입니다.

 


2. 주요 기술 방법들

 결함 유전자 억제(Gene Silencing): RNA 간섭(RNAi) / ASO

잘못된 단백질은 DNA → mRNA → 단백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쉽게 말해, 유전자는 레시피(DNA), mRNA는 조리법 메모, 단백질은 완성된 요리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레시피 자체에 오류가 있으면 잘못된 요리(해로운 단백질)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RNAiASO는 조리법 메모 단계에 개입하여,
“이건 잘못된 조리법이니 더 이상 쓰지 마!” 하고 막아버려, 단백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거죠.

  • RNA 간섭(RNAi): 세포 안에 작은 RNA 조각을 넣어 잘못된 mRNA를 찾아내고, 분해하거나 번역을 차단.
  • 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짧은 DNA·RNA 가닥이 mRNA에 달라붙어 단백질로 바뀌는 걸 막음.

👉 결과적으로, 잘못된 단백질의 생산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 이번 헌팅턴 치료에서 사용된 방식

  • 치료제 AMT-130은 바로 이 RNA 간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 돌연변이 huntingtin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mRNA를 표적으로 삼아, 세포가 단백질로 번역하지 못하도록 억제합니다.
  • 그 결과, 뇌 속 뉴런에서 해로운 huntingtin 단백질이 덜 만들어지고, 세포 손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보충(Gene addition)

유전자의 일부가 없거나 서열에 오류가 생기면, 세포는 잘못된 단백질을 만들거나 아예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유전자 보충입니다. 정상 유전자를 외부에서 세포 속으로 전달해, 다시 올바른 단백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우리 몸의 세포는 단백질이라는 작은 부품들로 움직이는데, 유전자가 고장 나 있으면 그 부품이 빠져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유전자 보충은 부족한 부품을 새로 공급해 기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유전자 보충 치료는 정상 유전자 사본을 세포 안으로 전달해 부족한 단백질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쉽게 말해, 고장 난 부품 때문에 멈춘 기계를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새 부품을 넣어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실제 사례로는 Luxturna(럭스터나)라는 치료제가 있습니다.
이 약은 RPE65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 유전성 망막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FDA 승인 유전자 치료제입니다. 환자의 망막 세포에 정상 RPE65 유전자를 전달해, 빛을 감지하고 뇌로 신호를 보내는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치료 후 일부 환자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길을 찾거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상적인 시각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Gene Addition (유전자 보충)

  • ⚠️ 문제: 유전자의 일부 결손·오류 → 단백질이 잘못되거나 생성되지 않음
  • 🔧 해결: 정상 유전자를 세포 속으로 전달
  • ⚙️ 결과: 세포가 올바른 단백질을 다시 생산 → 기능 회복
  • 💡 사례: 망막 질환 치료제 Luxturna

👉 핵심은, 유전자 보충은 “잘못된 유전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유전자를 새로 공급해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한 번의 치료만으로도 장기간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자 편집(Gene editing)

유전자 편집은 말 그대로 DNA 자체를 고쳐서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려는 방법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기술이 바로 CRISPR-Cas9인데요, 흔히 "유전자 가위"라고 불립니다. 이 시스템은 DNA의 특정 지점을 찾아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잘라내거나 교체할 수 있습니다.

 

“ 쉽게 말해, 건축 설계도(청사진)에 잘못된 오타가 있으면 그대로 집이 잘못 지어지듯, DNA의 오류도 잘못된 단백질을 만듭니다. 유전자 편집은 이 청사진에서 오타를 찾아내 수정해 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유전성 실명 질환, 겸상적혈구병 등에서 초기 임상 성공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있어요.

  • 🧩 정확성 문제: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잘려나가는 오프타겟 효과(off-target effect)
  • ⚖️ 안전성 문제: 세포나 조직에 예기치 못한 손상을 줄 가능성
  • 장기적 효과: 교정된 세포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데이터 부족

👉 따라서 유전자 편집은 “궁극적인 치료”로 가는 길을 열었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검증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3. 어떻게 몸속에 전달될까? – 벡터 이야기

유전자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치료 유전자를 어떻게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것인가”입니다. 단순히 DNA나 RNA를 주사로 넣는다고 세포가 받아들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해 벡터(vector)라는 운반 도구가 쓰입니다. 

