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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새로운 식품, 신뢰와 안전을 얻기 위한 여정

지난 두 편의 글에서 우리는 줄기세포 기반 배양육의 기본 개념과 그 필요성, 그리고 배양육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줄기세포 배양 기술의 최적화 노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배양육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관문, 즉 '영양학적 가치', '안전성', 그리고 '규제 승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식품이라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섭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고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식품은 국가별로 엄격한 규제를 받으므로, 새로운 유형의 식품인 배양육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현재 배양육은 이미 일부 국가에서 상업 판매가 승인되었습니다.

 

오늘은 배양육이 가진 영양학적 잠재력은 무엇인지,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하는지, 그리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배양육을 어떻게 규제하고 승인하고 있는지 그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줄기세포 기반 연구가 식량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인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양육의 영양학적 가치: 무엇을 먹는가?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양 성분 구성은 전통적인 육류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생산 과정의 통제 가능성 덕분에 영양 성분을 더욱 최적화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 매크로 및 마이크로 영양소 구성

배양육은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로 구성되므로, 전통 육류와 마찬가지로 주요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합니다. 특히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는 고품질 단백질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배양육 기업들은 세포 유형 선택과 배지 조절을 통해 단백질 함량을 높이거나, 지방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여 특정 건강 목표에 부합하도록 영양 구성을 맞춤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화 지방산 함량을 줄이고 불포화 지방산(오메가-3 등) 함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더 건강한 육류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1.

▶ 건강 증진 성분 및 맞춤형 영양 강화 가능성

배양육은 생산 과정의 통제 가능성 덕분에 다음과 같은 건강 증진 성분 포함 및 영양 강화의 잠재력을 가집니다:

  •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 조절: 지방 세포의 종류와 배양 조건을 조절하여 콜레스테롤 및 포화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오메가-3 지방산 강화: 배지 내에 오메가-3 지방산의 전구체를 첨가하거나, 오메가-3를 생산하는 세포를 공동 배양하여 최종 제품의 오메가-3 함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 육류에서는 얻기 어려운 건강 이점입니다.
  • 미량 영양소 강화: 비타민 B12, 철분, 아연 등 전통 육류에서 얻을 수 있는 필수 미량 영양소를 배지 조절을 통해 함유시키거나, 특정 비타민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 항생제 및 호르몬 불포함: 통제된 무균 환경에서 생산되므로, 전통 축산에서 사용될 수 있는 성장 호르몬이나 질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로부터 자유로워 더욱 깨끗하고 안전한 육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양학적 맞춤화 가능성은 배양육이 단순한 대체 식품을 넘어, 특정 건강 목표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배양육의 안전성 평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가?

새로운 식품인 배양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안전성'입니다. 배양육 기업들은 최종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포 채취부터 생산, 가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엄격한 안전성 평가와 관리를 수행합니다.

줄기세포 배양육의 영양, 안전성, 그리고 규제: 식탁에 오르기 위한 필수 관문

▶ 세포 채취 및 배양 과정의 위생 관리

배양육 생산은 무균(sterile) 환경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는 박테리아, 곰팡이 등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초기 세포 채취는 최소 침습적으로 이루어지며, 이후 세포 증식 및 분화는 통제된 바이오리액터 내에서 진행되므로, 전통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균(예: 살모넬라, E. coli) 오염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도 줄어듭니다2.

▶ 배지 성분의 안전성 및 잔류 물질 문제

배양육의 안전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세포 배지에 사용되는 성분들의 안전성입니다. 배양육 생산 기업들은 동물 유래 혈청(FBS)을 배제한 무혈청(serum-free)화학적으로 정의된(chemically defined) 배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지에는 세포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성장인자 등이 포함되는데, 이 모든 성분들은 식품 안전 기준에 부합해야 합니다. 특히 성장인자와 같은 단백질 성분이나, 세포 배양 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타 첨가물들이 최종 제품에 잔류하여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 미치는지 철저히 평가됩니다3. 엄격한 정제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잔류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유전적 안정성 및 변이 검증

장기간 체외 배양되는 줄기세포는 유전적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세포주가 유전적으로 안정적인지, 그리고 유해한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핵형 분석(karyotyping), 유전체 시퀀싱(genome sequencing) 등을 통해 세포의 유전적 무결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최종 제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품질 관리 단계입니다4.

▶ 미생물 및 유해 물질 오염 위험 감소

전통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원(예: 중금속, 다이옥신, 미세플라스틱)이나 항생제, 성장 호르몬 등의 잔류 문제는 소비자 건강에 우려를 낳습니다. 배양육은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되므로 이러한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더 깨끗하고 안전한 육류를 제공할 잠재력을 가집니다.


글로벌 규제 동향 및 승인 사례: 식탁에 오르기 위한 필수 관문

배양육은 전 세계적으로 '신규 식품(Novel Food)'으로 분류되어 각국의 엄격한 규제 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상업적 판매가 승인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 식품청(SFA): 세계 최초 상업 판매 승인

싱가포르는 배양육의 상업적 판매를 세계 최초로 승인한 선도적인 국가입니다. 2020년 12월, 싱가포르 식품청(SFA)은 미국 기업 '잇 저스트(Eat Just)'의 자회사인 굿 미트(GOOD Meat)가 생산한 배양 닭고기 제품의 판매를 승인했습니다. SFA는 굿 미트의 생산 공정, 안전성 데이터,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철저히 검토한 후 인체 섭취에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승인은 배양육 산업의 상업화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5.

