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가 세포 자체보다는 주변에 분비되는 ‘메신저’, 즉 엑소좀(Exosome)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엑소좀은 낮은 면역 거부 반응 가능성, 안정적인 구조, 그리고 효율적인 전달 특성 덕분에 기존 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을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적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엑소좀이 연구 단계에서 임상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적 접근과, 이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엑소좀, 어떻게 얻고 정제할까?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첫 단계는 순수한 엑소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배지에는 엑소좀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백질, 성장인자, 다른 형태의 세포 외 소포체 등이 함께 존재합니다. 이 혼합물 속에서 엑소좀만을 선택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과정이 치료제의 품질과 안전성을 좌우합니다.
엑소좀 분리 및 정제 기술의 종류와 원리
엑소좀 분리 기술은 크게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과 생화학적 특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초고속 원심분리(Ultracentrifugation):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배양액을 매우 높은 속도로 회전시켜 밀도와 크기 차이에 따라 엑소좀을 가라앉히는 원리입니다.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엑소좀 손상 가능성이 있으며, 순도가 낮아 불순물이 많이 섞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Size Exclusion Chromatography, SEC): 최근 주목받는 방법으로, 구멍이 뚫린 비즈(beads)로 채워진 컬럼을 통과시키며 크기 차이에 따라 엑소좀을 분리합니다. 초고속 원심분리에 비해 엑소좀 손상이 적고 순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1.
기타 방법: 이 외에도 엑소좀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이용해 분리하는 면역 친화성 방법(Immunoaffinity)이나, 미세 유체(Microfluidic) 기술을 활용한 분리법 등 차세대 기술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고순도, 고수율의 엑소좀을 얻기 위한 기술적 노력
치료제 개발에서는 불순물 없이 순수한 엑소좀을 충분한 양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순도(High Purity)는 안전성과 효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며, 고수율(High Yield)은 대량 생산과 상업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초고속 원심분리와 크로마토그래피를 결합하거나,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여 분리 효율과 재현성을 높이는 공정 최적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엑소좀 분리·정제 기술 비교
기술
원리
장점
단점
활용 예
초고속 원심분리 (Ultracentrifugation)
밀도와 크기 차이에 따라 고속 회전으로 침전
- 장비와 방법이 널리 보급됨 - 대량 시료 처리 가능
- 긴 처리 시간 - 엑소좀 손상 가능성 - 낮은 순도
기초 연구, 초기 분리 실험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 (SEC)
다공성 비즈 컬럼을 통과하며 크기별로 분리
- 엑소좀 손상 최소화 - 비교적 높은 순도 확보- 재현성 우수
- 처리 용량 제한 - 컬럼 유지 비용 발생
고품질 엑소좀 확보, 전임상 연구
면역 친화성 분리 (Immunoaffinity)
엑소좀 표면 단백질에 특이 항체 결합
- 표적 엑소좀 선택 가능 - 매우 높은 순도
- 비용 높음 대량 생산 어려움
특정 기원 엑소좀 분석, 바이오마커 연구
미세 유체 기반 분리 (Microfluidics)
마이크로 채널 내 유체역학·필터·전기장을 이용한 분리
- 소량 시료에서 빠른 분석 가능 - 자동화·정밀 제어 용이
- 대량 생산 부적합 - 초기 장비 투자 비용
진단용 엑소좀 분석, PoC 장치
중합체 침전 (Polymer Precipitation)
고분자 용액 첨가로 엑소좀을 침전
- 간단한 절차 - 특수 장비 불필요
- 단백질 등 불순물 동시 침전 - 순도 낮음
시료 준비, 대략적 정량 분석
엑소좀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엔지니어링 기술
자연적으로 생성된 엑소좀도 일정한 치료 효과를 발휘하지만, 연구자들은 엑소좀의 특성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치료 효율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치료 물질을 엑소좀에 탑재하는 '로딩(Loading)' 기술
엑소좀은 생물학적 신호 전달 매개체로, 특정 치료 물질을 운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로딩(Loading)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mRNA, siRNA, 단백질, 소분자 약물 등을 엑소좀 내부에 탑재해 표적 세포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수동적 로딩(Passive loading): 엑소좀과 약물을 혼합해 자연 확산을 통해 약물이 엑소좀 내부로 들어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절차가 간단하지만 약물 탑재 효율이 낮습니다.
