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신약이 되기까지 · 3편 — 전임상, 마지막 관문

 

2편에서는 수많은 화합물 가운데 가능성 있는 hit을 찾고, 이를 lead compound로 좁혀가는 과정을 살펴봤어요.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이 물질을 곧바로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세포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과, 살아있는 몸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거든요.

이번 편에서는 임상시험으로 넘어가기 전,

그러니까 preclinical investigation(전임상 또는 비임상 연구)에서 무엇을 확인하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목차

  1. 신약개발의 전체 지도와 전임상의 목적
  2. 효능과 작용기전 확인하기
  3. ADME와 pharmacokinetics
  4. 독성과 안전성 평가
  5. 임상시험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

1. 신약개발의 전체 지도와 전임상의 목적

지난 두 편과 같은 지도예요. 이번 편이 다루는 지점은 lead compound가 정해진 뒤,

사람에게 처음 투여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임상(preclinical) 단계예요. 

신약개발의 전체 흐름 - 3편은 '전임상' 단계를 다룹니다

 

전임상의 목적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래요.

이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처음 시험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

 

이를 판단하려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해요.

첫째, 실제로 기대한 약효가 나타나는가.
둘째, 체내 혹은 체내 유사 환경에 들어간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퍼지며 분해되고 배출되는가.
셋째, 어느 정도의 양까지 안전하며 어떤 독성이 나타날 수 있는가.

 

그래서 전임상 연구에는 보통 약리학적 효능 평가, 약동학 (ADME), 독성 및 안전성 평가가 함께 포함돼요. 이 자료들은 이후 임상시험 진입 여부를 판단하고, 사람에게 처음 투여할 용량과 관찰 항목을 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죠.

2. 효능과 작용기전 확인하기

Lead compound가 정해진 후에는, 

좀 더 질병에 가까운 세포 모델, 다양한 in vitro model(시험관·세포 기반 모델)을 이용해 효과를 다시 확인해요.

표적 단백질이나 효소를 이용한 assay부터 질병 관련 세포, 환자 유래 세포, 3D 조직과 오가노이드처럼 사람의 생물학을 더 가깝게 반영하는 모델까지 연구 목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Lead compound의 효능을 in vitro와 in vivo 모델에서 단계적으로 확인하고, 같은 작용기전이 이어지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Lead compound의 효능을 in vitro와 in vivo 모델에서 단계적으로 확인하고, 같은 작용기전이 이어지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보여줘요

 

이후 몸 전체에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이나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까지 확인해야 한다면 적절한 in vivo model( 동물모델)을 사용하기도 해요. 다만 모든 후보물질에 같은 동물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며, 질병과 약물의 특성에 맞는 모델인지가 중요하죠.

 

이 과정에서는 약이 효과를 내는 경로인 mechanism of action, MoA(작용기전)도 함께 확인해요. 

세포 수준(예: 특정 신호전달 경로가 실제로 억제되는지 western blot이나 리포터 assay로 확인)과 동물 수준(예: 조직을 채취해서 같은 경로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에서 진행되죠.

작용기전이 분명할수록, 나중에 임상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을 때 그 이유를 추적하기가 훨씬 수월해지거든요.   

3. ADME와 pharmacokinetics

ADME는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의 앞글자를 딴 말이에요.

물질이 몸 안에 들어간 뒤 어떻게 흡수되고, 어느 조직에 도달하고, 어떻게 분해되고, 어떻게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지를 보는 거죠.

 

이 평가도 처음부터 모두 동물에서 하는 것은 아니에요.

먼저 시험관과 세포 기반 실험으로 물질이 세포막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지, 간의 대사효소에 의해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지, 혈액 속 단백질과 얼마나 결합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Caco-2라는 장 상피세포로 만든 단층막에 화합물을 흘려보내서 장에서 얼마나 잘 흡수될지 가늠하고, 간세포나 간 마이크로솜을 이용해서 이 물질이 몸 안에서 얼마나 빨리 분해되는지(대사 안정성)를 미리 확인하죠.

 

그다음 필요한 경우 동물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시간에 따라 혈액이나 조직 속 약물 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해요. 이렇게 실제 생체 안에서 얻은 농도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 pharmacokinetics, PK(약동학)예요.

ADME와 PK는 약의 몸속 여행을, 독성 평가는 그 여행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보여줘요.
전임상에서는 ADME·PK와 함께 독성 및 안전성을 평가해요.

