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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차 연구자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줄기세포 이야기


 

줄기세포 기반 생체 모방 기술,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지난 세 편의 글을 통해 우리는 줄기세포의 만능성을 활용한 오가노이드의 경이로운 자가 조직화 능력, 그리고 미세유체 기술로 인체 환경을 모사하는 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의 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나아가 이 두 기술이 결합된 '오가노이드-온-어-칩'이 질병 모델링과 신약 개발에 어떤 혁명적인 시너지를 내는지도 살펴보았죠. 이제는 이러한 첨단 생체 모방 기술이 연구실에서의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업들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지 그 도전과 성공 사례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신약 개발의 높은 실패율과 막대한 비용, 그리고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요구 증가는 인체 생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새로운 전임상 모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오가노이드와 MPS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빠르게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바이오텍 기업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여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독성을 평가하며,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다방면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뜨거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특히 한국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줄기세포 기반 생체 모방 기술이 어떻게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신약 개발 및 약물 스크리닝 분야의 선두 주자들

오가노이드 기술은 신약 개발의 핵심 단계인 약물 스크리닝과 효능/독성 평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 HUB Organoids (Hubrecht Organoid Technology):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의 개척자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HUB Organoids (Hubrecht Organoid Technology)는 이 분야의 선구자 중 한 곳입니다. 2009년 한스 클레버스(Hans Clevers) 교수 연구팀이 성체 줄기세포로부터 장 오가노이드를 성공적으로 배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HUB는, 특히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Patient-Derived Organoids, PDOs)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HUB는 다양한 암 환자로부터 유래한 종양 오가노이드 은행을 구축하고, 이를 이용하여 개별 환자에게 최적의 항암제를 선별하는 정밀 의학 솔루션을 제공합니다1. 실제로 HUB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 결과가 환자의 실제 임상 반응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이 기술의 상업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로슈(Roche)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은 HUB의 기술력이 제약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InSphero & Crown Bioscience: 3D 모델링 기반 CRO 서비스의 강자

스위스의 InSphero3D 세포 배양 및 스페로이드/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여 신약 개발을 위한 계약 연구 기관(CRO)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들은 독자적인 기술로 균일하고 재현성 높은 3D 미세 조직(microtissues) 및 오가노이드를 대량 생산하여, 제약 회사들이 약물의 효능, 독성, ADME(흡수, 분포, 대사, 배설) 특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2. 특히 이들의 3D InSight™ 플랫폼은 간 독성, 심장 독성, 종양 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글로벌 CRO인 Crown Bioscience 역시 암 연구 분야에서 오가노이드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PDO)를 활용한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의 2D 세포주나 동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 회사들이 더욱 인간 생체에 가까운 모델에서 약물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전문 개발 및 서비스 기업

MPS, 즉 Organ-on-a-Chip 기술은 정밀한 환경 제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전 임상 단계에서 혁신적인 예측력을 제공하며, 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오가노이드와 MPS: 산업을 혁신하는 글로벌 기업들

▶ Emulate Bio: 인간 장기 칩으로 전임상 예측력을 높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웨이스 연구소(Wyss Institute)에서 스핀오프된 Emulate Bio는 Organ-on-a-Chip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한 곳입니다. 이들은 인간 에뮬레이션 시스템(Human Emulation System)이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통해 폐, 간, 장, 뇌 등 다양한 장기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3. Emulate의 칩은 미세 채널과 진공 기반의 기계적 자극 시스템을 결합하여 실제 장기의 생리적 환경을 정밀하게 모사합니다. 특히 폐 칩(Lung-on-a-Chip)은 공기-액체 계면과 주기적인 호흡 운동을 재현하여 약물 흡수, 독성, 바이러스 감염 연구에 활용되며, 미 국방부(DARPA) 및 FDA와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및 규제 과학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MIMETAS (OrganoPlate®): 혈관화된 오가노이드 온 칩의 선구자

네덜란드의 MIMETAS는 독자적인 OrganoPlate® 플랫폼을 통해 3D 조직 및 혈관화된 오가노이드-온-어-칩을 제공하는 혁신 기업입니다. 이들의 기술은 특허받은 중력 기반의 유체 흐름 제어 기술을 사용하여 복잡한 3D 세포 모델을 구축하고, 혈관 구조와 같은 생체 내 미세 환경을 정교하게 모사합니다. MIMETAS는 신장 세뇨관, 간 소엽, 뇌-혈뇌장벽 모델 등 다양한 장기 모델을 개발하여 신약 개발을 위한 약물 효능 및 독성 스크리닝, 질병 모델링에 활용되고 있습니다4.

