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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 근육, 세포의 경계를 넘다 (2)


사라지는 근육, 늘어나는 지방

나이가 들면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는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운동 부족이나 식습관 탓으로 돌리게 되지요,

실제로는 어떤 생물학적 변화가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근육 속에는 근육세포를 포함하여

줄기세포처럼 행동하는 특별한 세포들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평소에는 근육의 회복과 재생을 돕지만,

나이가 들거나 손상이 반복될 때 지방세포로 전환되는 (cell fate change) 경향을 보입니다.

 

이 과정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체형이 변하는 현상 같지만,

실제로는 근육 기능 저하, 대사 장애, 그리고 노화 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근육이 지방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지, 

그 과정에서 줄기세포(FAPs, MuSCs)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신호에 의해 그 운명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근육 속 세포들의 세계 – 누가 지방으로 변하나?

근육은 겉보기엔 단단한 근육세포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세포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 안에는 혈관을 이루는 세포, 염증을 조절하는 면역세포,

그리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바꿀 수 있는 줄기세포성 전구세포(progenitor cells)가 함께 존재합니다.

 

이들 중 근육 지방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세포는,
바로 위성세포(Satellite cells)와 섬유–지방 전구세포(FAPs, Fibro-Adipogenic Progenitors)입니다.

 

  • 위성세포는 근육 줄기세포로, 근육이 손상되었을 때 가장 먼저 활성화되어 새로운 근섬유를 만들어내어 복구합니다.
  • 반면 FAPs는 이름 그대로 섬유세포(fibroblast)나 지방세포(adipocyte)로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세포입니다. 평소에는 위성세포가 근육을 복구하도록 돕는 조력자이지만, 손상, 염증, 노화, 대사 불균형 같은 환경 변화가 생기면 지방세포로 전환(adipogenic differentiation) 되기도 합니다.

근육 조직 내부에는 위성세포와 FAPs 등 여러 전구세포가 공존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지방세포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즉, 근육이 지방을 바뀌는 것은 새로운 지방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 내부에 존재하던 FAPs가 지방세포로 변하는(분화) 하는 것이죠. 겉보기에는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근육 내 전구세포들이 세포 정체성과 기능이 변화하는 생물학적 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2. 세포 운명 전환의 메커니즘

근육 속의 FAPs가 지방세포로 바뀌는 과정은, 마치 세포 안의 ‘스위치’가 다른 쪽으로 눌리는 것과 같은데요.

 

그 스위치를 켜는 주요 요인이 바로 PPARγC/EBPα 같은 지방세포 관련 유전자들입니다.
이 전사인자들이 활성화되면 세포 안에서 지방 합성 경로가 작동하고, FAPs는 근육을 돕는 조력자에서 지방세포로 분화(adipogenic differentiation) 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죠.

근육 줄기세포의 두 갈래 길, 재생이냐 지방화냐: 환경 신호에 따라 다른 운명을 선택하다

 

이 변화는 단순히 노화 때문만은 아니고요,

근육이 손상되거나, 신경 신호가 줄어들거나,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몸속 염증이 오래 지속될 때도 이런 전환이 촉진됩니다.

즉, 세포의 환경이 달라지면 세포의 정체성도 함께 흔들리는 것이죠.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근육 성장 억제 단백질인 myostatin이 많아지면 FAPs가 지방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운동이나 근육의 기계적 자극(mechanical stress) 은 이 과정을 억제해,

FAPs가 지방 대신 근육 재생을 돕는 방향으로 유지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3. 노화와 염증이 만드는 지방화의 고리

나이가 들면 우리 몸속에서 보이지 않는 염증 신호가 조금씩 높아집니다.
이러한 현상을 ‘저등급 만성 염증(low-grade chronic inflammation)’이라고 부르는데,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근육 속 세포 환경을 서서히 바꾸는 것이죠.