능동적 로딩(Active loading): 전기천공(electroporation), 초음파(sonication) 등의 물리적 방법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엑소좀 막의 투과성을 높여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효율은 높지만 엑소좀 구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엑소좀을 생산하는 줄기세포 단계에서부터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물질을 엑소좀에 담아내게 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습니다2. 다른 예로는, 2020년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보고된 연구에서는 줄기세포 유전자를 변형해 항암 miRNA가 포함된 엑소좀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표적 세포 선택성을 높이는 '타케팅(Targeting)' 기술
엑소좀은 전신에 널리 퍼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도달하게 만드는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엑소좀 표면에 특정 단백질, 펩타이드, 또는 항체를 발현시켜 원하는 세포에만 결합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1년 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된 Alvarez-Erviti 연구에서는 신경세포 표면 수용체에 결합하는 RVG 펩타이드를 엑소좀 표면에 부착해, 혈뇌장벽(BBB)을 통과하여 siRNA를 뇌 세포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암세포, 손상된 신경세포, 염증 부위 등 특정 표적에 맞춘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3.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기술적 과제: 품질 관리와 표준화
엑소좀이 차세대 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분리·엔지니어링 기술뿐 아니라, 규제 기관과 시장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품질 관리 체계와 표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엑소좀의 크기, 농도, 순도, 기능성 표준화
엑소좀은 화학 의약품처럼 고정된 화학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니라, 세포 종류·배양 조건·추출 방법에 따라 특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줄기세포라도 배양 환경이 변하면 엑소좀에 포함된 microRNA 프로필이나 단백질 조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의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분석법이 병행됩니다.
나노입자추적분석(NTA): 엑소좀의 평균 크기와 농도를 정량화.
전자현미경(TEM): 형태와 구조를 시각적으로 확인.
유세포분석(Flow Cytometry): 표면 단백질 마커 분석.
단백질·RNA 프로파일링: 내용물의 생화학적 구성 파악.
국제 엑소좀 학회(ISEV)는 MISEV 2023 가이드라인에서 최소 2가지 이상의 물리적 특성 분석과, 1가지 이상의 분자적 특성 분석을 결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생산 공정의 재현성과 안전성
엑소좀은 세포에서 유래한 생물학적 제제이므로, 제조 과정 전반에서 안전성 검증이 필수입니다. 규제 기관(예: 미국 FDA, 유럽 EMA)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합니다.
원료 세포의 안전성: 병원체·마이코플라즈마·바이러스 오염 여부 검사.
공정 재현성: 동일 조건에서 반복 생산 시 품질 변동이 허용 범위 내인지 확인.
최종 제품 안전성: 발열원(pyrogen)·잔류 불순물·미생물 오염 검사.
실제 예로, 미국의 Capricor Therapeutics는 심근염 치료용 엑소좀 후보(CAP-2003) 개발 과정에서, 배양 환경·정제 방식·보관 조건을 표준화해 FDA의 임상시험승인(IND)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엑소좀 치료제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가 협력하여 공통의 품질 기준과 시험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차세대 치료의 문을 열다
엑소좀은 줄기세포가 주변 세포와 소통하는 ‘메신저’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고순도 정제, 효율적인 물질 로딩, 정밀한 표적 전달, 그리고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품질 관리와 표준화가 그 핵심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연구자와 기업들은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엑소좀은 실험실의 발견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치료제로 점차 다가가고 있습니다.
엑소좀 치료제 개발 핵심 요약
구분
주요 내용
실제 예시
분리·정제 기술
초고속 원심분리(UC),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SEC), 면역친화성 분리, 마이크로플루이딕스 기반 차세대 기술
UC: 전통적 방법(순도 낮음), SEC: 순도↑ 손상↓, Immunoaffinity: 특정 표면단백질 기반 고정밀 분리
엔지니어링 기술
로딩(Loading): 약물·유전자·단백질을 엑소좀 내부에 탑재 / 타게팅(Targeting): 표면 단백질·펩타이드 부착으로 표적 세포 선택적 전달
Electroporation 통한 siRNA 로딩, HER2 수용체 표적 엑소좀 설계
품질 관리·표준화
크기·농도·순도·기능성 평가를 위한 다중 분석법(NTA, TEM, Flow Cytometry) 결합, 생산 공정 재현성 확보
GMP 표준에 따른 생산, 발열원·미생물 안전성 시험
규제·시장 요구
명확한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 부재 → 과학계·산업계 협력 필요, FDA·EMA 안전성 기준 충족 필수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임상시험 시 세포원 추적성 확보 의무
응용 분야
염증성 질환, 신경 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암, 조직 재생 등
iPSC 유래 엑소좀의 심근경색 후 심근 재생 연구, MSC 엑소좀의 알츠하이머 모델 염증 완화
참고 논문 및 자료:
1 Sitar, S., et al. (2020). "Isolation of exosomes for research and diagnostics." Molecular and Cellular Oncology, 7(3), 1735165. (엑소좀 분리 및 정제 기술의 최신 동향에 대한 포괄적 검토)
2 Luan, X., et al. (2017). "Engineering exosomes for therapeutic purposes." Advanced Drug Delivery Reviews, 134, 1-13. (치료 목적으로 엑소좀을 공학적으로 조작하는 기술에 대한 내용)
3 Zappavigna, V., et al. (2020). "Exosomes: a promising tool for cancer therapy and diagnosis." Journal of Experimental & Clinical Cancer Research, 39(1), 1-15. (엑소좀의 암 치료 및 진단에서의 활용과 타게팅 기술에 대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