♠ 바이러스 벡터

  • 자연적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능력을 가진 바이러스의 껍질을 개조해 운반 도구로 씁니다.
  • 대표적으로 AAV(아데노-연관 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가 있습니다.
  • 헌팅턴병 임상시험에서 쓰인 AMT-130도 AAV 기반 벡터를 활용했습니다.
  • 장점: 전달 효율이 높고, 세포 안에서 오래 작동할 수 있음.
  • 한계: 면역 반응 유발 가능성, 대량 생산 비용이 높음.

♠ 비바이러스 벡터

  • 나노입자(nanoparticle), 지질나노입자(LNP) 등이 대표적입니다.
  • 세포막과 잘 융합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내용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습니다.
  • 장점: 안전성이 높고, 반복 투여가 가능.
  • 한계: 세포 전달 효율이 아직 낮음.
  • 참고로, 코로나19 mRNA 백신도 LNP 기술을 사용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 사례입니다.

⚖️ 바이러스 vs 비바이러스 벡터

🦠 바이러스 벡터

  • 장점: 세포 안 전달 효율이 높음
  • 유전자가 오래 작동 가능
  • 한계: 면역 반응 위험
  • 대량 생산 비용이 큼

💊 비바이러스 벡터

  • 장점: 안전성이 높음
  • 반복 투여 가능
  • 한계: 전달 효율이 낮음
  • 아직 기술 발전 필요

즉, 벡터 선택은 연구 대상 질환, 필요한 유전자 양, 장기적 안전성 등을 종합해 결정됩니다.

 


4. 성공 사례와 도전 과제

유전자 치료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몇몇 질환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유전자 치료제들은 희귀 질환을 중심으로, 이들을 통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 Luxturna (2017, 미국 FDA 승인)
    망막 세포에 결함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 정상 유전자를 넣어, 시력을 회복시키는 치료제입니다.
    “빛을 다시 보게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유전자 치료의 전환점을 보여준 사례로 꼽힙니다.
  • Zolgensma (2019 승인, SMA 치료제)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환아에게 단 한 번 투여로 운동 능력을 개선하는 획기적인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약값이 20억 원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접근성과 비용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 Hemgenix (2022 승인, 혈우병 B 치료제)
    간세포에 정상적인 Factor IX 유전자를 전달해, 환자가 평생 맞아야 했던 응고인자 주사를 거의 필요 없게 만든 치료제입니다.
    혈액질환에서의 성공은 앞으로 다양한 유전성 질환 치료 확장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도전 과제도 큽니다. 

 

  • 고비용 문제: 현재 승인된 유전자 치료제는 수억~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 장기 안정성: 단 한 번 투여로 평생 효과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 면역 반응 위험: 바이러스 벡터가 체내 면역계를 자극할 수 있어, 부작용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 대량생산 한계: 고도의 정밀 공정이 필요해 생산 효율이 낮고, 공급 확대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 정리하면, 유전자 치료는 이미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례”를 보여주었지만,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에는 아직 비용·안전성·생산 문제라는 장벽이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와의 연결고리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연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세포로 줄기세포(iPSCs)를 만든 뒤 실험실(in vitro)에서 유전자 교정을 거쳐

안전한 세포로 되돌린 뒤 다시 이식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환자 몸속(in vivo)에서 직접 유전자를 전달해 손상된 세포를 고치는 접근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유전자 치료가 “망가진 세포 안을 고쳐주는 기술”이라면,

줄기세포 연구는 “아예 새로 세포를 만들어 공급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두 기술이 만나면, 지금까지 방법이 없던 난치성 신경질환이나 희귀 질환에도 새로운 희망이 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융합 연구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주목됩니다.  

핵심 요약

🧬 유전자 치료 + 🧫 줄기세포 = 🚀 차세대 재생의학

👉 망가진 세포를 고치는 기술과, 새로운 세포를 공급하는 기술이 만나 난치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관련 글

 

세포 리프로그래밍, 시간을 되돌리게 한 생명과학의 마법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목차야마나카 팩터(Yamanaka Factors)와 iPSCs의 탄생리프로그래밍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원리와 과정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의 무한한 응용 분

elitemara.com

 

 

유전자 가위(CRISPR)와 줄기세포의 만남: 질병의 원인을 고치다

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목차줄기세포와 유전자 가위, 운명적인 만남유전자 가위(CRISPR-Cas9)란 무엇인가?줄기세포 유전자 편집의 핵심: 왜 줄기세포인가?유전자 가

elitemara.com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