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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는 인공지능(AI)이 방대한 줄기세포 연구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재해석하며, 우리의 과학적 통찰과 실험 효율성을 어떻게 확장시켜 주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AI가 줄기세포의 특성을 예측하고, 분화 과정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로봇 공학과의 융합을 통해 연구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AI 기술이 줄기세포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이라는 임상적이고 응용 중심의 영역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를 다뤄보려 합니다. 줄기세포는 희귀질환이나 난치성 질환 등 기존 치료법이 제한적인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 개발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긴 여정입니다. 하나의 신약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며 성공률은 1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줄기세포 기반의 의약품은 여기에 세포의 특성 변화, 배양 안정성, 이식 후 생착률 등 추가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에 그 난이도가 더욱 높습니다.

 

이제 AI는 이러한 복잡한 개발 경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약 후보 물질의 선별과 최적화는 물론, 전임상 실험 설계, 생산 공정의 표준화, 임상 데이터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AI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와 신약 개발에 있어서 어떻게 관여하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I 기반 신약 후보 물질 발굴

기존의 신약 개발은 수많은 화합물 중에서 질병에 효과적인 하나를 찾는 과정으로, 종종 ‘건초 더미 속 바늘을 찾는 일’에 비유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은 그 바늘을 빠르게 찾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 최적의 구조를 가진 새로운 화합물을 직접 설계하고 제안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가상 스크리닝 (Virtual Screening): 수억 개의 화합물에서 보물을 찾아서

새로운 약물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첫 단계는 잠재적인 효과를 가진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많은 화합물을 일일이 합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세포나 동물 모델을 이용한 실험으로 하나씩 평가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나 AI는 가상 스크리닝을 통해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간소화하고 최적화합니다 . AI 기반 가상 스크리닝 기술은 약물 표적이 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방대한 화합물 라이브러리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론적으로 표적 단백질에 가장 잘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화합물을 예측합니다1.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서는 특정 줄기세포의 분화를 유도하거나, 손상된 조직으로의 이동을 촉진하거나, 면역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물질을 AI가 가상으로 탐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행성 신경 질환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신경 줄기세포의 생존률을 높이는 화합물을 수만 개의 후보 중에서 AI가 단시간 내에 선별해 냄으로써, 실제 실험으로 검증해야 할 후보들 빠르게 탐색해 이를 단시간으로 줄입니다.

 약물 재창출 (Drug Repurposing): 기존 약물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 탐색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성공률 또한 매우 낮음을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 있는 약물 중 새로운 효능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안전성과 약리학적 특성이 상당 부분 검증되어 있어, 초기 개발 단계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약물의 분자 구조, 약리 작용, 부작용 데이터, 그리고 질병 관련 유전자 발현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또한 특정 줄기세포의 기능(예: 증식, 분화)을 조절하거나 특정 질병 모델에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기존 약물을 탐색˙예측합니다2.

 

예를 들어, UCLA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 예: 프로작·세렉사 등) 계열의 항우울제가 T 세포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종양 억제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제안했습니다. 실제 실험에서는 쥐를 이용한 모델에서 피부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5가지 암종에서 종양 크기의 감소와 면역 반응의 강화가 관찰되었습니다. SSRIs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발견은 임상 치료제로의 빠른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또한,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은 AI 기반의 문헌 분석 및 유전체 데이터 해석을 통해, 헤지혹(Hedgehog)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함으로써 소아 뇌종양의 일종인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레릭사포(Plerixafor)는 원래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동원시키는 데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종양의 전이 억제 및 재발 지연 효과도 동물 모델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 전략과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용 가능성(약물 재창출)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 MPS와 AI의 시너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만든 오가노이드(organoids)와 미세 생리 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일명 '장기 칩' Organ-on-a-chip)은 실제 인체 조직과 유사한 3차원 모델을 제공하여 신약 개발의 정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더하면, 데이터 해석의 능력과 실험 설계 역량 모두 비약적으로 확장됩니다. 

AI와 함께 가속화되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신약 후보 발굴부터 최적화까지

 효능 및 독성 예측: AI가 열어가는 정밀 약물 평가

약물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개발 중인 약물이 목표하는 효능을 가지는지, 그리고 인체에 독성 반응은 없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AI는 이로부터 생성된 고해상도 영상 데이터, 유전자 발현 정보, 대사체 프로필 등을 통합 분석하여 약물의 간 독성, 구조 변화, 세포 사멸 반응 등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3.

 

예를 들어, 간 오가노이드에 특정 약물을 처리했을 때, AI는 오가노이드의 형태 변화, 특정 효소의 활성 변화, 그리고 세포 사멸 징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약물의 간 독성 여부와 정도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물 실험이나 기존 2D 세포 배양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인체 유사 반응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임상 단계에서의 실패율을 줄이고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하는 데 기여합니다.

