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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 1950년대 영국 생활과 교통편 안내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비미쉬는 어떤 곳인가

지난 평일, 반차를 내고 비미쉬 박물관(Beamish Museum)에 다녀왔어요.

운 좋게도 배우자 직장 혜택 덕분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고요.

주말엔 방문객이 많다고 해서, 일부러 평일을 골랐습니다.

비미쉬 박물관 입구.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Beamish Entrance (cropped)” , 원작자: Beamish Museum, CC BY 2.0, 일부 편집(자르기)

 

더럼(Durham) 근처에 있는 비미쉬는 흔히 살아있는 박물관(Living Museum)이라고 불리는데요.

1971년에 문을 연 이곳은 영국 최초의 야외 박물관 중 하나로,

영국 북동부 지역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해요.

 

실제로 당시의 거리·집·가게·학교·광산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야외 공간 속을

직접 걸어 다니며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배우들 / 혹은 현지인들이 당시 복장을 하고 생활을 재연하기도 해서,

잠시 과거로 순간이동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주차 후에 가장 먼저 마주한 비미쉬 박물관의 전경이예요.

 

제가 이번에 직접 보고 경험한 곳은 실제 탄광 마을을 기반으로 한 전시였습니다.

폐광된 지역을 활용해 1900년대 탄광 마을을 박물관 형태로 재현한 구역,

그리고 1900년대와 1950년대의 가정집과 상점가를 그대로 복원해 놓은 공간들이 인상 깊었어요.

처음 오픈 당시에는 1900년 탄광마을만 있었다가, 점점 더 확장해 갔다고 하네요.

 

TIP. 박물관 부지는 넓습니다. 최소 반나절~하루 일정으로 여유 있게 둘러보세요. 티켓은 현장/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며,

보통 연간 재방문 가능한 패스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근처에 사신다면 재방문도 추천합니다.

 

비미쉬 박물관 입장권 및 가격 안내

 

Plan your visit - Beamish

Plan your visit to Beamish, The Living Museum of the North. Here you will find information about visiting the museum.

www.beamish.org.uk

 

1900년대 탄광마을 (1900s Pit Village)

[비미쉬] 영국 비미쉬(Beamish) 야외 박물관 – 살아있는 시간여행 (1)
비미쉬 내에는 다향한 전차와 버스들이 있어, 야외 박물관 내를 다니기 편하게 되어 있어요. 들어가자 본 것이라 더 신기했던 것 같네요. ^^

비미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1900s Pit Village이지 않을까 해요.

실제 광산 입구와 갱도, 보일러·펌프 등 설비가 재현되어 있고,

그 당시 광부들이 어떻게 일하고 생활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어요.

1900년대 탄광마을을 보여주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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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산업혁명의 주역, 1871년 런던에서 탄생한 증기기관이에요. 함께 전시된 씨엄의 소형 증기기관차 소식도 볼 수 있었어요.

 

가이드와 함께 당시의 좁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작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당시 가장 어린 광부의 나이가 고작 세 살 반이었다는 사실이에요 😱.

탄광의 작업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당시에는 체구가 작은 아이들이 입구 문을 여닫는 등의 일도 했다고 하네요.

 

1842년, 영국에서는 폭우로 탄광 통풍구가 물에 잠기며 어린이 26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빅토리아 여왕은 왕실 조사 위원회를 꾸려 탄광의 실태를 조사했어요.

조사 보고서에는 지하 갱도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남녀노소가 최소한의 복장으로 일하며,

어린 소년·소녀들까지 어른들과 함께 거의 반나체 상태로 석탄을 나르는 모습이 담겼던 거죠.

이로 인해, 특히 더럼 지역에서는 이런 환경이 사회적·도덕적 문제로 지적되어 여성의 탄광 노동이 금지되었고,

결국 같은 해 제정된 Mines and Collieries Act 1842를 통해 여성과 소녀들의 지하 노동이 전면 금지되고,

10세 미만 소년 역시 갱도에 들어가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속해 있던 탄광 경험의 가이드분이세요
탄광 안 천장이 얼마나 낮았는지, 모두 이렇게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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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캐내던 벽면과 도구들, 축축하고 차가운 작업 공간과 분류장에 모여 앉아 석탄을 골라내던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모습(역사 사진).
비미쉬 박물관의 탄광 마을 전경, 빨간색 건물은 석탄을 선별·운반하던 시설, 앞에는 옛 장비와 철로가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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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출신 가이드분이 옛 증기 엔진 시연을 통해 사람과 석탄을 나르던 모습을 보여주시네요, 갱도 입구의 나무 문과 석탄 수레, ‘네 명 이상 탑승 금지’ 안내문도 그대로 재현돼 있었어요.

 

당시 탄광의 어두운 갱도에서, 사람들과 함께 석탄을 나르던 또 다른 일꾼으로 당나귀를 이용했다고 해요.

작은 몸집 때문에 좁은 통로를 오가기에 알맞았던 거죠.

 

하지만 이 선택은 종종 학대와 고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 평생 빛을 보지 못한 채 일하다 생을 마감한 경우도 많았다고 해요.

이런 현실이 알려지면서 1887년 법과 제도가 마련됐고,

1911년의 법에서는 최소 나이 규정, 수의사 검사, 적절한 사육 환경 등을 포함한 보호 조항들이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조랑말(ponies), 때론 당나귀(donkeys)들이 가장 늦게까지 사용된 곳은 1990년대라도 하네요.
조랑말 관리자의 그 당시 사무실 내부 전경

 

비미쉬 탄광에서의 체험은 과거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몸소 느껴보는 시간이었어요.

글이 길어져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2) 편에서는 거리와 트램, 또 다른 비미쉬의 매력을 담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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