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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재생 시스템, 성체 줄기세포 (2)
손상된 세포를 되살리는 기술, 성체줄기세포 치료
한때 줄기세포 치료는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실제 병원 진료실의 선택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s)가 있고요.
이 세포들은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고, 기능이 저하된 세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수술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자연 회복력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탈모와 퇴행성 관절염은 중년 이후 많은 사람이 겪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인데요,
두 질환은 모두 조직의 미세한 손상과 세포 노화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줘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는 바로 그 “근본적인 문제” - 손상된 세포의 재생과 환경 회복 -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체줄기세포가 어떻게 머리카락의 재생과 관절의 회복에 활용되는지,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1. 탈모 치료, 모근을 다시 깨우는 세포의 힘
탈모는 모낭 세포가 손상되거나 노화되어 새로운 머리카락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성체 줄기세포, 특히 지방 유래 줄기세포(ADSCs)는 모낭 주변 조직에 VEGF, FGF 등과 같은 성장 인자(growth factors)를 분비하고 항염증 신호를 제공하여, 모근이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임상에서는 ADSC를 직접 주입하거나, 이 세포가 분비한 엑소좀(Exosome, 세포 분비 소포체) 을 두피에 미세 주사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엑소좀 안에는 단백질, RNA, 성장 인자가 들어 있어 모낭 세포의 대사를 활성화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이죠.
Systematic review of exosome treatment in hair restoration (2023) 에 따르면,
ADSC 유래 엑소좀 치료를 받은 탈모 환자에서 모발 굵기와 밀도의 유의한 개선이 관찰되었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아직 소규모 단기 임상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모발 밀도 몇 % 증가”와 같은 수치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병원에서는 줄기세포 모발 재생 시술 또는 엑소좀 탈모 주사라는 이름으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약물(미녹시딜, 두타스테리드)·레이저·생활습관 교정과 병행할 때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합니다.
요컨대,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휴면 상태의 모낭을 다시 ‘일하게 만드는’ 재생의학적 접근입니다.
아직 완벽한 치료법은 아니지만,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초기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화장품”은 줄기세포 자체가 아니라, 배양액(세포가 분비한 성분)을 사용하는 제품이 많은 편입니다. 일시적인 탄력·보습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의학적 치료와 동일선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 무릎 관절염, 수술 대신 세포가 연골을 지킨다
“걷는 게 점점 힘들어요.”
무릎 관절염(Osteoarthritis, OA)은 나이가 들수록 연골이 닳고 염증이 쌓이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입니다.
지금까지는 한 번 닳은 연골을 되돌리기 어려워, 약물·주사 치료로 버티다가 결국 인공관절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성체줄기세포, 특히 지방이나 골수에서 얻은 중간엽 줄기세포(MSC, Mesenchymal Stem Cell)가
이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세포들은 손상된 연골 주변에 자리 잡아 염증을 줄이는 물질(예: IL-10, TGF-β)을 분비하고,
동시에 연골세포의 생존과 재생을 돕는 성장 인자(예: FGF, IGF)를 방출해 관절 내의 염증 환경을 조절하고 회복을 촉진합니다.
🔬 MILES 임상연구 —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
2023년에 발표된 MILES 다기관 임상연구(Multicenter Trial of Stem Cell Therapy for Osteoarthritis)는
480명의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골수·지방·제대 유래 MSC 주사와
표준 치료인 스테로이드 주사의 효과를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모든 MSC 주사 치료는 1년 시점에서 스테로이드 주사와 통증 및 기능 회복 정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 치료가 단기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은 확인되었지만, 통증 완화 면에서 기존 주사보다 뚜렷하게 우월하지는 않았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이 연구는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이라기 보다는,
아직 근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고, 세포 제형·용량·투여 시점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현재의 MSC 치료는 수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관절염 진행을 늦추고 통증을 완화하는 보조적 치료로 보고 있는 것이죠.
🌍 한국과 세계의 치료 현황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자가 지방조직 유래 줄기세포(ADSC)를 활용한
무릎 관절염 비수술 치료가 병·의원 단위에서 시행되고 있는데요.
