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인공배아 연구가 인간 발생학의 미스터리를 밝히고, 불임과 선천성 질환 같은 난치성 문제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줄기세포와 인공배아 연구를 기반으로, 난임 치료와 생식의학, 맞춤형 질환 모델링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기술을 실제 환자 치료와 제약 개발로 연결하고, 각국 정부와 연구 기관은 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이러한 인공배아 관련 기업과 연구 그룹들의 동향을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특히 줄기세포 연구의 강국인 일본과, 빠르게 기술 기반을 다지고 있는 한국의 사례도 함께 살펴보면서, 이 기술이 어떻게 시장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I 기반 배아 선별 기술: 난임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다
시험관 아기(IVF)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건강하고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하는 것입니다. 성공률을 좌우하는 이 과정은 오랫동안 숙련된 배아 전문가의 육안에 의존해 왔습니다. 이는 배아의 형태, 세포의 분열 속도, 대칭성 등을 육안으로 평가해 건강해 보이는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방식은, 전문가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과 평가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동일한 배아를 두고도 판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AI가 뒷받침하는 정밀 데이터 기반 접근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이 과정을 바꾸고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배아 이미지를 학습해 임신 성공률이 높은 배아의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일관된 예측을 제공합니다. 이는 의료진의 판단을 보완해 더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이러한 분야을 이끌고 있는 기업과 연구 그룹들에는 어떤 그룹들이 있을까요?
카이헬스(KAI Health, 한국)
국내 스타트업인 카이헬스는 AI 기반 배아 선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촬영한 배아 사진들을 AI가 분석하여 배아의 발달 속도, 세포의 형태, 분열 양상을 분석하여 ‘점수화’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식할 배아를 선택하여 의료진의 판단을 보완하고, 환자에게 임신 성공률이 높은 배아를 이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카이헬스는 2022년 대한보조생식술학회 학술대회에서 회사의 AI 모델이 배아 발달 예측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는 내용의 연구가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키드(Orchid, 미국)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오키드는 한 발 더 나아가, 배아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선천적 질병이나 유전적 질병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을 제공합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유전적 위험 요인을 배아 단계에서 확인하고, 가장 건강한 배아를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죠. 윤리적 논의가 따르기는 하지만, 정밀의학과 생식의학이 만나는 지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알라이프 헬스(Alife Health, 미국)
알라이프 헬스는 AI를 활용해 IVF 시술 과정 전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난소 자극 단계에서 최적의 호르몬 투여 시점을 추천하거나, 난자 채취 후 배아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등 IVF의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합니다. 시술 과정 전체의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이려는 접근이 특징적입니다.
일본의 연구 그룹들
일본은 줄기세포 연구의 선두주자인 만큼, 인공지능을 줄기세포 및 난임 치료에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특히 교토대학교, 오사카대학교를 중심으로 배아 발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AI로 분석하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상업화된 기업보다는 학계 연구 그룹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한국의 연구 그룹들
한국 역시 카이헬스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 및 병원 연구소에서 AI 기반 배아 선별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차병원 등 난임 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정밀한 배아 평가 기술 개발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AI 배아 선별의 미래 전망
AI 기반 배아 선별 기술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과거에는 숙련된 배아학자의 눈과 경험에 크게 의존해야 했던 IVF 과정이, 이제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정밀성의 극대화입니다. 현재 AI는 주로 배아의 형태적 특징을 분석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영상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 환자의 임상 기록까지 통합 분석하는 멀티모달 AI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배아를 예측하는 맞춤형 판단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둘째, 글로벌 IVF 성공률 향상입니다. 세계적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의 평균 성공률은 아직 30~4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AI가 객관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우면, 불필요한 반복 시술을 줄이고, 환자의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난임 환자 수가 급증하는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국가 차원의 난임 지원 정책과 맞물려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윤리적 논의와 규제의 필요성입니다. AI가 배아의 선택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질병 위험이 낮은 배아”를 선택하는 것과 “우수한 특성을 가진 배아”를 선택하는 것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은 기술 발전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할 사회적 합의의 주제가 될 것입니다.