▶ TissUse GmbH: 멀티-오가노이드 칩으로 전신 독성을 예측하다

독일의 TissUse GmbH여러 장기 칩을 연결하여 인체 시스템 전체를 모사하는 Multi-organ-Chip (Human-on-a-Chip) 기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대 4개의 서로 다른 장기 칩(예: 간, 신장, 피부, 장)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여 약물이 인체 내에서 흡수, 분포, 대사, 배출되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복합적인 장기 간 상호작용 및 전신 독성을 예측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5. TissUse의 기술은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약물의 전신적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여 신약 개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대한민국 오가노이드/MPS 기술의 선두 주자들

글로벌 시장 못지않게 대한민국에서도 오가노이드 및 MPS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 역량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 오가노이드사이언스 (OrganoidSciences): 국내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의 선봉장

국내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 중 하나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OrganoidSciences)입니다. 이 기업은 성체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여 염증성 장 질환(IBD)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 유래 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ATORM)과 손상된 장 조직을 재생하는 오가노이드 기반 치료제(ODISEI)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6. 이들의 연구는 단순한 질병 모델링을 넘어,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세포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며 국내 오가노이드 산업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 그 외 국내 유망 기업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외에도 국내에는 여러 기업들이 오가노이드 및 MPS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넥셀(NEXEL)과 같은 기업은 심장, 간 등 iPSC 유래 기능성 세포를 기반으로 한 독성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여 글로벌 제약사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솔루션과 같은 기업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하여 인공 피부, 인공 장기 모델 등을 개발하며 재생 의료 분야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특정 질환 분야의 치료제 개발이나, 고도화된 스크리닝 플랫폼 구축에 기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 및 MPS 산업의 현재와 미래 전망

오가노이드와 MPS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글로벌 시장 성장과 투자 동향

시장 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및 Organ-on-a-Chip 시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2030년까지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러한 성장은 신약 개발의 효율성 증대 요구, 동물 실험 대체에 대한 규제 및 윤리적 압력 증가, 그리고 개인 맞춤형 의학 시장의 확대에 기인합니다7. 벤처 캐피털과 대형 제약사들의 전략적 투자가 활발하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 도전 과제와 새로운 기회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오가노이드 및 MPS 산업은 여전히 몇 가지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기술의 복잡성으로 인한 생산 표준화 및 재현성 확보의 어려움, 대규모 생산을 위한 스케일업(scale-up) 문제, 그리고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전 임상 모델로서 규제 기관의 최종적인 승인과 광범위한 채택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효성 검증과 가이드라인 확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 과제들은 동시에 기술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그리고 표준화된 프로토콜 개발은 앞으로 이 산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줄기세포 기반 생체 모방 기술, 인류 건강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

줄기세포로부터 출발한 오가노이드와 MPS 기술은 이제 연구실 수준을 넘어, 신약 개발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UB Organoids, Emulate Bio, MIMETAS, TissUse, 그리고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같은 글로벌 및 국내 선두 기업들은 이 혁신적인 기술을 상업화하여 질병 모델링의 정확도를 높이고, 약물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며, 궁극적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법의 구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생체 모방 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더 많은 바이오텍 스타트업과 대형 제약사들이 이 분야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규제적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이 분야의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는 오가노이드와 MPS가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할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고 있습니다.

 

참고 논문 및 자료:

1. Pauli, C., et al. (2014). Personalized cancer therapy with patient-derived organoids. *Science*, 345(6194), 1247-1250.

2. Astashkin, R., et al. (2020). 3D cell culture in drug discovery: Moving beyond the spheroid. *SLAS Discovery*, 25(8), 882-890.

3. Huh, D., et al. (2010). Reconstituting organ-level lung functions on a chip. *Science*, 328(5986), 1662-1668. (Emulate 설립자 David Ingber 교수 연구)

4. van der Meer, A. D., et al. (2013). A microfluidic platform with endothelialized channels for blood-brain barrier modeling. *Journal of Biological Engineering*, 7(1), 16. (MIMETAS 관련 연구)

5. Marx, U., et al. (2020). Biology-inspired microphysiological systems to decipher human-on-chip design principles. *Nature Reviews Methods Primers*, 1(1), 1-26. (TissUse 공동 창립자 연구)

6. OrganoidSciences 공식 웹사이트 및 관련 언론 보도 자료. (예: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염증성 장질환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 속도"). 2023년 갱신.

7. MarketsandMarkets. (2023). *Organ-on-a-chip Market - Global Forecast to 2028*. (시장 조사 보고서).

8. Ingber, D. E. (2020). Human organs-on-chips for drug discovery.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19(5), 365-365.

9. Low, L. A., et al. (2021). Organs-on-chips: breaking through the preclinical bottleneck. *Expert Opinion on Drug Discovery*, 16(11), 1319-1332.

 

※ 이 글은 오가노이드 및 MPS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언급된 사례는 기술적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입니다. 특정 기업, 제품, 서비스에 대한 권유 또는 보증의 의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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