이는 대부분 의료 시술(최소조작 범주)에 해당하며, MFDS(식약처)와 EMA(유럽의약품청)이
‘무릎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정식 허가한 지방 유래 세포치료제는 현재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제대혈 유래 MSC 치료제인 Cartistem®(Medipost)이
무릎 연골 결손 및 퇴행성 관절염 적응증으로 승인되어 상용화되어 있으며,
지방 유래 MSC 기반의 Cupistem®(Anterogen) 은 크론병 항문누공 치료제로 MFDS 허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Alofisel®(darvadstrocel) 이 동일한 적응증으로 EMA 승인을 받았지만, 2024년에 제조 이슈로 자진 철회되었죠.
3. 비용과 안전성, 과장과 과학의 경계
줄기세포 치료는 그 잠재성만큼이나 현실적 제약도 많습니다.
- 비용 문제
줄기세포 시술은 고가입니다. 한 번의 치료에 수백만 원대가 드는 경우가 많고, 현재는 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환자가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 품질과 시술 방식의 일관성 문제
각 병원마다 세포 배양 방식, 분리 및 정제 수준, 보관과 배송 조건 등에서 차이가 커,
결국 같은 이름의 시술이라 해도, 사용된 세포의 순도·생존율·활성도가 다르면 치료 효과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인증된 시설과 불법 시술의 구분 중요성
가장 중요한 것은 GMP(우수 제조 기준) 시설에서 인증된 환경 하에 배양된 세포를 사용하는지 여부입니다.
MFDS나 FDA 등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시술이나 과장 광고는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줄기세포 화장품” 같은 상업 제품들이
실제로는 줄기세포 자체가 아니라 배양액 또는 분비 성분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치료는 수술이 어려운 환자나 기존 치료로 반응이 적은 경우에 대안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희망만 앞세운 과장보다는 투명한 근거와 안전 관리 위주의 접근이야말로 이 분야가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비용과 안전성: 체크리스트 6가지
- 누가 시술하나요?
해당 질환을 다루는 전문의(피부과·정형외과 등)인지, 시술 경험과 합병증 대응 프로토콜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 세포는 어디서 오나요?
자가(내 몸에서 채취)인지, 동종(기증자)인지에 따라 장단점이 달라요. 자가는 면역 거부가 적고, 동종은 준비가 빠릅니다. - 제조·품질은 어떻게 관리되나요?
GMP(우수제조관리) 기준으로 가공·보관되는지, 시험성적서(CoA) 제공 여부를 물어보세요. - 다른 치료와 어떻게 병행하나요?
탈모는 약물(피나스테리드, 미녹시딜)·레이저, 관절염은 재활·체중조절과 병행하면 시저지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 비용은?
병원·제형·횟수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1회 수백만 원대가 일반적이며, 건강보험 적용은 제한적이에요. 부담을 줄이는 패키지·분납 여부를 확인하세요. - 기대치는 현실적으로
“완치”가 아니라 증상 완화와 기능 개선을 목표로 하세요. 효과는 개인차가 있으며, 반복 시술이 필요할 수 있어요.
‘복구’에서 ‘재생’의 의학으로
탈모나 관절염은, 세포가 본래의 기능을 잃은 상태 입니다.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조직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해 주는 접근입니다.
아직 비용·규제·표준화 같은 과제가 남아 있고,
대부분의 적응증에서 줄기세포 치료는 보완적 또는 실험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임상 근거 축적과 제조 기술의 발전이 이어진다면,
향후에는 성체줄기세포 치료가 일부 만성질환의 회복을 돕는 실질적 보조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오늘의 핵심 한 줄 💡
성체줄기세포는 손상된 조직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조력자’ 예요.
탈모에서는 모낭 주변의 염증을 낮추고 성장 신호를 보태며,
관절염에서는 연골 보호와 염증 완화를 돕습니다.
결과는 개인차가 크며, 표준화된 제조·시술과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 Zhang, J. et al. (2025). Mechanisms and clinical progress of adipose-derived stem cells and their derivatives in the treatment of hair loss. Stem Cell Research & Therapy.
- Mautner, K. et al. (2023). Cell-based versus corticosteroid injections for knee pain in osteoarthritis: a randomised phase 3 trial. PMCID: PMC10719084.
- Sajadi, S. et al. (2025). The role of adipose-derived stem cells in knee osteoarthritis treatment: insights from a triple-blind clinical study. Stem Cell Rsearch & Therapy.
- MFDS (2012). Cupistem® approval no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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