줄기세포 유래 생식세포 개발: 생명 탄생의 새로운 패러다임
“줄기세포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든다.” 공상 과학 소설 같은 이 말은 이젠 상상의 영역이 아닙니다. 인공배아 연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줄기세포에서 생식세포(난자와 정자)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만약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난임 부부는 물론 동성 부부도 유전적으로 연결된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생식의 개념 자체가 바뀌는, 그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입니다. 그러나 학계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며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고, 이미 눈에 띄는 성과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기업과 연구가 만나는 지점, 인공배아 연구가 열어가는 줄기세포 산업의 새로운 지평
미국: 컨셉션(Conception) & 가메토(Gameto)
미국의 컨셉션(Conception)과 가메토(Gameto)는 줄기세포 유래 생식세포(Stem Cell-Derived Gametes) 개발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두 회사 모두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인간의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임상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만약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불임 치료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 교토대학교 & 디오스이브(Dioseve)
줄기세포 기반 생식세포 연구에서 일본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습니다. 특히 교토대학교 가쓰히코 하야시(Katsuhiko Hayashi) 교수팀은 쥐의 피부 세포에서 난자를 만들어내고, 이를 수정해 건강한 새끼 쥐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성과는 “실험실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한 사례였습니다.
Dioseve는 iPSCs에서 난자를 만드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단순화한 독자 기술, “DIOs(Directly Induced Oocyte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난자로 분화시키기 위해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Dioseve는 특정 유전자를 iPS 세포에 직접 도입해 이 과정을 단축했습니다. 그 결과 값비싼 성장인자나 복잡한 배양 절차 없이도짧은 시간 안에 고효율로 난자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대량 생산과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난소 기능 저하나 유전적 불임으로 임신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Dioseve는 궁극적으로 이 인공 난자를 IVF(시험관 아기) 시술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Dioseve는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는 회사입니다. 예전에 영국 지사를 열고자 했을 때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들의 성장과 기술 발전을 지켜보는 마음이 더욱 각별합니다.
기타 관련 기술: 난임 시장의 디지털 전환
최근 몇 년 사이, 환자 경험을 개선하고 정보를 더 투명하게 제공하려는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나 AI 같은 최첨단 연구 못지않게, 환자와 의료진을 직접 연결해 주는 서비스들이 난임 치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죠.
허틸리티(Hertility, 영국)
영국의 허틸리티는 여성의 생식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입니다. 사용자는 집에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난소 기능, 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불임 가능성이나 건강 상태에 대한 맞춤형 리포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기 검진이나 병원 상담에서만 얻을 수 있던 정보를,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불임 가능성이나 건강 상태에 대한 개인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아우라 퍼틸리티(Aura Fertility, 영국)
IVF 시술 과정은 육체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스트레스도 크기 마련입니다. 아우라 퍼틸리티는 이런 환자들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 모바일 앱 서비스입니다. 시술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심리적·교육적 지원을 병행합니다.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줄이고, 의료진과의 소통을 돕는 일종의 디지털 동반자 역할을 하는 셈이죠.
결국 줄기세포와 AI,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모여 난임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들이 어떻게 융합되어 우리의 삶에 다가올지는, 아마 난임 치료에서 뿐만 아니라 의료 전반의 미래를 가늠하게 해 줄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기술과 윤리, 그리고 시장의 미래
인공배아 및 관련 기술 분야는 연구실의 성과가 빠르게 상업화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시장입니다. 이미 일부 난임 클리닉에서는 AI 기반 배아 선별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줄기세포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연구는 미래의 불임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난임 문제에 희망을 주는 동시에, 우리가 ‘생명’의 시작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이를 둘러싼 윤리적, 법적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학계와 기업, 정부가 함께 협력해 안전하고 책임 있는 기준을 세워야만, 이 기술들이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인류 전체에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인공배아 연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시면, 이 논의에 더 깊이를 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본 글은 인공배아 관련 산업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언급된 특정 기업의 사례는 기술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특정 제품 및 서비스의 효능 보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고,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시장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수반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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