 

쉽게 구분하면 ADME는 “약물이 몸에서 어떤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PK는 그 여행을 시간과 농도로 나타낸 데이터로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 투여해야 효과적인 농도가 유지되는가"를 가늠할 수 있어요. 이 자료는 투여 경로와 간격을 정하고, 효능이 나타난 노출량과 독성이 나타난 노출량을 비교하는 데 사용돼요. FDA도 비임상 개발에서 흡수, 대사, 대사산물의 독성, 배출 속도 등을 in vitro와 in vivo 연구를 통해 평가한다고 설명해요. 

4. 독성과 안전성 평가

효능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엄격하게 다뤄지는 부분이 독성과 안전성이에요.

동물실험에 들어가기 전, 세포나 박테리아를 이용한 in vitro 시험으로 먼저 위험 신호를 걸러내요. 대표적으로 Ames test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이 물질이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유전독성) 보는 시험이고, 사람 세포주를 이용한 세포독성 스크리닝도 이 단계에서 함께 진행돼요. 이런 in vitro 결과에서 특별한 경고 신호가 없어야, 비로소 동물을 이용한 in vivo 독성시험으로 넘어가요.

 

필요한 경우에는 동물 연구를 통해 반복해서 투여했을 때 어느 장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투여를 중단하면 회복되는지, 약물에 노출된 정도와 독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심장, 호흡, 중추신경계처럼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safety pharmacology(안전성 약리) 평가에서 다뤄요.

 

저분자 의약품의 반복투여 독성시험에서는 두 종이 흔히 사용되지만, 바이오의약품이나 세포·유전자치료제에서는 약물이 실제로 반응하는 관련 동물종이 제한돼 한 종만 사용되거나 다른 평가 전략이 필요할 수 있어요. ICH 지침도 약물 종류와 임상계획에 따라 필요한 비임상시험의 범위와 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해요.


항목 쉽게 설명하면
In vitro 안전성 평가 세포·시험관에서 유전독성, 장기 관련 독성, 측정 가능한 위험 신호 확인
In vivo 독성 평가 필요한 동물종에서 반복투여 시 표적 장기, 용량·노출과 독성의 관계, 회복 여부 확인
Safety pharmacology 심장, 호흡기, 중추신경계 등 주요 생명 기능에 미치는 영향 평가
GLP 적용 임상 진입을 뒷받침하는 핵심 규제 안전성시험에 주로 적용

5. 임상시험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

이렇게 효능, 작용기전, ADME, 독성 데이터가 모이면, 이 물질을 정말 사람에게 투여할지 결정하는 판단이 내려져요. 효과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독성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사람의 질병과 관련된 세포모델에서 효과가 반복됐는지, 몸 안에서 효과가 필요한 조직까지 도달하는지, 효과가 나타나는 노출량과 독성이 나타나는 노출량 사이에 충분한 여유가 있는지를 함께 검증하게 되는 것이죠.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독성 반응이 용량을 줄였을 때 사라지는지, 즉 되돌릴 수 있는 반응인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요. 효과가 나타나는 용량과 독성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용량 사이의 간격, 이걸 흔히 치료 지수(therapeutic index)라고 부르는데, 이 간격이 너무 좁으면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임상 후보로 선택되기가 쉽지 않아요.

 

사람에게 처음 투여할 시작 용량도 하나의 숫자만으로 결정하지 않아요.

독성이 관찰되지 않은 수준, 약리효과가 처음 나타나는 수준, 동물과 사람의 차이, 후보물질의 작용기전과 불확실성을 함께 고려해 보수적으로 정하게 됩니다.

 

첫 임상시험의 목적은 후보물질이 완전히 안전하다고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위험을 이해하고 관리하면서 사람에게 시험해도 될 만큼 근거가 마련됐는지를 판단하는 데 가까워요. EMA 역시 first-in-human 단계에서 약물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과 그로부터 생길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해요. 

정리하면 — 전임상은 "효과가 있다"와 "안전하다"는 두 가지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하는 단계예요. 이 두 질문 중 하나라도 명확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임상시험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참고 자료
  • Charles River. "IND-Enabling Studies" 기술 자료.
  • WuXi AppTec Lab Testing Division. "What Is IND-Enabling Testing & What Does It Include?"
  • WuXi AppTec Lab Testing Division. "From Molecule to IND: A Strategic Roadmap Through Preclinical Studies."
  • Biotechfarm. "Biotech IND-enabling preclinical studies & filing."
  • Assyro AI. "IND Enabling Studies: Essential Preclinical Guide."

관련 글

 

질병에서 약물 표적을 찾기까지

신약이 되기까지 (1) — 신약개발의 전체 지도 그리기 하나의 실험 결과가 실제 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해요. 세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보였다고 해서 곧바로 치료제

elitemara.com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