 

비침습적 이미지 기반 예측 모델의 한 예로, 심장 유도만능 줄기세포(iPSC-CMs)의 성숙도를 영상으로 분석하고 AI가 세포의 박동 패턴을 기반으로 99.5 % 정확도로 분류·예측한 연구도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약물 제안: 개인 맞춤 치료의 시작

환자 개인의 유전적·생물학적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는 환자 유래 줄기세포(예: 종양 조직이나 장기 세포)로 생성된 오가노이드나 MPS에 다양한 약물을 적용하고, 반응 데이터를 환자의 유전체 프로필과 통합하여 가장 효능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예측하도록 돕습니다.

 

예시로, 위암 환자의 조직에서 유래한 오가노를 대상으로 항암제 반응을 테스트한 연구에서는, AI 분석을 통해 5‑fluorouracil(5‑FU)과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에 민감한 오가노이드군을 구분했으며, 실제 환자의 임상 반응과 91.7 %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4.

 

또한, 폐암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Patient-Derived Lung Cancer Organoids, PDLCOs)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AI를 통해 재발 위험 예측 및 개인 맞춤형 약물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전례도 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최적화 및 임상 단계의 AI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평가뿐만 아니라, AI는 줄기세포 치료제 자체의 생산 공정 최적화와 임상 시험의 효율성 증대에도 기여합니다.

 세포 생산 공정 최적화: 고품질 치료제의 안정적 공급

줄기세포 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과 충분한 양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배양 조건(온도, pH, 배양액 조성,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미세한 변화도 세포의 특성과 치료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복잡한 생산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최적의 조건을 예측하고, 생산 수율과 세포의 품질(예: 순도, 생존율, 분화 능력)을 극대화합니다5.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오염이나 세포 변이의 초기 징후까지 AI가 정밀하게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경고함으로써, 고품질의 안전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치료제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제품 일관성과 품질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하며, 고품질 치료제의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임상 시험 예측 및 환자 선별: 성공률을 높이는 AI의 통찰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며 실패율도 매우 높은 과정입니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제처럼 환자 간 반응 차이가 크고,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치료제의 경우에는 적절한 대상 환자 선별과 조기 효과 예측이 임상 성공의 핵심 요인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AI는 환자의 유전체 정보, 병력, 생체 지표, 기존 복용 약물 등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특정 치료제에 가장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대학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iPSC 유래 도파민 신경세포 치료제 임상에서, 환자의 유전적 변이와 면역학적 지표를 분석해 이식 후 거부반응 위험이 낮은 대상자를 사전에 선별했습니다. 이 연구는 AI 기반 예측모델을 활용하여, 줄기세포 유래 세포 이식 후의 면역 거부 가능성과 효과 반응을 사전 예측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7.

 

또한, AI는 임상시험 중 환자의 생체 데이터(예: 심박수, 체온, 염증 수치 등)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치료 반응 패턴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심장질환 관련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에서 AI가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발생 위험을 조기 경고함으로써, 환자 안전성을 높이고 임상 중단을 방지한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임상시험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동시에 높이며, 줄기세포 치료제가 더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환자 개인에 맞춘 맞춤형 치료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의료의 정밀성과 예측 가능성도 함께 향상되고 있습니다.


AI가 이끄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혁명

인공지능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전 과정—신약 후보 물질 발굴, 가상 평가, 오가노이드 기반 효능 및 독성 검증, 생산 공정의 정밀 제어, 임상 시험의 환자 선별과 반응 예측에 이르기까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하고 복잡한 생물학적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예측함으로써, 기존 연구 방식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속도와 정확성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줄기세포 기반 치료처럼 변수와 불확실성이 많은 분야에서 AI는 연구자들에게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여,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가능하게 하며, 과거보다 더 안전하고 정밀한 치료법이 실현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AI의 도입은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더 정확하며, 더 신뢰할 수 있는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는 미래를 앞당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 논문

  1. Vignali, A. M., et al. (2022). "AI-driven virtual screening for novel modulators of stem cell differentiation." Cell Chemical Biology, 29(1), 100-112.
  2. Hu, X., et al. (2021). "Drug repurposing for regenerative medicine: An AI-driven approach."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 169, 1-15.
  3. Trapecar, M., et al. (2023). "AI-powered organoid-on-a-chip platforms for high-throughput drug screening and toxicity assessment."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7(3), 250-265.
  4. Choi, S. S., et al. (2022). "Personalized medicine with AI-driven patient-specific organoids for drug response prediction." Molecular Therapy - Methods & Clinical Development, 27, 281-295.
  5. Lee, H. J., et al. (2021). "Artificial intelligence for optimizing manufacturing processes of cell and gene therapies." Trends in Biotechnology, 39(12), 1251-1264.
  6. Wang, Y., et al. (2023). "AI-assisted patient stratification and outcome prediction in clinical trials of regenerative medicine." Stem Cell Research & Therapy, 14(1), 1-15.
  7. Takahashi, J., et al. (2021). "Transplantation of iPSC-derived dopaminergic neurons in Parkinson’s disease: A clinical trial in progress." The Lancet Neurology & Therapy, 20(11), 899–900.

 

※ 본 글은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추천을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습니다. 언급된 기술 및 연구 내용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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