 

이 환경에서는 근육 줄기세포(위성세포)의 재생 능력이 약해지고, 대신 FAPs가 활성화되어 지방세포로 분화하기 쉬워집니다.
즉, 근육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줄어들며, 지방세포가 틈을 메우듯 늘어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특히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근육 손상이 잦은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지방 침윤(intramuscular fat accumulation)이 두드러지는데요.
근육 섬유 사이에 지방세포가 쌓이면 근력이 약해질 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대사 균형도 무너뜨립니다.
결국 이는 단순한 근육 약화가 아니라, 노화와 대사질환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신호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연구들은 지방화된 근육을 ‘약해진 조직’이 아닌,

‘대사적으로 병든(metabolically unhealthy) 조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근육 내 염증 반응과 세포 운명 전환을 동시에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예를 들어 항염 약물, Wnt 경로 조절제, 혹은 운동 기반 중재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4. 근육 지방화를 막기 위한 최신 연구

현재 학계는 세 가지 방향에서 근육 지방화를 막기 위한 시도를 진행 중입니다.

근육이 퇴화하면 왜 지방으로 바뀔까? – 세포 운명 전환의 과학
세포 운명과 환경을 함께 조절하는 근육 재생 방법들

첫 번째는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즉, FAPs가 지방세포로 분화하지 않도록 분화 신호(예: PPARγ, C/EBPα)를 억제하거나, 근육 재생을 촉진하는 경로(Wnt, NO 등)를 강화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은 FAP의 지방 분화를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 PPARγ 신호를 억제하는 화합물을 사용해 근육 내 지방화를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번째는 세포가 살아가는 환경(미세환경, microenvironment)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호르몬 신호 같은 주변 요인을 조절해 FAPs가 안정적으로 근육 재생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운동 자극으로 활성화되는 기계적 신호(mTOR, YAP/TAZ 경로)가 FAP의 운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운동이 세포 수준에서 지방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는 in vivo 리프로그래밍 접근입니다.

즉, 근육 내에서 직접 FAP의 유전 발현을 조절해 지방 대신 근육세포로 유도하는 기술인데요.

이는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생의학과 유전자 치료가 만나는 새로운 접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분 Cell Fate Control (세포 운명 조절) Reprogramming (리프로그래밍)
핵심 개념 세포가 지방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기존 분화 신호를 억제하거나 조절 이미 지방화 방향으로 향한 세포의 유전적 프로그램을 근육 재생 방향으로 ‘되돌리는’
기전 예시 PPARγ, C/EBPα, TGF-β, Wnt 경로 억제/활성 MyoD, PRDM16, Pax7 등 전사인자 조작 또는 유전자 조절
적용 범위 약물, 신호 조절, 환경 개입 유전자 치료, in vivo 유전자 발현 조절
난이도/단계 현재 임상연구 단계 아직 초기 연구 단계 (재생의학 응용 탐색 중)

 


재생의학이 여는 새로운 가능성

근육 속 지방화는 단순히 "운동을 안 해서 생긴 결과" 만이 아니라,

세포들이 본래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생물학적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알아보았습니다.

따라서 해결책 역시 근육 강화 운동뿐 만 아니라, 세포의 방향성을 되돌려주는 생명공학적 접근도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지방 줄기세포나 근육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근육을 직접 재생시키는 기술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또한 FAPs의 지방화 경로를 억제하거나,

세포의 재생 프로그램을 다시 켜주는 유전자 기반 치료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재생의학, 대사질환, 노화, 그리고 운동의학을 하나로 잇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직 연구실 수준의 기술이 일상으로 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세포 관리법’은 바로, 가볍게라도 꾸준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걷기, 스트레칭, 근력운동은 근육 속 줄기세포의 환경을 개선하고,
세포들이 “지방이 될까, 근육이 될까” 하는 고민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근육을 지키는 일은, 연구실의 현미경 아래서나 일상 속 공원 산책길 위에서나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셈입니다, 즉, 세포에게 올바른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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