▶ 미국 식품의약국(FDA) 및 농무부(USDA): 듀얼 승인 시스템

미국에서는 배양육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가 공동으로 규제 및 승인 절차를 담당하는 독특한 듀얼(Dual) 승인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 FDA의 사전 협의: FDA는 세포주 확립 및 배양 공정의 안전성에 대해 사전 협의(pre-market consultation)를 통해 검토합니다. FDA는 세포 배양 식품이 전통적인 식품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022년 11월, FDA는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 배양 닭고기 제품이 안전하다는 'No Questions' 서한을 발행하며 사실상 첫 승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 USDA의 검사 및 라벨링: FDA의 승인 후에는 USDA가 시설 검사, 제품 라벨링, 유통 등에 대한 규제를 담당합니다. 2023년 6월, USDA는 업사이드 푸드와 굿 미트가 생산한 배양 닭고기 제품에 대해 판매 및 유통을 허가하는 최종 승인을 내렸습니다6. 이는 미국 내에서 배양육 제품이 최초로 상업적으로 판매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 유럽 연합(EU), 영국, 이스라엘 등 주요국의 동향

다른 주요 국가들도 배양육에 대한 규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 유럽 연합(EU): EU는 '노블 푸드(Novel Food)' 규정 하에 배양육 제품을 심사할 예정이며, 아직 승인된 사례는 없습니다. 복잡하고 긴 승인 절차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초기에는 아시아나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영국: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배양육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 중이며,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한 투명한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 배양육 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국가 중 하나로, 규제 당국이 식품 안전성을 검토 중입니다. 2023년에는 알레프 팜스(Aleph Farms)가 생산한 배양 소고기 제품이 식용으로 적합하다는 초기 승인(pre-market approval)을 받았습니다7.

▶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규제 마련 동향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세포 배양 식품에 대한 안전성 평가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와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식약처는 '세포배양 식품 등 안전성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산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 기반의 안전성 평가 기준을 마련 중입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배양육을 포함한 세포 배양 식품의 상업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합니다.


소비자 인식과 수용도: 미래 시장의 열쇠

배양육이 기술적으로나 규제적으로 모든 허들을 넘는다 해도, 최종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수용이 필수적입니다. 소비자 인식은 배양육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자연스러움'에 대한 우려와 정보의 중요성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식품인 배양육에 대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환경 보호나 동물 복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자연스럽지 않다',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나, 유전자 변형 식품(GMO)과 유사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가격, 맛, 질감에 대한 기대치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우려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투명한 정보 제공과 소비자 교육의 역할

배양육 기업들과 규제 기관은 제품의 생산 과정, 성분, 영양 정보, 안전성 평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 홍보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클린 미트(Clean Meat)’와 같은 용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배양육(Cultivated Meat)’이라는 보다 중립적인 표현으로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표준 용어로 점차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레스토랑 등 특정 채널을 통해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에게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로 열리는 배양육의 미래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배양육은 식량, 환경, 윤리 등 인류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영양학적 가치 입증, 철저한 안전성 평가, 그리고 엄격한 규제 기관의 승인이 필수적입니다.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이미 상업적 판매가 승인된 사례는 배양육의 안전성과 잠재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됩니다.

 

물론 아직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규제 승인, 그리고 대중의 광범위한 수용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을 통한 신뢰 구축,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한 소비자 교육, 그리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노력이 계속된다면, 배양육은 우리 식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동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Gaydhane, K., et al. (2018). Cultured meat: An ethical and sustainable alternative to traditional meat production. *Journal of Integrative Agriculture*, 17(2), 297-308.

2. Chriki, S., & Hocquette, J. F. (2020). The Myth of In Vitro Meat: A Critical Review of the Prospects of Cultured Meat for Global Food Security. *Frontiers in Nutrition*, 7, 7.

3. Stephens, N., et al. (2020). The safety of cultured meat: A review of the risks and mitigation strategies. *Critical Reviews in Food Science and Nutrition*, 60(16), 2824-2838.

4. Ben-David, U., & Amon, A. (2020). Chromosomal instability and cancer: from cell cycle to therapy. *Cell*, 181(1), 32-48. (세포 유전적 안정성 일반론)

5. Singapore Food Agency (SFA) (2020). *Singapore first in world to approve sale of cultivated meat*. (공식 발표 자료).

6.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 (2023). *FDA and USDA Announce Joint Regulation of Cultivated Meat*. (공식 발표 자료).

7. Aleph Farms (2023). *Aleph Farms Receives World's First Regulatory Approval for Cultivated Steak*. (기업 보도자료).

8. Wilks, M., et al. (2019). Consumer Acceptance of Cultured Meat. *Frontiers in Sustainable Food Systems*, 3, 44.

9. Verbeke, W., et al. (2015). Consumer acceptance of novel meat production technologies. *Meat Science*, 103, 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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